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김인식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사령탑은 지난 10일 28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수가 없다’고 한다.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표현이었다. 실제 명단을 보면 2006, 2009년 WBC대표팀과 비교하면 이름값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정말 선수가 없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KBO리그에서 뛰었던 혹은 뛰는 선수를 찾는다면 맞는 얘기지만 그 범위를 WBC의 기본 규정으로 확정하면 틀린 얘기가 될 수도 있다.

WBC는 야구의 국제화를 위해 도입된 대회다.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뛸 수 있도록 여타 스포츠의 국제대항전과는 다르게 특별한 규정을 채택하고 있다. 바로 조부모의 국적까지 선택해 자신이 출전할 나라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의 기본 국적은 물론 부모, 조부모까지의 국적의 선택이 가능하다. 이 규정을 이용해 어머니가 태국인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를 모두 뛰었던 자니 데이먼은 태국 대표로 출전한 바 있다. 마이크 피아자 역시 할아버지의 나라였던 이탈리아 대표로 뛰기도 했다. 영주권이 있으면 출전할 수 있다는 규정도 함께 있어 구대성이 호주 국가대표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을 정도다.

이렇게 국적에 관대한 WBC의 규정을 한국은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눈을 미국 메이저리그로 돌리면 의외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WBC 최종명단 제출 마감일은 내년 2월 6일까지다.

왼쪽부터 한국계로 MLB를 누비고 있는 타이슨 로스, 조 로스, 최현, 다윈 바니, 레프스나이더. ⓒAFPBBNews = News1
▶로스 형제 : 합류만 한다면 1,2선발도 문제없다

합류한다면 ‘대박’인 선수가 둘이나 있다. 바로 타이슨 로스(30·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조 로스(24·워싱턴 내셔널스) 형제다. 이 로스 형제는 2012년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나를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오해하는데, 난 한국계다”라고 당당히 밝힌 바 있다. 로스의 외할머니가 바로 한국인인 것.

어렸을 때 외할머니를 따라 한국을 온 적도 있다는 이 형제들은 이미 한 인터뷰를 통해 “한국 WBC대표팀에서 요청이 온다면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는 사인을 보낸 적도 있다. 그렇다면 이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런 호들갑일까.

일단 형 타이슨 로스는 누가 뭐래도 샌디에이고의 1선발이다. 아무리 샌디에이고가 약하다해도 메이저리그 팀의 1선발이 아닌가. 2014년 13승에 평균자책점 2.81, 2015년에는 10승에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한 바 있다.

동생 조 로스 역시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선정될 정도로 대단한 유망주였고 2015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데뷔하자마자 1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64로 가능성을 보인 후 올 시즌에는 19경기 모두 선발로 나와 7승 평균자책점 3.43의 활약을 했다.

물론 두 선수 모두 어깨 부상을 당해 재활중이지만 내년 시즌 초부터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WBC에 맞춰 몸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우완에 메이저리그에서 상당히 인정받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대표팀의 약점인 ‘우완 선발’은 이들이 온다면 ‘강점’으로 바뀔 수 있다.

▶최현(행크 콩거) : ML 최고의 미트질 보유한 포수

박경완이 대표팀을 떠난 이후 대표팀은 늘 정통 포수에 대한 갈망이 있다. 강민호나 양의지는 뛰어난 포수이지만 아무래도 수비력보다 공격력에 초점이 더 맞춰지는 것을 사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에서는 행크 콩거(28·탬파베이 레이스), 한국에서는 최현이라고 불리는 이 포수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최현은 미국으로 입양된 아버지와 이민 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3세다. 한국말도 약간은 할 줄 아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배팅 장갑과 포수 프로텍터에는 ‘Hyun(현)’이라는 한국 이름도 새겨놓고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현. ⓒAFPBBNews = News1
최현은 어느새 메이저리그 7년차의 중견선수다. 2010년 데뷔 후 꾸준히 백업포수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 부진한 타격성적(통산 타율 0.221)에도 그가 꾸준히 메이저리그급의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프레이밍(Framing)으로 불리는 미트질에 있다.

최현은 미트질이 워낙 좋아 프레이밍 순위(스탯코너 기준)에서 ML 포수 중 2013년 5위(18.1), 2014년 4위(21.3), 2015년 14위(8.2) 등 늘 상위권에 있어왔다. 수비형 포수로 그 특징이 명확하다.

▶다윈 바니 : 한국계 최초의 골든글로버, 다시 부활하다

내야수 다윈 바니(31·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상당히 특이한 혼혈인이다. 바니의 할아버지는 완전한 일본인, 할머니는 한국인이다. 4분의1 일본인, 4분의1 한국인인 셈이다. 부모 중 한쪽이 하와이 원주민 계통이라 나머지 4분의2는 미국계 하와이안이다.

그는 2011시즌 신인왕 투표 7위까지 오를 정도로 유망성을 인정받았고 2012시즌 2루수로 무려 156경기나 뛰며 최고의 수비력을 보였고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이는 한국계 선수가 받은 최초의 골드글러브였다.

꾸준히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바니는 2015시즌 고작 메이저리그에서 17경기에만 뛰며 한물간 선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2016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서 다시 106경기나 뛰며 출루율 3할2푼2리로 부활에 성공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2루수(40경기), 3루수(32경기), 유격수(25경기), 좌익수(5경기)에 투수(1이닝)까지 나오기도 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함이 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가진 바윈은 분명 쓰임새가 많다.

▶김정태(롭 레프스나이더) : 미래의 양키스 주전

한국에서 태어난 순수 한국인이지만 생후 5개월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김정태라는 아이는 미국인 부모 아래 이름을 롭 레프스나이더(25·뉴욕 양키스)로 바꾼다. 그리고 2012년 뉴욕 양키스의 드래프트 5라운더로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 지난해 막판 양키스의 2루수로 데뷔하게 된다.

올 시즌에는 스탈린 카스트로라는 예기치 못한 선수가 트레이드되어오며 58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1루수(25경기), 우익수(23경기), 2루수(8경기), 좌익수(5경기), 3루수(1경기) 등 다양한 포지션에 출전하며 25세지만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차기 양키스 주전으로서 스텝을 밟아가고 있다. 그 역시 여러 언론을 통해 한국계임을 당당히 밝혀왔기에 WBC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부모님과 함께한 학창시절의 레프스나이더
이처럼 찾아보면 분명 뛰어난 한국계 선수들이 있고 본인들도 충분히 WBC 참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여지도 있다. 지나치게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 기용 가능한 자원을 모두 검토해 최고의 전력을 갖춘 대표팀을 꾸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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