[스포츠한국 잠실 실내=이재호 기자] 고양 오리온의 3점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이날 고양 오리온은 3점슛 성공률이 무려 62%(12/21)에 달할 정도로 쏘면 들어갔다. 특히 후반전에는 10개 중 8개의 3점이 들어갔다. 결국 ‘두목’ 이승현이 한 달 부상으로 빠진 직후 경기에서 1위 서울 삼성을 잡아내는 쾌거를 이룬 오리온이다.

고양 오리온은 14일 오후 4시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라운드 서울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89-79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오리온은 최근 3연승을 이어감과 동시에 21승(9패)에 도달하며 일본 올스타전 전야제 참가를 위해 떠난 안양 KGC(21승 8패)와 승리를 맞추며 3위를 공고히 했다.

반면 이날 패한 삼성은 지난해 2월 17일 kt전부터 11개월간 이어오던 홈 13연승 행진이 여기서 마감됐다. 물론 1위인 것은 변함없지만(22승8패) 이승현이 빠진 오리온을 잡아내지 못한 것은 가뜩이나 올 시즌 홈 최다관중(5571명)이 모인 실내체육관에서 아쉬움이 큰 승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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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 “홈 14연승 노린다” vs “이승현에 김동욱까지 부상”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 “홈에서는 잘되는데(홈 13연승중 - 팀 역대 신기록) 원정에서 잘 안돼 걱정이다. 우리팀이 상대의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를 좋게 해주는 팀이다. 스타를 만들어주지 않나. 하하. 오늘 경기는 그러질 말아야한다. 결국 오리온의 외곽을 막아줘야 승산 있는 경기다.”-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 : “12일 부상을 당한 이승현은 병원 진단으로 한달이 나왔다. 아쉽다. 이승현에 이어 김동욱 역시 어깨 부상으로 2주 결장하게 됐다. 에런 헤인즈가 이전과 같은 몸놀림이면 모르지만 그 역시 부상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당분간은 수비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오데리언 바셋이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한다.”

▶전반전(1,2쿼터) : 6-12를 29-15로 만든 삼성의 몰아치기, 다양한 기록의 향연

결국 경기전 감독들의 출사표를 통해 드러났듯 오리온은 이승현이 빠진 골밑 약점을 얼마나 최소화하면서 외곽에서 공략하느냐, 반면 삼성은 골밑에서 우위와 외곽 수비를 어떻게 하느냐가 승부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예상됐고 전반전은 그 흐름 그대로 갔다.

경기 극초반은 원정팀 오리온이 12-6까지 앞서며 리드를 잡나 했다. 하지만 삼성은 1쿼터 3분부터 2쿼터 2분까지 약 9분간 6-12로 뒤지던 스코어를 29-15로 뒤집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9분간 삼성은 23득점, 오리온은 3득점에 그친 것.

그 속에서는 이상한 기록의 향연이 있었다. 삼성의 빅맨 김준일은 1쿼터에만 11득점을 몰아쳤는데 김준일이 올 시즌 평균득점이 9.69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치 이상을 딱 1쿼터만 뛰고 해낸 놀라운 기록이었다. 또한 오리온의 빅맨 장재석은 올 시즌 경기당 블록이 0.6개지만 역시 1쿼터에만 김준일과 라틀리프의 야투를 블록해내며 2개를 올렸다.

게다가 경기를 조율하는 김태술이 1쿼터에만 턴오버를 3개나 범했다. 이상한 기록의 향연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1쿼터 기록은 삼성의 라틀리프가 리바운드를 혼자 9개나 했다는 점이었다. 경기당 평균 리바운드가 12.3개인 라틀리프는 1쿼터에만 평균치의 80%는 해냈다. 이는 역시 이승현이 부상으로 빠진 오리온의 약한 골밑을 잘 공략한 기록이기도 했다.

1쿼터 3분부터 2쿼터 2분까지 9분간 고작 3득점에 그치며 23실점을 한 오리온은 이후 그나마 헤인즈가 들어오면서 나은 플레이를 펼쳤다. 결국 한때 14점차까지 났던 승부를 6점차(36-42)로 좁힌채 전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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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3,4쿼터) : 3쿼터 허일영, 4쿼터 문태종의 3점이 끝낸 삼성의 홈 13연승

2쿼터 막판부터 반격의 서막을 알렸던 오리온은 3쿼터 대반격에 성공했다. 3쿼터 스코어 24-16으로 3쿼터 종료때 끝내 60-58 역전으로 마친 것. 2쿼터 종료 때만해도 36-42로 뒤지던 오리온이 60-58로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은 허일영의 미친 활약이 있기에 가능했다.

