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대웅 기자
[스포츠한국 잠실학생=박대웅 기자] 1순위를 지명한 순간보다 더욱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 신인드래프트 최고의 히든 스타는 2라운드 9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은 김준성이었다.

SK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최준용(연세대)을 선발한데 이어 2라운드에서는 김준성을 지명했다.

문경은 감독의 입에서 김준성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잠실학생체육관은 그 어느 때보다 열광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준성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한 선수다. 2년 전 명지대를 졸업한 그는 드래프트에서 이미 낙방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동호회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며 농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놀레벤트 이글스 실업 농구단에 합류했다.

김준성은 최근 열린 전국체전에서 주가를 높였다. 모두가 1라운드 탈락을 예상했지만 조선대를 완파하며 이변의 시작을 알린 이글스는 특히 8강에서 대학 강호 연세대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경기 막판 맹활약을 펼친 김준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적이었다.

비록 상무와의 4강에서는 아쉽게 패했지만 이글스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농구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고, 김준성이 기어이 프로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지명 직후 김준성은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그랬다. 그런데 저희 부모님만 힘을 내라고 말씀하셨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재작년 드래프트에서 떨어졌을 때 아버지께서 항암 치료 후유증으로 누워계셨다”는 사연을 밝혀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김준성은 “내게 소중한 기회를 주신 박성근 감독님께 감사하고, 힘들게 농구를 해온 이글스 선수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SK 관계자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항상 겸손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를 밝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드래프트가 종료된 이후 김준성은 1~3순위에 선정된 선수 외에는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추가적인 인터뷰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농구 인생 사연을 밝혔다.

김준성은 “2년 전 드래프트 탈락 이후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기도 했고, 어린이 농구 교실에서 주말 강사도 했다. 장례식장 매니저 일도 했다. 나름대로는 뿌듯한 사회 경험이었다”고 밝힌 뒤 “1년 정도는 농구공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지인들이 재미로 동호회 농구에서 하자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농구 선수로서의 꿈을 키우게 됐다”는 재도전의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께서 큰 힘이 되어주셨다. 나도 집안 사정을 알고, 부모님도 잘 아실 텐데 내가 농구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며 ‘돈을 벌든 성공하든 결국 내 아들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서 다시 시작했다”며 “2년 전 드래프트를 앞두고 간암 판정을 받으셨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다. 하지만 당시 나는 아버지를, 아버지는 나를 걱정하셨고, 그 사이에서 어머니가 정말 많이 우셨다. 홀로 뒷바라지 하시면서도 시합이 있을 때는 언제나 응원을 하러 와주셨다. 그런 점들이 다시 일어서는데 큰 힘이 됐다”며 가족들에게 또 한 번 고마움을 전했다.

올해 3월 이글스에서 선수 모집 공고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며 대회 준비를 했지만 너무나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좌절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글스 농구 팀원 모두가 열심히 준비를 했고, 전국체전에서 좋은 성과를 남겼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음을 전하면서 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줄 것을 부탁했다.

김준성은 “내가 젤 잘 하는 것이 농구다.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성실하게 하려고 한다”며 프로에서도 성공 신화를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한편 문경은 감독은 “3년 전 드래프트에서도 여러 재능은 있었는데 전력분석팀에서 슈팅에 약점이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기록표를 뽑아보니 경기당 20점 이상씩을 기록했더라. 나도 슛을 쏴본 사람 중 하나지만 3년 사이에 그렇게 슛이 좋아지기가 어렵다. 노력이 보인 것 같았고, 트랜지션 때 안정성도 느껴졌다. 그 정도의 노력과 절실함이라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우리 팀 이미지에 화려한 농구가 있지만 그런 선수를 뽑았을 때 팀 분위기에 모범이 될 수도 있어서 선발하게 됐다”며 김준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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