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①] ‘축구선수’ 황희찬, 남달랐던 첫 걸음
[단독인터뷰②] 오스트리아 누비는 황희찬, 순풍에 돛 달다
[단독인터뷰③] 황희찬의 목표, EPL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단독인터뷰④] ‘국가대표’ 황희찬이 꿈꾸는 ‘AGAIN 2002'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국가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1·잘츠부르크)을 향한 팬들의 높은 기대감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골 결정력의 부족, 믿을만한 스트라이커의 부재 등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줄 선수라는 기대가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차세대’라는 꼬리표가 어느덧 사라지기 시작했다. 축구대표팀의 미래가 아닌 현재로 빠르게 자리 잡아가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20세의 나이로 올림픽대표팀에 이어 성인대표팀까지 연거푸 승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축구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이 경기도 부천시 한 헬스장에서 진행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자연스러웠던 연령별 대표팀과의 인연

태극마크와의 인연은 일찍 시작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각종 대회 득점왕을 싹쓸이 한 ‘재능’을 연령별 대표팀에서 놓칠 리 만무했다. 첫 시작은 12세 이하(U-12) 대표팀이었다. 이후 U-14 대표팀을 통해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경기에 나섰다. 그는 “잘 하는 선수들도 많아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본격적으로 차세대 국가대표팀 스트라이커로 각광받던 시기는 2012년 AFC(아시아축구연맹) U-16 챔피언십부터다. U-17 세계 청소년월드컵 진출권이 걸린 경기이기도 했다. 황희찬은 대회 득점왕에 오르며 고군분투했다. 다만 한국이 8강에 탈락하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2년 뒤 AFC U-19 챔피언십에 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황희찬은 이번에도 대표팀의 중심에 섰다. 다만 백승호(20·바르셀로나) 등과 함께한 이번 대회에서도 황희찬은 웃지 못했다. 축구를 하면서 처음 예선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청소년대표 시절에는 AFC U-16, U-19 대회가 기억이 남아요. 둘 다 아쉬운 기억들이죠. U-16 때는 너무 재미있는 축구를 했는데 8강에서 떨어졌어요. 그렇게 떨어질 멤버도, 실력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더 아쉬웠죠. U-19 때는 태어나서 처음 예선 탈락을 했어요. 대회가 끝나고 정신을 못 차렸죠. 두 대회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청소년월드컵에 나가지 못해본 것도 많이 아쉽습니다.”

축구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이 경기도 부천시 한 헬스장에서 진행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20세 막내’로 출전한 올림픽무대

그는 고3이던 2014년 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계약했다. 이듬해 오스트리아 2부리그에서는 18경기 11골 5도움을 기록할 만큼 맹활약을 펼쳤다. 이러한 활약은 고스란히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귀에도 들어갔다. 결국 그해 10월, 황희찬은 올림픽대표팀에 전격 발탁됐다.

파격적인 승선이었다. 당시 올림픽대표팀은 22세 이하 선수들로 꾸려졌다. 황희찬은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받은 유일한 10대 선수였다. 신 감독은 “한국축구의 재목이 될 수 있을지 직접 지켜보겠다”면서도 “세 살 정도 어리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성인대표팀에는 그때가 처음 발탁된 것이었어요. 되게 설레고 좋았죠. 2~3살 어린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부담감이 없었어요. 처음 들어갔으니까 후회 없이 잘 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10월 화성에서 열린 호주와의 평가전이 데뷔전이었다.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볐다. 저돌적인 돌파에 빠른 스피드, 강인한 피지컬 등 특유의 황소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경기 후 신 감독은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상대에게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신태용호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순간이었다.

그는 2016 리우 올림픽 최종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20세의 ‘막내’로 올림픽을 누볐다. 황희찬은 “처음 경험하는 세계 대회였다. 떨리기도 했지만, 자신감이 있었다. 무조건 메달을 딸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회 내내 최전방을 누비며 활약했다. 다만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씁쓸하게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축구국가대표 공격수 황희찬이 경기도 부천시 한 헬스장에서 진행된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한국축구의 미래에서 현재로

올림픽 메달 실패의 아쉬움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른 희소식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발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좋은 선수로 생각해왔는데, 올림픽에서 보여준 모습은 더 돋보였다”고 칭찬하면서 그를 9월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명단에 포함시켰다.

“올림픽대표팀 발탁 때와는 또 달랐죠. 축구를 시작할 때의 목표가 국가대표팀 발탁이었으니까요. 처음 소식은 구단을 통해서 들었어요. 부모님께 바로 알려드렸더니 부모님도 되게 놀라셨죠.”

황희찬은 슈틸리케호의 일원으로 대표팀 훈련에 참가했다. 그는 “솔직히 잘 안 떠는 스타일인데, 처음 훈련할 때는 많이 떨렸다”고 했다. A대표팀의 무게감이 그만큼 컸다. 그리고 9월, 중국과의 월드컵 예선을 통해 그는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꿈에 그리던 순간이었다.

“감독님이 출전에 대한 암시는 전혀 안 해주셨어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죠. 교체로 들어가라고 하셨을 때는 무조건 골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경기 양상이 워낙 밀리고 있었거든요. 골을 넣고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어요.”

중국전에 교체로 10여 분을 뛴 그는 이어진 시리아전에서는 23분을 소화하며 A매치에 적응해갔다. 10월에는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11월 캐나다와의 평가전에서 다시 한 번 교체로 투입돼 그라운드를 누볐다. 출전시간도, 대표팀에서의 입지도 조금씩 늘어가기 시작했다. 대표팀의 미래에서 현재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셈이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2002년 월드컵 분위기, 재현해봐야죠”

“욕심이 나기는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보다는 우선 소속팀에서 한 단계, 한 단계씩 성장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어요. 소속팀에서 잘 발전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자연스레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출전을 향한 욕심이 생길만했다. 다만 황희찬은 고개를 저었다.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는 의욕보다는, 소속팀에서 성장하는 것이 먼저라고 힘줘 말했다.

대신 그는 ‘언젠가는’ 이라는 전제로 향후 국가대표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황희찬은 이른바 2002년 월드컵 키즈다. 2002년 월드컵을 보면서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당시 느꼈던 분위기를 잊을 수가 없다. 축구선수로서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고 싶은 명확한 목표를 품고 있다.

“월드컵에 나가서,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온 국민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어요. 성적에 대한 뚜렷한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그때 당시의 분위기가 다시 만들어지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을 향한 팬들의 관심과 기대는 “기사 등을 보면서 실감하고 있다”는 그다. 어린 나이에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더 잘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훨씬 크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황희찬은 “응원해주시는 만큼,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새해 출사표를 던졌다. 21세의 나이로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는 황희찬. 한국축구의 미래에서 어느덧 현재로 발돋움한 그가, 2017년 또 다른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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