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내가 이러려고 K리그 시상식 봤나….’

2016 K리그 대상 시상식이 뒷말이 많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8일 서울 홍은동 서울그랜드호텔에서 시상식을 개최했으나 여러 논란과 의혹을 남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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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는 하지만 납득은 힘들었던 클래식 감독상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의 올해 최고의 감독을 뽑는 감독상은 후보부터 논란이 많았다. FC서울에 짜릿한 역전우승을 안긴 황선홍 감독이 유력했지만 황 감독은 지난 6월부터 팀을 맡았다. 5개월 정도 팀을 지휘하고, 팀의 첫 15경기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고 감독상을 받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게다가 황 감독 부임 직전(15라운드) 서울과 전북의 승점 격차는 고작 1점차(전북 31, 서울 30)였다. 하지만 그 사이 전북이 2013년 심판매수건으로 인해 승점 9점 삭감의 징계를 받아서 그렇지 원래 같았으면 38라운드 최종전 후 전북과 서울의 승점차는 6점이다(원래 승점 전북 76 서울 70).

황 감독 부임전 승점 1점차였던 원래 격차가 부임 후 6점으로 더 벌어진 것이다. 황 감독이 부임 후 승점 격차를 더 줄여 우승을 시킨 것도 아니었기에 전북의 징계가 아니었다면 우승이 불가능해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북 최강희 감독에게 주기도 애매했다. 전북은 그래도 준우승팀이 아닌가. 남은 후보인 울산 윤정환 감독에게 줄 수도 없었다. 윤 감독은 시즌 중 팬들의 신망을 잃어 두 번이나 팬들의 버스막기가 된 희생양이기도 했다. 또한 울산의 리그 4위 성적은 딱히 울산이라는 팀의 네임밸류를 감안하면 호성적이라 보기도 어렵다.

사실 감독상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제주 조성환 전 감독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제주를 리그 3위로 안착시킨 장본인이 바로 조성환이다. 하지만 조 감독은 시즌 막판 AFC가 요구하는 P급 자격증이 없어 김인수 감독에게 지휘봉을 내주고 수석코치로 내려갔다. 유력 감독상 후보가 코치가 됐으니 그에게 주기도 애매했다.

황선홍의 감독상 수상은 납득은 안 되더라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딱히 후보군이 없고 모두가 결함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챌린지 감독상, 감독대행이 받는 아이러니

K리그 챌린지 감독상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감독상 수상자는 대구의 손현준 감독대행이다. 대구는 지난 8월 중순 이영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임했다. 손 감독대행은 약 3개월만 팀을 지휘했고 리그 2위로 자동승격 자격을 얻으며 대구를 클래식으로 승격시켰다.

물론 3개월만에 팀을 반등시켰다는 점은 대단하다. 하지만 손 감독대행은 고작 3개월밖에 팀을 운영하지 않았고 게다가 정식감독도 아니다. 정식감독도 아닌 지위에서 감독상을 받은 손현준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대구 외에 감독상을 줄 후보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안산 무궁화를 우승으로 이끈 이흥실 감독이 아예 후보군에 조차 빠진 것은 충격이었다. 물론 안산 무궁화는 내년이면 아산으로 연고지를 옮긴다.

K리그 챌린지 수상자들.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명백히 올해는 안산 무궁화로서 존재한 팀이었고 결국 우승도 해냈다. 우승팀 감독인 이흥실이 아예 감독상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다.

또한 강원FC를 챌린지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승리시키고 성남FC와의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킨 최윤겸 감독이 감독상을 받지 못한 것도 의문이다. 최 감독은 딱히 뛰어나지 않은 전력을 가진 강원을 한 해 동안 지휘하며 끝내 승강플레이오프까지 진출시켰다.

챌린지 감독상은 후보군 선정부터 시작해 감독대행에게 감독상을 주는 아이러니의 끝을 보여줬다.

▶8골의 울산 김승준의 영플레이어상 후보 제외, 김동찬의 MVP수상

울산의 공격수 김승준은 30경기 8골 2도움으로 23세 이하에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 후보군 중에 최다골을 넣은 선수다.

