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잠실학생=박대웅 기자] 소위 ‘이종현 드래프트’나 다름없었다. 좀 더 범위를 넓혀도 최준용과 강상재를 포함해 BIG3에게 온통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올시즌이 ‘황금 드래프트’인 이유가 단지 선수 3명의 존재감 때문만은 아니다.

KBL은 지난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6 KBL 신인드래프트를 개최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손에 넣은 모비스가 이종현, 2순위 SK가 최준용, 3순위 전자랜드가 강상재를 차례로 호명하면서 이변 없이 BIG3의 행선지가 가려졌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지난 3일 지명권 추첨을 사전에 완료하면서 이종현, 최준용, 강상재가 어느 팀 유니폼을 입게 될지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였다. 유재학 감독이 최준용 선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으나 골밑을 10년 이상 책임질 수 있는 이종현을 지나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했고, SK는 스피드 농구, 전자랜드는 골밑 강화에 최준용과 강상재가 2, 3순위로 지명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순번 추첨식 이후 신인들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기는 했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흘러간 결과로 인해 정작 지명식에서는 반응이 다소 덤덤했던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행사 당일에는 BIG3 지명 이후 각 팀들의 눈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졌고, 스틸 픽으로 꼽히는 선수 또는 많은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지명될 때마다 더욱 큰 함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전체 4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천기범(우). KBL 제공
삼성이 4순위로 지명한 천기범(연세대) 역시 부산중앙고 시절부터 ‘천재 가드’로서 명성을 떨쳤던 선수다. 대학 무대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번 드래프트에서 여전히 최고의 가드로 꼽혔고, 삼성으로서도 주희정, 김태술의 후계자를 일찌감치 낙점했기 때문에 가드 왕국의 부활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천기범은 “황금드래프트라고들 하는데 BIG3로 알려졌지만 나 천기범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당찬 소감을 밝혔다.

5순위 LG도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 박인태(연세대)를 선택했다. 당당한 체격 조건 뿐 아니라 기동력까지 갖춘 박인태는 김종규의 뒤를 받칠 빅맨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삼성이 천기범을 지명하면서 LG로서도 순번 내에서 가장 필요했던 포지션을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kt는 중앙대 가드 박지훈, 동부는 고려대 가드 최성모를 나란히 호명했다. kt의 경우 빅맨과 가드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고민을 가지고 있던 팀이었지만 박지훈의 폭발력과 잠재력에 기대를 거는 선택을 내렸다. 동부의 경우 김주성과 윤호영의 뒤를 이을 빅맨이 필요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김철욱의 몸상태에 대한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격력이 뛰어난 최성모(고려대)를 영입, 허웅, 두경민과 더불어 가드진의 깊이를 더했다. 8순위 지명권을 가진 KGC인삼공사로서는 오세근의 뒤를 받칠 중국 출신의 귀화선수 김철욱(경희대)의 가세로 골밑이 한층 탄탄해졌다.

KCC는 9순위로 한양대 빅맨 한준영을 선발했다. 최근 전자랜드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하승진 백업으로 주태수를 영입했기 때문에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이에 대해 추승균 감독은 “신체 조건이 좋은 빅맨은 희소성 면에서 영입하기 쉽지 않다. 8순위까지 예상했던 선수들이 모두 뽑혔고, 우리 역시 원했던 자원을 선택했다. 체중이 다소 늘어난 모습이었는데 혹독한 훈련을 통해 좋은 선수로 키워보겠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1라운드 마지막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지난해 우승팀 오리온은 김진유(건국대)를 호명했다. 대학리그에서 공격력만큼은 확실하게 인정받은 그는 가드진 전력이 약해진 오리온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이며, “못난 촌놈을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건국대 감독, 코치님께 감사하다”는 소감으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라운드에서도 알짜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들이 다수 지명된 가운데 김준성(SK)과 오종균(모비스)은 일반인 드래프트를 뚫고 프로에 발을 내딛어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김준성은 간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은 아버지의 사연을 비롯해 2년 전 드래프트 낙방 이후 실업팀인 놀레벤트 이글스에서 새롭게 농구 선수의 꿈을 키워 최근 전국체전에서는 연세대를 꺾는 중심에 서며 가장 큰 환호를 받았다.

김준성 뿐 아니라 4라운드 마지막 순위로 모비스에 호명된 주긴완 역시 지난해 실패를 딛고 꿈을 이뤄낸 직후 눈물을 펑펑 쏟아내 농구 팬들을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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