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성남FC와 강원FC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20일)을 끝으로 프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2016 K리그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FA컵 결승(FC서울vs수원삼성)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전북현대vs알아인) 뿐이다. K리그의 공식일정은 사실상 20일 승강PO를 끝으로 모두 종료된 것.

늘 그렇지만 2016년의 K리그는 다사다난했다. 기쁜 일도 있었지만 미간이 찌푸려지는 일들도 많았다. 가장 굵직굵직했던 사건들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2016 K리그를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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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막고 욕설 항의에 뜬금 사임까지…감독 수난시대

유달리 감독들의 수난이 많았다. 일단 울산 윤정환, 수원 삼성 서정원, 인천 김도훈 감독은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경기 후 팬들이 구단버스를 가로막고 욕설 등을 섞어 항의하는 것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물론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인천은 개막 후 11경기 연속 무승(4무 7패)에 그치자 팬들의 집단행동이 나왔고 울산은 ‘동해안더비’로 불리는 포항전에서 무려 0-4, 대패와 FA컵 4강에서 경기 종료 직전 두골을 먹으며 역전패 당해 결승진출이 무산되자 팬들이 버스를 가로막았다. 수원 삼성은 후반 추가시간에만 2골을 내주며 1-2로 패하며 팀이 하위권으로 처지자 팬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러나 그동안 K리그에서는 과격한 팬들의 집단행동이 없었지만 올해만 총 4차례의 ‘버스 가로막기’가 나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감독사임도 유달리 많았고 그중 성적과 별개로 뜬금없는 사임도 나왔다. 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던 감독 중 시즌 종료까지 버틴 감독은 고작 5명이다. 도리어 중간에 바뀐 경우가 7개팀이나 됐다.

2016 3월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 감독들의 모습. 이중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감독은 5명 뿐이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우승팀 서울은 최용수 감독이 시즌 중 중국 장쑤 쑤닝으로 떠나 황선홍 감독이 부임했고 제주와 전남은 조성환-노상래 감독이 P급 라이센스가 없기에 시즌 막판 수석코치로 강등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맞았다.

울산은 윤정환 감독이 시즌을 마쳤으나 재계약을 하지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포항, 인천, 성남은 모두 시즌 중 성적부진으로 기존의 최진철, 김도훈, 김학범 감독이 모두 사임했다. 챌린지도 시즌 중 대구, 서울 이랜드 등의 감독이 바뀌었다. 시즌 후에는 부산, 대전이 감독 교체를 했다.

겨우 생존률이 절반도 안 되는(12팀 중 5팀만 감독생존, 41%) 극한 직업이 바로 K리그 클래식의 감독이다.

▶리그 판도와 평가 자체를 흔들어놨던 전북의 심판매수 사건

2016 K리그는 이 사건으로 '흑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기게 됐다. 바로 전북의 심판매수 사건이다. 전북 스카우트가 2013년 심판에게 수백만원의 금품을 건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심판 매수를 통한 승부조작으로 볼 수밖에 없는 큰 사건이었다.

이미 올 시즌 직전 경남FC가 전임 사장의 심판매수 사건이 있어 승점 10점 삭감의 징계를 받은 바 있었지만 ‘아시아 최고 구단’을 꿈꾸는 전북이 그랬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었다.

결국 해당 스카우트 차모씨가 재판에 넘겨졌고 9월 1심에서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는 것으로 형이 확정됐다. 연맹도 나섰고 전북에 승점 9점 삭감의 징계를 처분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전북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을 했고 또한 연맹이 향후에 이런 일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팬들은 K리그 경기에서 다소 심판판정이 애매할 때면 자연스레 ‘매수 아니야?’라는 쑤근거림이 끊이지 않았고 ‘심판매수’사건은 가뜩이나 야구에 밀려 관중동원력이 약한 축구인기에 찬물을 끼얹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전북의 심판매수와 연맹에 대해 항의하는 팬들의 걸개. 스포츠코리아 제공
당시 전북이 받았던 승점 9점 삭감은 시즌 최종전에서 FC서울에게 역전우승을 허용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다. K리그의 우승 판도는 물론 대내외적인 평가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전북의 심판매수 사건이다.

▶서울의 역전우승, 성남-인천의 엇갈린 희비

한 시즌을 말할 때는 순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승을 누가했고, 어떤팀이 ACL진출 티켓을 따냈으며 어떤팀이 강등을 당하고 혹은 살아남았는지가 축구를 보는 이유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2016 K리그는 최종전에서 대부분의 중요순위가 모두 결정돼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점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38경기나 진행하다보면 각팀의 수준차이로 인해 조기에 순위가 결정되는 경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마지막 경기까지 볼 수밖에 없었다.

우승이 참으로 짜릿했다. 최종전을 앞두고 전북과 서울은 승점 동률에 다득점에서 전북이 앞서고 있었다. 마침 최종전은 전북과 서울의 경기. 전북은 이기거나 비기면 우승이고 서울은 무조건 이겨야만 우승인 상황이었다.

상대전적, 전력차이, 전주에서 열린다는 점 등 모든 면에서 전북이 유리했다. 하지만 서울은 팀의 상징적 존재인 박주영이 기적 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1-0으로 승리하며 역전우승에 성공했다.

강등 경쟁도 우승만큼이나 거짓말같은 각본의 연속이었다. 최종전을 앞두고 인천은 11위로 승강PO진출이 유력했다. 반면 성남은 9위였고 포항원정에서 비기기만해면 무조건 최소 10위는 확보였다.

하지만 인천은 자신들을 무조건 큰점수차로 이겨야하는 수원FC를 상대로 홈에서 1-0승리를 거뒀다. 마침 포항에서 열린 포항과 성남의 경기에서 포항이 1-0으로 승리하면서 최종순위는 포항 9위, 인천 10위, 성남 11위, 수원FC 12위가 되고 말았다.

인천의 잔류확정 후 경기장에 난입한 유쾌한 장면. 인천 제공
같은 시각 열렸기에 종료시간도 거의 비슷했고 인천 팬들은 이날 승리로 클래식 잔류가 확정되자 경기장에 모두 들어와 선수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가히 이 모습은 2016 K리그 올해의 포토제닉으로 뽑아도 과언이 아닌 모습이었다.

반면 성남은 8월까지만해도 2017시즌 ACL진출을 넘볼 정도로 건재했지만 9월 김학범 감독 퇴임 후 1승2무6패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추락하다 끝내 승강PO까지 나가고 말았다. 인천의 극적인 생존에 따른 환희와 성남의 가파른 절벽 같은 추락이 주는 허무함은 그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에 더 기억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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