오리온의 허일영은 3쿼터를 풀로 뛰면서 홀로 13득점을 해냈다. 4개의 3점 중 3개의 3점을 꽂아 넣으며 적재적소에 스코어차이를 벌려줬다. 헤인즈가 3쿼터에만 리바운드 7개를 해내며 이승현의 공백을 무색하게 해줬고 장재석도 덩크를 포함해 5득점 3리바운드로 오리온의 대반격에 힘을 보탰다.

이날 삼성의 홈구장 잠실실내체육관에는 올 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왔음에도 5571명의 관중이 찾아 올 시즌 삼성 구단 자체 최다관중 경기로 기록됐다. 삼성은 올 시즌 홈 최다관중, 홈 14연승 도전 등 여러 기록이 걸린 경기에서 패할 수 없기에 마지막 4쿼터에 다시 힘을 내려했다. 하지만 오리온이 지배한 3쿼터의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했다. 4쿼터 첫 5분에서 7-11로 가뜩이나 2점차로 뒤지던 경기는 6점차로 더 벌어졌다.

오리온은 후반 종료 4분 52초부터 3분10초까지 약 1분 40초간 야투-3점-야투-3점으로 73-65로 앞서던 경기를 81-66으로 15점차까지 벌리며 사실상 승리선언을 했다. 문태종은 4쿼터에만 3점 3개(성공률 100%)를 포함해 15점을 몰아쳤다. 3쿼터는 허일영이 지배했다면 4쿼터는 문태종이 지배했다.

결국 오리온은 이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승리했다. 삼성이 2016년 2월 17일 kt전 이후 약 11개월간 이어오던 홈 13연승을 끊어낸 오리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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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오리온의 3점슛 성공률은 80%

분명 2쿼터 막판부터 오리온은 흐름을 타긴 했다. 하지만 전반전이 끝났을 때 36-42로 뒤지며 홈 14연승을 이어가려던 삼성을 제어하긴 힘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전반을 6점차로 뒤진채 마친 오리온이 끝내 10점차 승리로 경기를 뒤바꾼 것은 적재적소에 터진 3점슛이 있었기 때문이다.

3쿼터는 ‘허일영 타임’이었다. 허일영은 3쿼터 3점슛 4번시도에 3번을 넣는등 13득점을 몰아쳤다. 이때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오리온은 4쿼터 ‘문태종 타임’으로 인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3점슛을 3개 연속으로 꽂아 넣는 것은 물론 야투도 3개 모두 넣으며 성공률 100%로 15득점을 넣었다. 문태종의 3점이 꽂힐때마다 오리온 원정팬들은 열광했고 모두 승리를 감지할 수 있었다.

결국 전반전을 6점차로 뒤진채 시작한 오리온은 10점차로 승리했다. 무려 16점차이를 나게 한 것은 적재적소에 터진 ‘스나이퍼’와 같은 3점 슈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반전(3,4쿼터) 오리온은 3점슛 10개 중 8개를 꽂아넣었고 이런 '미친 성공률'을 보였으니 이길 수밖에 없었다. 이승현-김동욱이 빠진 공백을 3점이라는 자신들의 다른 장점으로 메운 오리온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 : “오리온, 한 두 명에 좌지우지 되는 팀 아니다”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 : “2쿼터 초반과 같은 공격이 나왔어야했다. 이기고 있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라틀리프가 견제를 많이 당하다보니 짜증도 나고 했던거 같은데 그런 것이 결국 팀의 분위기를 저하시켰다. 홈 13연승 깨졌는데 잘 추슬러서 원정경기에서 잘해보겠다.”

-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 : “팀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이승현이 빠졌지만 도리어 나머지 선수들이 각성됐다. 연승이 필요한 감이 있었는데 플레이가 후반으로 갈수록 좋아졌다. 바셋의 패스, 장재석의 라틀리프 수비가 좋았다. 오리온이 한두 명에 좌지우지 되는 팀이 아니라는걸 보여줘 기쁘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는 경기였다. 많은 칭찬 부탁드린다. 허일영 자체로 큰 문제는 없었다. 바셋의 패스타이밍이 좋았고 허일영에게 과감하게 던지라는 지시를 했는데 그게 잘 먹혔다. 바셋의 후반은 가히 교과서적이었다.”

▶경기정보

고양 오리온 89(15-24 21-18 24-16 29-21)79 서울 삼성

-서울 삼성 : 리카르도 라틀리프 24득점 15리바운드 임동섭 21득점 4리바운드 김준일 15득점 3리바운드

-고양 오리온 : 오데리언 바셋 17득점 9어시스트 2스틸 애런 헤인즈 14득점 11리바운드 문태종 18득점(3점슛 4개), 허일영 18득점(3점슛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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