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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아무리 액션배우로 평생을 살아왔지만 그도 어느덧 만으로도 나이가 50이다. 1966년생인 김보성이 오는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035에서 일본의 격투기 단체 대표인 콘도 테츠오를 상대로 격투기 선수로 데뷔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관심과 함께 우려도 했다.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라는 차가운 시선도 있었다.

김보성도 대회를 열흘여 앞두고 자신을 짓누르는 부담감과 압박감에 힘들어 했다. 오한이 들고 고열이 나 잠도 제대로 못 이뤄 컨디션이 최악이라는 김보성은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아프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병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로지 케이지 안에서 1대1, 몸대몸으로 부딪치는 원초적 스포츠인 격투기에 도전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 로드FC 제공
“훈련이 힘들고, 신체적으로 버거운 것도 있지만 대회를 앞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티켓을 사라고 독려하는 등 외부적인 것들이 쉽지 않아요. 차라리 빨리 시합을 했으면 해요. 시합에 올라가면 차라리 고요하게 경기에만 집중할 것 같은데 그전에 신경 쓸 것이 너무 많네요. 기부액이 너무 적지 않을까 걱정돼요.”

김보성의 격투기 데뷔는 명분이 뚜렷하다. 그가 말한 대로 자신의 대전료와 로드FC 035 대회 입장수익 전부가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기부된다. 세월호 사건 때도 빚을 내 기부를 하고 결식아동, 뇌졸중, 난치병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부와 활동에 누구보다 앞장선 김보성은 오로지 기부를 위해 50의 나이에 맨몸으로 대중들 앞에 설 준비를 마쳤다.

“아마 여러분들은 ‘김보성이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고 생각하시거나 제 경기의 승패만 주목하시겠죠. 저도 물론 궁금해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어요. 바로 이 경기를 하는 ‘목적’입니다. 당장은 승패만 신경 쓰실 수 있지만 제 진심이 언젠가는 닿을거라고 봐요. 제가 출연한 ‘진짜사나이’의 출연료에 이번 대회 대전료와 입장수익 전부를 기부해도 한계가 있어요. 중요한 건 여러분들에게 소아암 어린이들의 상황을 알리고 한명이라도 더 살리자고 알리는겁니다.”

김보성이 말하는 의리에는 3단계가 있다. '우정의 의리'와 '정의를 위한 의리', 마지막으로 '나눔의 의리'다. 김보성은 이번 활동을 자신을 늘 따라다니는 ‘의리’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가치인 ‘나눔의 의리’라고 설명했다.

  • 소아암 환우를 위해 모발 기부까지 한 김보성.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그렇다면 왜 이렇게 김보성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나눔에 관심을 가질까. 사회적 약자를 후원하는 20여개 단체의 홍보대사를 하고 있는 김보성은 많은 고민과 삶의 굴곡이 만든 신념임을 털어놨다.

“20대 때 소설이나 철학책을 읽으면서 ‘사람은 왜 사는가’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리고 50의 나이가 되도록 전 재산을 잃기도 하고 죽을 고비도 넘기면서 존재의 의미를 많이 고민했죠. 결론은 ‘영혼의 성장을 위해서’더라고요. 결국 나눔만이 그 영혼의 성장을 가능케 한다는 결론을 내렸죠. 실제로 소아암 어린이를 후원하고 꾸준히 돌봐줬는데 그 친구가 완치가 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것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죠. 삶의 보람, 목표를 느꼈다랄까요.”

시합 준비는 얼마나 잘되고 있을까. 9kg가량 몸무게를 감량했다는 김보성은 “도리어 웰터급(-77kg)에 마이너스가 될까 걱정”이라며 웃었다. 김보성은 자신의 경기내용에 대해서도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다. 아무래도 대회 취지가 소아암 어린이를 위한 것인데 격투기 종목의 특성상 잔인한 장면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제가 상대를 너무 다치게 하면서 이기거나, 혹은 제가 너무 다치면서 져도 시합 취지와 맞지 않으니 걱정이에요. ‘감동이 전해지는 경기’를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짜고 칠 수도 없잖아요. 처음에 조금 맞다가 아예 못 일어날 수도 있고…. 팔꿈치 공격(엘보우)에 자신이 있지만 너무 잔인할까봐 일부러 룰에서 뺐어요. 결국 경기내용은 하늘에 맡겨야죠. 너무 싱겁게도, 너무 잔인하게도 진행되지 않는 감동의 경기를 하고 싶은데 말이죠.”

  • 스포츠한국과 단독인터뷰 중인 김보성
현재 전문가들은 타격에서는 김보성이 앞서지만 그라운드 싸움에서는 뒤질 것으로 예상한다. 아무래도 전문 격투기를 더 오래한 상대가 유도까지 했었기에 넘어지는 순간 기술에 우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보성은 상대의 기술에 최대한 방어를 해보고 공략법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기술에 걸려 암바 혹은 초크 등을 당해도 탭(항복선언)을 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 자존심이 허락안합니다. 소아암 어린이 앞에서 항복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의 고통에 비하면 제 가죽이 맞고 뜯기고 하는 게 얼마나 더하겠나요. 사람들은 제가 하는 많은 행동에 대해 ‘무모하다’고 하죠. 조금은 거칠고 무모하고 돈키호테같은게 있다는걸 알죠. 하지만 그게 저만의 표현 방식이며 소아암 어린이들이 좀 더 주목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김보성은 그동안 ‘강한 남자’의 이미지가 있었고 그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격투기 시합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격투기 지도자들에게 들어보면 소위 '싸움 좀 한다는' 사람들이 배우러와도 종합 격투기와 막싸움의 차이에 절망한다고 한다. 원초적 한계를 느끼면 자존심이 상해서 그만두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것. 김보성 역시 큰 좌절을 느꼈다고 한다.

“저 역시 격투기를 하면서 많이 느껴요. ‘그동안 이게 아니었구나’하고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웃음). 제가 나이 쉰이 돼서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어요. 그리고 제가 상대인 전문 파이터에게 져도 창피해봤자 얼마나 창피하겠어요. 강하고 약하고, 이기고 지고는 의미가 없어요. 전 이번 경기를 통해서 진정한 목적인 ‘소아암 어린이의 고통을 알리는 사회적 계몽’이라는 메시지만 전달되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 김보성의 맞상대인 콘도 테츠오(오른쪽). 로드FC 제공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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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12/04 07: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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