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2016~17시즌 프로농구가 22일 오리온과 KCC의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약 6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프로배구에 ‘겨울 스포츠의 꽃’ 자리를 넘겨줬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위기에 빠진 프로농구이지만 지난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태가 터지는 등 최악의 출발을 했던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한결 낫다.

KBL과 각 구단들은 비시즌 동안 인기 부활을 위해 다방면의 고민을 이어왔고, 팬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마케팅을 전반적으로 강화했다.

특히 올해는 신인 드래프트 순번 추첨과 지명을 이원화하면서 여러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를 비롯한 특급 유망주들이 프로 무대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높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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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정상의 자리 또 한 번 지킬까

지난 19일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를 통해 각 구단 감독 및 대표선수들이 야심찬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올해도 그들이 꼽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는 ‘디펜딩 챔피언’ 오리온이었다.

여러 팀들이 저마다 전력 보강을 이뤄냈지만 총 6개 구단 감독이 오리온을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팀으로 거론했으며, 선수들 역시 대다수가 오리온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을 수 있기를 소망했다.

지난해 우승 직후 “선수들이 우승의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한 번의 우승에 만족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추일승 감독은 미디어데이를 통해서도 “지난 시즌 챔피언에 올랐고 올시즌도 무난히 준비했지만 드래프트 이후 우승 전선에 차질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오리온이다. 재미있는 농구로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2가지 우승을 모두 해보고 싶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비록 잭슨과 이현민의 공백을 무사히 채울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포워드 라인에서 FA를 모두 잡았고, 새 외국인 오데리언 바셋까지 순조롭게 적응한다면 충분히 지난해 영광을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 우승 경험 자체가 선수단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한층 더 강력해진 오리온의 모습을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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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도전자들

하지만 오리온의 2연패 저지를 벼르고 있는 팀들의 전력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먼저 정규시즌 1위에 오른 뒤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던 KCC 역시 다수의 감독 및 선수들에게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지난해 최고의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이 올시즌 직전 열린 아시아프로농구 챔피언십에서 무려 평균 42.3점 11.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알렸고, 하승진의 뒤를 받칠 빅맨 주태수와 한준영을 트레이드 및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했다. 지난해 고졸 루키로서 존재감을 떨친 송교창의 성장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KGC인삼공사 역시 지난해 시즌 전보다는 경계심이 다소 떨어진 상태이지만 여전히 풍부한 토종 선수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몸 관리 및 외국인 선수의 활약만 뒷받침 된다면 충분히 대권을 노려볼 수 있는 팀이다. 모비스도 지난 몇 년 동안 수차례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 역시 탄탄한 전력을 자랑했는데 신인 1순위 지명권까지 얻는 행운을 누리면서 더욱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

이밖에 김태술을 영입한 삼성, 윤호영이 부상에서 돌아온 동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기대를 받고 있는 LG, 스피드 농구를 강화한 SK, 백업 멤버를 보강한 kt, 골밑과 가드진 약점을 동시에 채운 전자랜드까지 모든 팀들이 6강을 기본, 그 이상의 목표를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저마다 자신감을 드러낸 만큼 올시즌은 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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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빅3의 위용, 프로에서도 통할까

지난 시즌 KBL은 전체 1순위 문성곤이 팀내 입지를 다지지 못하는 등 신인들의 활약이 역대 손에 꼽을 정도로 미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다르다. 모비스에 1순위로 지명된 이종현의 경우 서장훈-김주성의 뒤를 이을 최고의 골밑 자원으로 기대를 받고 있으며,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고려대 2년 선배 이승현과의 불꽃 튀는 설전을 통해 새로운 라이벌 탄생을 예고했다.

2순위 최준용(SK)도 다재다능한 능력과 함께 잠재력만큼은 이종현마저 넘어선다는 평가가 있으며, 3순위 강상재(전자랜드) 역시 희소성 있는 스트레치형 빅맨으로서 당장 프로에서는 가장 빠른 적응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빅3로 분류된 3명의 선수 뿐 아니라 고교 시절부터 최고의 가드로 인정받았던 천기범(삼성), 제2의 김종규를 꿈꾸는 박인태(LG), 공격력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박지훈(kt)과 최성모(동부), 부상만 없다면 로터리픽으로도 손색이 없었던 김철욱(KGC인삼공사) 등 올시즌에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으는 신인들이 많다.

이밖에도 우여곡절 끝에 실업팀에서 프로의 문턱을 넘어선 김준성(SK), 가장 마지막으로 호명된 주긴완(모비스) 등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선수들이 지명식 당시 흘렸던 눈물을 이제는 코트 위에서 감동의 땀방울로 바꿔놓을 수 있을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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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력, 구관이 명관?

‘외국인 선발이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KBL에서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는 특히나 중요하다. 지난 시즌에도 에밋과 잭슨 등 단신 테크니션들이 농구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며 각 소속팀에게도 의미 있는 성과를 안긴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 에밋의 경우 올시즌에도 변함없는 기량을 시즌 전 이벤트 경기를 통해 입증하면서 각 구단의 경계대상 1순위로 떠올랐다.

또한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오리온)와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 역시 여전한 기량을 선보일 전망이며, 로드 벤슨과 웬델 맥키네스까지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재계약한 동부도 기량 검증 및 호흡의 문제에서는 걱정이 전혀 없다.

비록 팀을 옮겼지만 KBL 경력이 풍부한 선수들 역시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1순위로 kt에 지명된 크리스 다니엘스의 경우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이지만 무사히 복귀한다면 팀의 약점인 골밑 문제를 해결해줄 기량을 지녔고, 데이비드 사이먼(KGC인삼공사)도 KBL 무대를 처음 밟았던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찰스 로드(모비스)와 유재학 감독의 불꽃 튀는 신경전은 이미 미디어데이부터 많은 팬들을 즐겁게 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지만 KBL 무대에 처음 도전장을 던진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주목할 이는 많다.

특히 네이트 밀러(모비스)는 주희정, 김주성 뿐 아니라 팀 동료 양동근까지 노장 선수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키퍼 사익스(KGC인삼공사), 마이클 크레이그(삼성)도 토종 선수들에게 인상 깊었던 선수로 꼽혔다. 새 얼굴 중에서 가장 먼저 선발된 테리코 화이트(SK)를 비롯해 제임스 켈리(전자랜드) 등도 트라이아웃부터 주목을 받았던 출중한 기량의 소유자다.

한편 올해는 외국인 선수 출전이 4~6라운드에서는 1~3쿼터의 경우 두 쿼터는 2명, 한 쿼터는 1명의 외국인 선수를 자율적으로 기용할 수 있게 제도가 변경됐다. 때문에 매치업을 놓고서 각 팀 사령탑들의 눈치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며, 더욱 다양한 변수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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