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SK가 4쿼터의 악몽에서 벗어나며 6연패 사슬도 끊었다.

SK는 지난 2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86-8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SK는 6연패에서 탈출하며 시즌 8승16패를 기록했다. 같은날 8위 KCC가 kt를 꺾어 승차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SK는 연패 기간 동안 뒷심에서 아쉬움을 삼킨 경우가 많았다. 먼저 23일 모비스전에서는 4쿼터와 연장전에 내리 버저비터를 얻어맞고 눈물을 흘려야 했고, 25일 삼성전에서도 전반까지 16점 차로 앞서 있었으나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허무하게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됐다.

SK는 지난 23일 모비스전에서 4쿼터와 연장전 두 차례나 버저비터를 얻어맞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뒷심 부족으로 여러차례눈물을 삼켜야 했다. KBL 제공
시즌 전체로 놓고 봐도 SK는 경기 후반 마무리가 좋은 팀은 아니었다. 올시즌 4쿼터 팀 득점에서 평균 19.04점에 그쳐 동부(18.08점) 다음으로 공격력이 좋지 못했다. 동부의 경우 4쿼터에 상대에게 단 17.21점 밖에 내주지 않는 짠물 수비를 선보였지만 SK는 19.96점으로 득실 마진이 마이너스였다.

팀의 에이스 김선형의 경우 시즌 평균 14.5점 가운데 4쿼터에만 4.3점을 몰아치며 클러치에 강한 면모를 나타냈지만 그 외 선수들의 뒷받침이 다소 아쉬웠다. 테리코 화이트 역시 후반 들어 집중력이 더욱 높아지는 모습을 보인 선수였으나 약 한 달 가까이 부상으로 결장했기 때문에 SK로서는 승부처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KGC인삼공사전에서는 SK도 모처럼 뒷심을 살렸다. 전반까지는 34-47로 크게 밀리면서 2라운드 맞대결 때와 같이 일찌감치 전세가 기우는 듯 했다. KGC인삼공사의 외곽슛은 효과적으로 막아냈지만 데이비드 사이먼에 대한 수비가 원활하지 못했고, 공격에서도 야투의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3쿼터 들어 SK는 놀라운 뒷심을 발휘했다. 화이트와 제임스 싱글톤이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추격의 불씨를 지폈고, 쿼터 후반에는 변기훈과 김선형의 외곽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결국 5점 차까지 순식간에 따라붙은 SK는 4쿼터에도 좋은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김선형, 변기훈이 계속해서 공격의 중심에 선 가운데 경기 막판 김우겸까지 결정적인 중거리슛과 바스켓 카운트를 이끌어내 경기 종료 3분 여를 남기고 마침내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과시했다.

한 번 불붙은 SK의 기세는 식을 줄 몰랐다. 이후에도 SK는 변기훈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스틸 및 속공 득점을 기록했고, 싱글톤과 김선형의 자유투 등을 묶어 그대로 KGC인삼공사의 추격 의지를 뿌리치는데 성공했다.

SK는 KGC인삼공사전에서 후반 역전 드라마의 희생양이 아닌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KBL 제공
이날 SK는 3쿼터에 29점, 4쿼터에 23점, 후반 도합 총 53점을 폭발시켰다. KGC인삼공사가 SK와의 경기 전까지 4쿼터 평균 22.18점으로 오리온(22.74점)에 이어 두 번째로 공격력이 강했음을 감안하면 수비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남겼다. 또한 SK는 이날 후반 들어 실책이 단 2개에 불과했는데 KGC인삼공사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속공 연결을 최소화하면서 뒤집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경기 전 문경은 감독은 SK의 최근 뒷심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연패를 하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은 측면이 있다. 외국인 선수들이 합류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과정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쓰면서 ‘이겨야 한다’는 것보다 ‘(지시 받은 것을)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 같다. 과정이 좋을 경우에는 시키지 않은 것들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편인데 그렇지 못하면서 몸이 굳고 재미를 느끼지 못한 채 긴장감까지 쌓이고 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때문에 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삼성전 패배 후 외박을 부여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고, 변기훈과 같이 슬럼프가 길어진 선수들에게는 D리그행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최대한 간결한 지시만을 내릴 계획임을 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이같은 판단이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었다. 변기훈은 D리그에서 50점을 폭발시킨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고, 김선형도 흥이 났을 때 몰아치는 특유의 폭발력을 제대로 뽐냈다. 선수 투입을 공격형, 수비형으로 나눠 각자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부담을 덜 수 있었던 요소였다. 이 밖에 실책을 줄이기 위해 드리블을 간결하게 가져가고 45도에서 미드아웃을 빠르게 나와 충분한 공간을 가져가는 등 기초적인 부분을 재정비한 것도 역전승을 따낸 원동력이었다.

김선형은 변기훈과 함께 정확한 외곽포를 쏘아 올려 뒤집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KBL 제공
경기 후 김선형은 “경기 막판 역전을 했지만 다시 따라잡히면서 모비스전 4쿼터에 버저비터를 맞았던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정신을 더욱 바짝 차렸는데 버저비터를 맞지 않아서 다행이다”며 승리에 대한 안도감을 드러냈다.

김선형은 이어 “2라운드 맞대결을 돌이켜보면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당시 경기는 정신을 다잡으려 했지만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는 날이었다. 그 날 감독님께 질책을 받기도 했는데 아쉬움을 떠올리기보다는 54경기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상대가 누구든 연패를 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뒷심 부족이 드러나면서 9위까지 밀린 상황이지만 김선형에게 포기란 없다. 그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6연패를 당하면서 패배에 익숙해 있던 상황이었는데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예상은 못 하겠지만 단단한 경기력을 계속 보여드려야 팬들도 믿어주실 것 같고, 우리도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 오늘을 계기로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체력적으로는 감독님께서도 많이 관리를 해주셔서 문제가 없다”며 반드시 반등에 성공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스한 스틸컷 : 스틸 컷(Still cut)은 영상을 정지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매 경기 중요한 승부처의 한 장면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묘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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