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어느덧 저물어가는 병신년에는 참으로 국민들을 안타깝게 만든 소식이 많았다. 스포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스포츠계까지 뒤흔들었고, 여러 선수들 역시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를 저질러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하지만 희망적인 소식을 전해준 스타들도 있었다. 인공지능 알파고에 맞선 이세돌을 시작으로 리우 올림픽의 기적을 이뤄낸 대한민국 선수단, 골프 여제들, 한국인 메이저리거, 축구 대표팀의 간판 손흥민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한 아이돌 그룹의 타이틀곡 제목이기도 한 ‘피 땀 눈물’ 뿐 아니라 뜨거운 열정을 경기장에서 쏟아내며 각본 없는 드라마의 감동을 불러왔고, 우울함과 분노에 사로잡혀 있던 국민들에게 큰 위안이 됐다. 2016년을 빛낸 스포츠 스타들과 그들이 만들어낸 환희의 순간들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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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대표’ 이세돌, 인공지능에 맞서다

지난 3월 전세계의 시선을 끌어 모은 세기의 대국이 있었다.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진 것.

대국이 열리기 전 이세돌은 특유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바둑계 역시 당장 인공지능의 수준을 높게 보지 않았다. 장기 또는 체스와 달리 바둑은 국면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이세돌의 낙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3월9일 열린 첫 대국 후 불과 5시간만에 돌을 던진 이세돌을 보며 세상은 깊은 충격에 빠졌다. 이세돌이 2, 3국까지 내리 패하면서 인류가 인공지능에 잠식당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까지 터져 나왔다. 더 이상은 이세돌-알파고의 대결을 단순한 이벤트 매치로 볼 수 없었다.

하지만 5판 3선승제의 승부가 이미 가려진 상황에서도 이세돌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3월13일 4국에서 1000여대의 서버와 1202개의 CPU로 무장한 슈퍼컴퓨터 알파고를 꺾는데 성공했다.

이번 대국을 통해 이세돌은 그동안 잊고 있던 초심을 되찾았고, 원 없이 즐기는 것의 소중함을 배웠다. 자칫 나락으로 빠질 뻔 했던 바둑계 역시 이세돌이 보여준 멋진 승부 덕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으며,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운 스포츠’의 가치에 대해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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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의 기적, 태극기 휘날리다

지난 8월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단은 수많은 기적을 이뤄내며 2016년을 빛냈다.

장혜진과 구본찬은 양궁에서 나란히 2관왕에 오르며 ‘신궁의 나라’가 어디인지를 확인시켰다. ‘짱콩’ 장혜진은 늦깎이 선수로서 대표팀에 승선하기까지 수많은 좌절을 경험했으나 지금껏 그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여자 개인전 2연패를 달성해내며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꿈을 이룰 기회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구본찬 역시 남자 개인전에서 수많은 명승부를 만들어낸 가운데 중요한 순간마다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냈고, 결국 한국 남녀 양궁대표팀이 올림픽 최초로 전 종목을 석권하는 대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펜싱에서는 박상영이 기적의 금메달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당시 국제펜싱연맹 랭킹 21위에 머물러 있던 박상영은 세계적 강호들을 연이어 격파했고, 결승에서도 10-14까지 밀리는 최대 위기에서 불굴의 투혼을 발휘, 기어이 승부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내뱉은 ‘할 수 있다’는 박상영의 혼잣말은 대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기 충분했다.

메달의 색상 또는 수상 여부를 떠나 뜨거운 투혼을 발휘해 가슴 뭉클함을 전한 선수들도 있었다. 여자 배구대표팀의 간판 김연경은 8강에서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의 벽에 막혀 가슴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동료들과의 기량 차이 뿐 아니라 열악한 지원 속에서 통역 역할까지 소화했을 만큼 막중한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서도 김연경은 ‘월드 클래스’의 진가를 확실하게 발휘하며 ‘걸크러쉬’, ‘우리누나’와 같은 수식어를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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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여제들의 저력, 박세리 은퇴 후도 든든

‘골프여제’ 박인비 역시 올림픽을 빛낸 최고의 스타였다. 이미 지난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낸 박인비는 116년 만에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가운데 부상 악재를 딛고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는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박인비와 올림픽을 넘어 2016년 골프계는 태극낭자들의 활약이 변함없이 두드러진 해였다. 전인지는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최다 언더파 기록과 함께 PGA 메이저 최다 언더파 기록까지 뛰어넘으며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6 LPGA 신인왕도 전인지의 몫이었다. 박인비의 올림픽 금메달과 전인지의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은 미국 골프전문매체 골프채널로부터 2016년 여자골프 명장면 2위와 4위에 나란히 선정되기도 했다.

박성현은 4대 메이저대회를 비롯한 총 7개 대회에서 4차례나 톱10에 진입했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는 7승을 쓸어 담으며 상금왕과 다승왕, 평균타수 1위에 등극, 명실상부 여자 골프의 대세로 떠올랐다. 박성현은 2017년 LPGA 무대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그동안 후배들의 등대 역할을 해온 박세리가 지난 10월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끝으로 공식 은퇴를 선언했지만 2016년을 빛낸 태극낭자들 덕에 한국여자 골프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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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도전, 아침이 즐거웠다

2016년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기분 좋은 소식을 많이 전해왔다. 특히 올해는 박병호, 이대호, 오승환, 김현수가 대거 빅리그에 새롭게 진출했고, 최지만이 6년 만에 메이저 무대로 승격되는 등 기존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와 함께 역대 가장 많은 8명의 선수가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섰다.

물론 확실한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는 선수는 시즌 중반부터 팀의 마무리투수 자리를 꿰찬 오승환 뿐이다. 강정호의 경우 2년 차에도 충분히 좋은 기세를 이어갔지만 시즌 중반 성스캔들에 이어 최근에는 음주운전까지 한 것이 밝혀져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또한 김현수와 이대호는 제한된 기회 속에서 일정 소득을 남겼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확실한 입지를 다진 것은 아니다.

박병호는 초반까지 KBO리그 홈런왕의 위용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이후 급격한 하락세 속에서 부상까지 찾아오며 일찌감치 시즌을 마쳤고, 추신수와 류현진은 부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비록 모두가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꿈을 좇는 도전 덕분에 수많은 한국 야구 팬들이 아침을 기분 좋게 열 수 있었고, KBO리그의 위상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이제 2017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계가 또 한 번의 기적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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