하지만 김승준은 3명의 후보로 추려진 연맹 후보선정위원회가 뽑은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제주의 안현범, 성남 김동준, 인천 송시우가 선정된 것.

물론 세 선수 모두 뛰어났다. 하지만 김승준은 무려 8골을 넣고도 아예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는 점은 논란이 일수밖에 없었다. 물론 김승준이 올라왔어도 워낙 뛰어났던 안현범의 신인왕수상을 막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8골이나 넣은 김승준이 정말 최종 후보군에조차 들지 못할만한 선수였는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또한 챌린지 MVP로 선정된 대전의 공격수 김동찬이 정말 MVP를 받을 정도인지도 의문이다. 김동찬은 올 시즌 39경기에 나와 20골을 넣어 챌린지 득점왕을 차지했다. 뛰어났다. 하지만 대전은 7위로 5위까지 주어진 챌린지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다. 20골을 넣었다는 것을 제외하곤 그 어떤 부분도 MVP수상이 힘든 김동찬이 꼭 MVP여야 했을까.

▶감동의 MVP 정조국, ‘토종 프리미엄’ 논란

정조국의 MVP 수상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정조국은 20세였던 2004년, 신인왕을 차지하며 한국 축구를 이끌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오랜 세월을 방황했다. 지난해에는 평생을 몸 바친 FC서울에서 주전경쟁에까지 밀리며 은퇴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평생 서울맨’의 자리를 박차고 올 시즌 광주라는 낯선 곳으로 와 31경기 20골로 득점왕에 등극하며 13년만에 다시 시상식장에 당당히 선 정조국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특히 아내이자 배우인 김성은이 시상을 해주는 모습은 시상식 최고의 명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정조국이 MVP에 어울리는 선수였을까. 물론 20골로 득점왕에 오른 것은 뛰어났다. 하지만 소속팀 광주는 우승은커녕 8위에 그쳤다. 광주 입장에서는 뛰어난 성적이었지만 강등 플레이오프에 나간 성남과는 고작 승점 4점차로 압도적이지 못했다(광주 승점 47, 성남 43). 또한 팀 전체 득점의 절반에 가까운 득점(광주 41득점, 정조국 20득점)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에게만 집중된 공격을 하기 쉬웠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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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울의 오스마르의 경우 K리그에서 보기 힘든 ‘외국인 주장’이라는 위치에서 서울에 4년만에 리그 우승을 안겼다. 게다가 오스마르가 미드필더로 서면 포백, 수비수로서면 스리백으로 변하는 서울의 전술 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했다. 또한 무려 38경기 중 단 1경기를 빼고 모두 출전(37경기)했다는 점 역시 선수의 가장 기본인 ‘경기 출전’에 충실했다는 점을 높이 살 수밖에 없다.

시상식 때마다 나오는 ‘토종 프리미엄’에 대한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과연 정조국이 외국인 선수였다고 해도 MVP가 가능했을까. 아니 MVP후보라도 될 수 있었을까. 또한 오스마르가 한국인 선수였다면 MVP를 받지 못했을까. 역으로 생각해보면 대답은 간단하다. 외국인 선수들은 얼마나 큰 자괴감을 느꼈을까.

▶팬 없는 시상식, K리그에 팬은 이거밖에 안되는 존재인가

이번 시상식에서 일반 팬들의 시상식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상을 기다리는 선수들 뒤에는 일반 팬들도 함께 앉아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나 팀의 수상을 응원하기도 했다.

물론 시상식에 팬들이 와서 분위기가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시상식에 어울리지 않는 야유가 나오면 생방송이 되는 시상식에서 곤란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스포츠에서 가장 숫자가 많고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되는 팬을 시상식에 초청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연맹 측은 “장소가 협소했다”고 하지만 장소가 협소했다면 더 큰 체육관을 빌려도 되고, 안되면 경기장을 빌려서라도 하면 된다. 핑계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전북의 심판매수와 관련해 솜방망이 처벌에 나온 것을 항의하는 팬들이 시상식에 들어올까 걱정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자체로 이미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팬이 없는 시상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계자들끼리만 하는 시상식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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