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현대식 빌딩안의 실내 야구장.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흡사 한 여름에 두꺼운 외투를 입은 사람을 보는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은 채 ‘한 여름의외투’가 아닌 ‘사막의 오아시스’를 자처하는 곳이 있다. 바로 개관을 앞두고 있는 ‘야구학교’다.

야구학교의 코칭스태프. 사진 왼쪽부터 이학주 플레잉코치, 최주현 감독, 임호균 감독, 마해영 코치. 야구학교 제공.
스포츠기록통계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는 오는 20일 ‘야구학교’ 개교식을 앞두고 있다. 야구학교는 야구 입문부터 전문교육, 재활까지 가능한 선진화된 야구 아카데미로 KBO리그의 명장으로 손꼽히는 김응용 전 한화 감독이 총 감독을 맡고 있다.

김 감독 이외에도 최주현 전 휘문고 감독, 임호균 전 LG 투수코치, 마해영 코치 그리고 이학주 플레잉 코치, 강흠덕 전 두산 트레이닝 코치까지 합류했다. 여기에 지난 16일에는 박명환 전 NC 투수코치까지 합류를 결정했다. 여느 프로팀 못지않은 화려한 코칭스태프 라인업이다.

야구학교가 화려한 면면을 가진 코치진을 구성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마추어와 엘리트 그리고 프로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고의 야구 양성소를 꿈꾸는 만큼, 이에 걸맞은 코치진을 구성한 것.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결코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하는 적극적 행보인 셈이다.

야구계의 쟁쟁한 인사들을 야구학교라는 한 울타리 안에 모아두는 데 큰 역할을 한 주인공은 KBO에서만 무려 34년간 재직하면서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상일 사장이다. 그는 프로에서도 잔뼈가 굵은 코칭스태프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 “선진형 야구학교를 표방하는 만큼, 코칭스태프의 전문성 확보에 온 힘을 기울였다”라고 밝혔다.

이상일 야구학교 사장.야구학교 제공
실제로 플레잉코치이자 다년간 미국 마이너리그(트리플 A)에서 뛰었던 이학주도 야구학교에서 몸을 만들며 국내 프로야구에 도전할 예정이다.

‘엘리트 선수의 프로 구단 입단까지도 돕겠다’라는 '야구학교'의 포부가 감언이설이 아님을 이학주가 몸소 증명해보이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해외 구단에 곧바로 입단한 선수는 계약 종료 시점 기준으로 2시즌 간 국내 프로팀에 입단할 수 없다'는 규약에 묶여 당장은 KBO리그에 뛸 수 없다.

물론 야구학교는 자신들의 궁극적 목표이자 설립 취지를 잊지 않았다. 좀처럼 정상급 선수들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야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찌감치 뿌리, 즉 '유소년 야구'부터 튼튼하게 가꾸겠다는 것.

이상일 사장은 "현재 한국의 야구 선수들은 중·고교 그리고 프로를 거치면서 매번 훈련 방식의 전면 개편을 요구받는다"면서 "일관성이 결여된 훈련으로는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대형 선수를 기대할 수 없다. 유소년 단계부터 높은 수준의 체계적인 훈련시스템을 적용시킨다면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유소년 야구선수들을 양성, 추후 ‘유소년 야구단 창단’까지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야구학교의 2층 실내 훈련장. 야구학교 제공
팀명은 물론 마스코트까지 정했다. ‘블루 판다스’가 바로 그것. 야구학교는 한국 야구의 근간인 ‘유소년 선수’들의 올바른 야구 지식습득이 결국 야구계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야구학교는 궁극적 목표인 유소년 야구단 창단을 위해 최첨단 훈련 시설까지 다 갖췄다.

빌딩의 1~3층을 모두 사용하는 야구학교는 1,2층 도합 350평 규모의 실내 훈련장과 다양한 트레이닝 기구들이 즐비한 재활 센터까지 마련했다. 심지어 여자야구까지 저변을 확대하고자 여성 전용 라커까지 별도로 만들었다.

특히 1,2층에 마련된 실내 훈련장은 일반인들을 위한 티배팅 장비는 물론 투구궤적추적시스템(PTS)과 타구추적시스템(HTS), 타격 훈련 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집진장치 등 최첨단 시설이 갖춰질 예정이다.

이 사장은 "각종 정밀 지표들을 산출해 교육성과를 극대화하고자 시설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특히 두 명의 투수가 동시에 오를 수 있는 고정형 마운드 구축을 위해 해외에서 직접 흙을 공수 해올 정도. 이 사장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쓰이는 흙과 동일한 흙을 사용해 최대한 실제 경기장과 같은 훈련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훈련시설이 최신식으로 갖춰진 점은 야구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야구학교가 다른 아카데미와 가장 차별화 되는 부분은 바로 ‘재활’이다.

이 사장은 "2층에 트레이닝실을 마련해 각종 운동기구들을 배치했다"며 "추가적으로 새로운 기구들을 들여올 계획이다. 3층에는 스트레칭이 가능한 재활 서비스실도 갖춰놓았다"라고 재활 시설을 소개했다.

여기에 트레이닝 분야의 산증인으로 평가되는 강흠덕 전 두산 2군 트레이닝 코치를 트레이닝 센터장으로 임명한 것은 야구학교가 재활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상일 사장은 "시설과 스태프들은 중·고교 엘리트 선수들은 물론 프로 선수들의 재활까지도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수준이다"라고 자부했다.

여러모로 체계화 된 훈련 시스템과 시설을 갖춘 야구학교.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당면 과제는 바로 실전 경기가 가능한 ‘옥외 경기장’을 구하는 것. 현재 실내 시설에서 선수들은 투·타 훈련이 모두 가능하지만 정식 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야구학교의 2층에 위치한 피트니스실.야구학교 제공
야구학교는 가장 먼저 빌딩 옥상을 옥외 경기장으로 만들고자 했지만 절차상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아 이를 포기했다. 다각도로 경기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학교가 위치한 성남시 주변에는 정식 야구장이 단 3개면에 불과해 쉽지 않다.

경기장 확보 문제에 대해 이 사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경기장을 계약하는 것은 물론 직접 부지를 매입해 경기장을 건설하는 방법까지도 고려 중이다”라고 답했다.

다행스럽게도 경기장 확보를 위한 시간은 어느 정도 주어졌다는 것이 이 사장의 설명. 그는 "실전 경기를 치르기 힘든 겨울철이 곧 다가온다"며 "이듬해 3월까지 시간을 두고 경기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이상일 사장은 최근 ‘여름 보다 뜨거운 야구 이야기’라는 책을 내놓았다. KBO에서 근무하던 지난 34년간을 돌아본 일종의 회고록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여름 보다 뜨거운 야구 이야기’라는 책의 제목은 야구학교의 정신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불모지나 다름없는 유소년 야구를 위해 ‘여름 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야구인들이 의기투합해 창단한 곳이 바로 야구학교다. 블루 판다스 출신의 프로 선수 배출이라는 원대한 꿈을 지닌 야구학교의 힘찬 첫 발걸음이 야구계 지각 변동으로 이어지는 파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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