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때는 ‘갓틸리케’라고 불리며 찬양받았다. 그러나 6월 스페인전 1-5, 대패 이후 조금씩 이상 기류를 보이더니 9월부터 시작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경기를 통해 졸지에 한국 축구의 `문제아'가 됐다.

과연 그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지도자 경력의 결함이 밑천이 드러난 것일까. 아니면 거스 히딩크 때도 그랬듯 여론은 기다려주지 못하고 믿음이 부족해 명감독에 시련을 안기는 걸까. 지난 일주일 한국 축구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었던 울리 슈틸리케(62·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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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전에 또 졸전… 실언까지 ‘총체적 난국’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2승1무1패로 3위(1위 이란, 2위 우즈베키스탄)에 랭크된채 10월을 마쳤다. 2위까지 러시아행 티켓이 주어지며 3위는 플레이오프에 나가야한다.

자칫하면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 6경기나 남은 긴 레이스이기에 현재의 순위가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3위라는 순위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3위라는 순위때문이 아니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전에는 선수선발 논란, 경기 중에는 전술 실종과 이에 따른 졸전, 그리고 경기 후에는 슈틸리케 감독 본인이 내뱉은 실언까지, 모든 면에서 축구 팬들은 대표팀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선수선발이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을 품는 이가 많다. 9월 A매치 당시에는 23인까지 선발이 가능함에도 굳이 20명으로만 팀을 운영해 스스로 팀전력 약화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장현수, 지동원, 오재석 등 원래 자기의 포지션이 있는 선수를 굳이 다른 포지션에 기용해 논란을 야기했다. 이 선수들이 잘했으면 상관없는데 마침 좋지 않은 결과의 원인이 그 포지션에 나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경기내용은 어떠한가. 중국전은 3-0까지 해놓고 2골을 내주며 비길 뻔했고 시리아전은 0-0, 말 그대로 졸전이었다. 카타르전은 전반 종료때는 1-2로 뒤지며 ‘수원 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 이란전은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졸전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 승리(3-2역전승)에도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자 ‘이란을 가면 안되겠다’며 서운함을 표해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이란전 패배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한국엔 없다’며 선수 탓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후 이 발언이 자신의 의도와 달랐다며 사과했지만 ‘말’로 인해 슈틸리케는 자승자박으로 총체적 난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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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밑천이 드러난 것인가

슈틸리케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원래 슈틸리케는 좋은 감독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기본 능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2년 가까이 일단 팀을 끌어오긴 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밑천이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슈틸리케는 선수로서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전설’로 추앙받을 정도로 뛰어났지만 지도자로서는 성공을 경험하지 못했다.

은퇴 직후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되어 지도자 생활을 출발했고 스위스와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에서 클럽 감독, 독일 청소년 대표팀 감독과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팀 감독, 중동에서 감독 생활 등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뚜렷한 업적은 없었다. 한국 대표팀 직전의 중동에서 감독 생활은 소속팀에서 성적도 좋지 못해 경질의 연속이었다.

히딩크의 교훈을 잊었나

슈틸리케를 옹호하는 입장은 지난 2년간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에서 큰 잡음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슈틸리케는 역대 최악이었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직후의 대표팀을 부임 3개월만에 27년만에 아시안컵 결승 진출로 반전시켰다. 또한 동아시안컵(2015)에서는 우승을 했다. 2015년 FIFA 가맹국 중 최소 실점률 기록(20경기 4실점 경기당 0.2실점)을 달성하는 기록을 양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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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생각날 수밖에 없는 것은 약 15년 전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히딩크 감독은 당시 만해도 비상식적이었던 훈련방법과 체코, 프랑스에게 0-5로 패하는 굴욕적 결과로 ‘오대영’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언제나 경질설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끝까지 믿은 결과 히딩크는 한국 축구사에 가장 위대한 업적(2002 한일월드컵 4위)으로 보답했다. 슈틸리케 역시 히딩크처럼 믿음을 주면 보답할 수 있음을 지난 2년간 보여줬다는 의견도 쉬이 넘길 수 없다.

기로가 될 우즈벡전, 슈틸리케도 국민들도 넓은 마음 필요할 때

경질 여론도 있지만 당장 대한축구협회가 나설 가능성은 0%다. 기로는 11월15일로 예정된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다. 만약 이 경기마저 개선의 여지없이 졸전으로 패하면 대한축구협회도 더 이상 비난여론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이미 A조에는 카타르와 중국이 감독 교체를 한 일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제 필요한건 넓은 마음이다. 슈틸리케나 국민들이나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슈틸리케는 비판 여론이 왜 나온 것인지 세심히 살피고 받아들일 부분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한다.

현재 대표팀에 대한 비난은 부진한 선수에 대한 지나친 믿음과 기용, 그리고 자신의 말로 야기된 오해가 대부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9월, 20인 엔트리 논란이 일어난 이후 사과하며 비판 여론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꽉 막힌 사람은 아니다.

또한 축구팬들 역시 조금은 더 넒은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분명 졸전이 많았고 결과도 만족스럽진 않지만 슈틸리케가 지난 2년여간 보여준 근면성실함과 이에 따른 결과를 지나치게 간과해서도 안 된다. 한번만 더 믿음을 보내줄 여지도 있다.

슈틸리케는 한창 인기가 많을 당시 ‘갓틸리케’라는 별명이 생기자 “축구인으로 40년간 살아왔다. 2연패만해도 평가는 180도 바뀔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고 상황을 예측했다면 그에 대한 해법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부디 밑천이 드러난 것이 아닌 잠시의 부진이며 우리의 믿음이 부족했던 것임을 깨우쳐주길 바랄 뿐인 한국 축구 팬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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