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이장석 대표.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야구계에서 이장석이라는 이름은 극과 극으로 확실하게 갈린다. 영화 '머니볼'의 모델인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빌리 빈 단장의 이름을 딴 애칭인 '빌리 장석'이라는 별명처럼 그를 뛰어난 구단주로 평가하는가 하면 '장사꾼', 좀더 심하게 이야기 하면 사기꾼이라는 별명도 함께 가지고 있다. 넥센을 이끌고 있는 이장석 대표에 대한 시선은 비주류 입장에서는 신선하고 도전적이며 대단하지만, 주류 입장에서는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고 있다고 폄훼한다. 이장석 대표가 KBO리그에 들어오는 과정도 정상적인 루트는 아니었다. 지난 2007년 현대 유니콘스가 모기업의 지원 중단으로 해체 위기에 몰렸다. 그저 야구만 하면 될 줄 알았던 선수들에게 구단 해체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대기업과 태동을 같이한 국내 프로야구계에서 이 대표의 야구단 인수는 그 자체로 파격이었다. 적극적으로 영입하려던 대기업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지만 국내 최초로 기업이 아닌 개인이 야구단을 소유하는 전무후무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렇게 이 대표는 KBO에 가입비 120억을 내는 조건으로 팀을 인수했고 서울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팀을 재정비했다. 다음 행보도 놀라웠다. 최초로 네이밍 스폰서라는 제도를 받아들였고 창단 첫 해인 2008년에 우리담배와 스폰서십을 맺고 '우리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야구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우리담배와 히어로즈 사이의 갈등과 더불어 KBO 가입금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2009년 히어로즈는 스폰서 없이 한 시즌을 뛰었다. 말이 많았다. 주축 선수인 정성훈, 황재균, 장원삼, 이택근을 타 팀에 보내며 자금을 끌어모았다.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이 대기업도 버거워하는 야구단을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 나왔다. 팬들 역시 이 대표를 향해 '선수팔아 구단운영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부었다. 2011년까지 선수를 대거 타 구단에 팔면서 넥센은 철저하게 장사하는 구단으로 인식이 박혔다. 물론 성적도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트레이드를 통해 금액 대비 효율성이 높은 선수를 차례로 영입했다. LG에서 데려온 박병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표는 멈추지 않았다. 2013시즌, 김시진 감독 대신 스타 출신이 아닌 염경엽 코치를 과감하게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름 값이 아닌 오로지 실력 하나로만 선택했다. 당시 염 감독은 "이 대표가 왜 저를 선택했는지 이유를 들어보니 베팅이라고 하더라. 그 베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취임식에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염 감독 체제 하에 넥센은 그해 창단 첫 가을야구에 입성하며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리고 2014시즌, 잠재력이 제대로 터진 박병호와 강정호를 데리고 넥센은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삼성에게 막혀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 대표의 감독과 선수를 보는 눈, 그리고 자금력이 부족한 구단 사정을 극복하고 좋은 성적을 남기자 그를 대하는 야구계의 시선은 조금씩 달라졌다.넥센은 2015, 2016시즌에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강팀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와 박병호, 그리고 팀 주축 선수였던 마무리 손승락과 유한준이 모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을 앞세워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일궈낸 성적이기에 넥센의 행보는 매년 팬들의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부침도 있었다. 2008년 당시 히어로즈의 KBO리그 가입금을 두고 재미교포 사업가인 레이니어 그룹의 홍성흔 회장과의 투자 관련 계약이 헝클어지면서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사기 및 횡령 혐의를 받은 이 대표는 출국 금지까지 당했고 구단과 개인 자택 역시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 게다가 2016시즌, 리그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KIA를 물리치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라온 LG에게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패하며 가을야구가 일찍 끝났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성적 부진을 이유로 염경엽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 패배 이후 자진 사퇴했다.
넥센 장정석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실제로 올해부터 이장석 대표와 염경엽 감독과의 사이가 조금씩 틀어졌다. 구단주로서의 이 대표의 입김은 여전히 팀에서 절대적인 반면, 이제는 스타 감독이 되어 점점 입지가 커져가는 염 감독을 넥센 입장에서는 견제할 수 밖에 없었다. 자진 사퇴 과정에서도 염 감독은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였고, 구단과의 이야기는 없었다.그러나 이 대표가 생각하는 '시스템' 야구는 멈추지 않았다. 염 감독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장정석 운영팀장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중앙대를 거쳐 현대와 KIA에서 선수로 뛰었던 장 감독은 현장 지도자 경험이 없다. 줄곧 프런트로 일해왔다. 현대를 거쳐 넥센에 이르기까지 1군 선수들의 사소한 것을 모두 챙겨주는 매니저도 경험했다. 운영팀장으로 뛰면서 넥센의 야구에 대해 가장 높은 이해도를 가진 인물이었다는 것이 이 대표가 그를 감독으로 선임한 이유였다. 1982년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현장 지도자 경험이 없는 감독은 역사상 처음이다. 물론 장 감독의 뒤를 받쳐줄 적임자로 심재학 타격코치를 수석코치로 내세우며 그를 돕게 했지만 이 대표의 파격인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프로 선수로 뛴 경험이 없는 김동우 전력분석원을 배터리 코치로 임명했다. 김 코치는 현대시절 불펜포수를 거쳐 히어로즈 창단부터 쭉 함께 해왔다. 선수에게 실질적인 포구나 볼 배합을 지도하는 대신 전력분석에 능한 김 코치를 덕아웃에 앉혀 보다 세밀한 시스템 야구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처럼 이 대표는 기존 프로야구에서는 보기 힘든 변화를 줬다. 이 대표는 장 감독의 선임에 대해 "우리 선수와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믿고 맡길 인물이다. 장 감독은 선수와 같이 지난 9년간 함께 호흡하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현장경험이 없다는 것은 수긍할 수 없다. 지도 경험이 없는 것은 맞지만 프로야구에서 '지도'는 코치가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만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시스템 야구'에서는 공장에서 돌아가는 톱니바퀴 부품처럼 감독도 언제든 대체가 가능한 존재다. 누가 봐도 넥센은 이제 이 대표가 구단주를 넘어 현장에도 자연스레 개입할 수 있는 팀이 됐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라도 이 대표의 넥센은 다시금 변화에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한국 야구의 '정상적인' 루트는 확실히 아니다. 비주류였다. 그럼에도 넥센이라는 팀을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 시키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도전했다. 어찌보면 도전이라는 말보다 실험에 가깝다. 그만큼 이번 이 대표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다. 성공하면 다시 한번 이 대표의 입지는 굳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하면 비난을 벗어나긴 어렵다. 2017년, 이장석의 넥센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스포츠한국은 매주 '스한 위클리'라는 주말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해드립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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