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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전북현대가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최강희(57)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지난달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을 제치고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뒤, 2차전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기며 정상에 올랐다.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전북은 대륙별 챔피언들이 모이는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월드컵 진출권도 손에 넣었다. 아시아를 품은 전북의 시선은, 이제 세계로 향한다.

가슴에 새긴 5년 전의 절망

2011년 11월 5일은 전북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전북은 당시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제치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다. 단판승부로 펼쳐진 결승전 전장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이었다. 4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운집한 가운데 전북은 알 사드(카타르)와 마주했다.

유리한 조건 속에서도 전북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알 사드에 졌다. 결국 전북은 안방에서 다른 팀의 우승 세리머니를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최강희 감독은 “4만 명의 팬들이 절망하는 모습을 봤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011년 11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시아챔피언스컵 축구 결승에서 승부차기로 우승을 차지한 알 사드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전북 현대 선수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북에게는 한으로 남았다. 자연스레 아시아 정상 등극이 구단 최우선 목표가 됐다. 모기업의 대대적인 투자가 이어졌다. 다른 팀들이 투자 규모를 줄이는 사이, 전북만 매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며 전력을 끌어 올렸다. 김정우(34) 레오나르도(30) 김남일(39) 김형일(32) 등이 차례로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갈수록 강해지는 전력에 K리그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K리그를 제패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동국(37) 이재성(24) 권순태(32) 등 K리그 2연패 주역들에, 김신욱(28) 김보경(27) 김창수(31) 등이 더 합류했다. 국가대표급 전력을 갖춘 전북의 시선은 K리그가 아니라 아시아 정상으로 향했다.

대대적인 투자, 마침내 한을 풀다

시즌 초반에는 부침을 겪었다. 스카우트의 심판매수 사건까지 더해져 팀 안팎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전력이 안정궤도에 오르더니, 곧 고공비행을 펼쳤다. 상하이 상강(중국)을 5-0으로, FC서울을 5-3(이상 1·2차전 합계)으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5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무대를 밟았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1차전 홈경기를 2-1 역전승으로 장식했고, 2차전 원정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1·2차전 합계 1승1무. 5년 전의 한을 푸는 동시에,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우스 직후 최강희 감독은 "5년 전 준우승에 그친 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열망해왔다. 팬들에게 드렸던 절망을 갚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26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알아인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 리그 결승 2차전 전북 현대 모터스 대 알아인의 경기. 경기를 비기며 리그 우승을 차지한 전북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아시아 최강이라는 명예가 전부는 아니었다. 전북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만 총 354만 달러(약 41억원)의 상금을 챙겼다. 우승상금만 K리그 우승상금의 7배인 300만 달러(약35억원)에 달했다. 조별리그 성적과 토너먼트 진출 상금 등이 더해졌다. 구단 1년 예산의 약 18%에 달하는 규모였다.

뿐만 아니라 전북은 아시아 대표로 FIFA 클럽월드컵 출전 자격도 얻었다. 대륙별 우승팀들이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놓고 겨루는 대회를 10년 만에 밟게 됐다. 아시아 정상에 오른 전북의 시선이, 이제는 세계로 향하는 이유다.

레알 마드리드와 맞대결 성사될까

일본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은 전 세계 7팀이 참가한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 북중미, 오세아니아 대륙대항전 우승팀에, 개최국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우승팀이 출전한다. 대진은 이미 확정됐다. 오세아니아 챔피언과 J-리그 우승팀이 플레이오프를 벌인 뒤 6강 토너먼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유럽과 남미 챔피언은 4강에 직행한다.

전북은 북중미 챔피언인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11일 오후 4시 일본 오사카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공교롭게도 전북이 10년 전 K리그팀 최초로 클럽월드컵에 나섰을 때 만났던 상대와 10년 만에 재회한다. 당시 0-1로 패했던 전북은 10년 만에 설욕의 기회를 얻게 됐다.

2006년 12월 15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피파클럽월드컵 5,6위전에서 오클랜드FC를 제압한 전북현대모터스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경기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설욕에 성공하게 되면, 전북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과 격돌할 수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 세르히오 라모스(30)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팀이다. 최강희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한번 붙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라면서 “홀가분하게 준비하면 의외의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아메리카에 패할 경우, 플레이오프 승리팀-아프리카 챔피언의 6강전 패배팀과 5위 결정전을 치른 대회를 마친다. 다만 성적을 떠나 세계적인 팀들과 겨뤄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전세계에 중계가 되는 만큼 구단의 홍보효과 역시 클 전망이다.

상금도 쏠쏠하다. 이미 전북은 최소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을 확보했다. 이 대회는 최종 순위별로 상금이 차등 지급되는데, 전북이 확보한 6위 상금이 100만 달러다. 대회 상금은 3위까지 30만 달러(약 5억8000만원)씩 더해진다. 준우승 상금은 400만달러(약 47억원), 우승상금은 500만 달러(약 59억원)다.

한편 K리그 팀들이 클럽월드컵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5번째다. 2006년 전북이 처음 출전해 5위에 올랐고, 2009년 포항스틸러스가 3위, 2010년 성남일화(현 성남FC)가 4위, 2012년 울산현대가 6위를 각각 기록했다.

역대 대회에서는 유럽팀이 8차례, 남미팀이 4차례씩 정상에 올랐고, 다른 대륙에서 우승팀이 나온 적은 없다. 최근에는 2013년부터 바이에른 뮌헨(독일)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스페인) 등 유럽 팀이 3년 연속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우승팀은 클럽월드컵 우승을 상징하는 패치를 유니폼에 달 수 있다. 세계 최강팀이라는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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