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시간을 되돌려 보자. 지난 2013시즌, 서울을 연고지로 하고 있는 세 팀이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시즌 최종전에서 LG와 두산은 잠실에서 만났고 넥센은 대전에서 한화를 만났다.

한 경기에 최종 순위가 결정되는 날이었다. LG는 두산을 잡아내며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고 두산은 3위, 넥센은 한화에게 잡히며 4위가 됐다. 그렇게 2013년 가을야구는 삼성을 제외하고 LG 두산 넥센이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서울찬가'를 불렀다.

해마다 서울 3개팀 가운데 최소 2개팀은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2014시즌은 두산이 6위로 고개를 숙였지만 LG는 시즌 도중, 감독 교체라는 장벽을 뛰어넘고 9위에서 4위로 올라가는 기적을 보여줬다. 그리고 넥센은 강정호와 박병호를 앞세워 플레이오프에서 LG를 잡고 한국시리즈까지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는 서울팀의 강세가 절정에 달했다. LG는 9위로 마감했지만 넥센은 4위로 진출하며 여전히 가을야구 단골이었고 김태형 감독의 두산은 3위에서 시작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시리즈까지 모두 14번의 가을야구를 치르며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올해도 서울에 있는 세 팀이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하면서 우승을 놓고 다투는 서울 삼국지가 펼쳐졌다. 지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의 가을이 다시 한번 무르익고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고 있는 '왕좌의 두산'

올해 두산은 KBO리그 사상 손에 꼽힐 만큼 강팀이었다. 투타에서 타 팀이 따라올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한 시즌 최다승인 93승1무50패(승률 0.650)를 기록하며 지난 2000년 현대가 기록했던 91승을 넘어서며 당당히 리그 1위가 됐다.

선발진이 너무 강했다. 지난 2006년부터 뛰었던 외인 선발 니퍼트가 22승을 따내며 리그 다승왕을 따냈고, 그와 원투 펀치로 호흡을 맞춘 마이클 보우덴이 17승, 두산 토종 좌완의 역사를 새로 슨 유희관이 15승, 꾸준함의 대명사인 장원준까지 15승을 따냈다.

일명 '선발 판타스틱4'로 불리는 선발진의 활약으로 두산은 KBO리그 최초로 한 시즌 15승 이상 투수 4명을 배출한 구단이 됐다. 물론 마운드가 이 정도의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타선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척척 들어맞았다.

장타력을 가지고 있는 오재일이 27홈런 97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김현수의 자리를 채운 박건우도 타율 3할3푼5리 20홈런을 기록했다. 내야에서는 국가대표 키스톤 콤비인 유격수 김재호와 2루수 오재원이 든든히 버텨냈다. 게다가 매년 두산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외인 타자 역시 에반스가 23홈런을 쳐내며 타선에 무게감을 실어줬다.

김재환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다.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을 기록, 개인 커리어하이 달성과 동시에 한 시즌 팀 최다타점과 득점, 그리고 구단 최초로 3할, 30홈런, 100타점, 100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그렇게 두산은 막강 타선을 앞세워 183개의 홈런으로 리그 1위를 찍었고 877타점과 935득점이라는 역대 한 시즌 최다기록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며 21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챙겼다.

넥센 염경엽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차포' 다 빠져도 넥센은 가을에 강했다

사실 올해의 넥센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강정호는 미국 해적팀, 박병호도 자신의 두 번째 트윈스 팀으로 갔다. 벤헤켄은 일본으로 갔고 안타왕 유한준도 kt로 떠났다. 불펜진의 핵심이었던 조상우와 한현희도 부상으로 빠졌다.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가을야구를 뛰며 서울의 강팀으로 자리잡은 넥센이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최하위권을 예상했다. 그러나 보기 좋게 예상을 깨버렸다. 넥센은 전반기를 48승1무36패로 마치며 5할 승률을 훌쩍 넘겼다. 후반기도 처지지 않았다. 치열한 가을야구 다툼 속에서 3위를 조용히 유지했고 가을에 입성했다.

'뉴페이스'의 활약이 있기에 가능했다. 올해 처음으로 1군에서 뛴 신재영은 15승을 따냈다. 2009년 이현승이 갖고 있던 14승을 뛰어 넘어 구단 국내 선수 최다승 신기록을 썼다. 손승락이 떠난 뒷문은 김세현이 등장하며 마무리 첫 해에 리그 세이브왕에 올라섰다. 고종욱과 포수 박동원은 다시금 업그레이드 됐고, 유격수 김하성은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주장 서건창은 여전히 날아다녔고 윤석민-김민성도 타선에 무게감을 실었다. 게다가 후반기 막판에 밴헤켄이 일본에서 돌아오며 선발진이 더욱 강해졌다. 평균이 강한 팀, 감독과 선수와 프런트의 조합이 척척 들어맞는 팀이 바로 넥센이었다.

넥센은 새로운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4년 연속 가을야구 입성에 성공, 이제는 LG와 두산 못지 않은 서울 야구팀의 자존심을 살리게 됐다. 와일드카드전에서 KIA를 제압한 LG를 상대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된 넥센은 다시금 우승을 향해 도전하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LG는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챙겼다

올해의 LG는 참으로 재미있다. 리빌딩을 차분하게 진행하면서도 가을야구 입성도 성공했다. 9위에서 허우적 대고 있을 때는 팬들이 외야에 양상문 감독의 '퇴진' 현수막도 걸고 잠실야구장 중앙 출입문 앞에서 시위도 했다.

맞는 말이었다. 전반기 내내 불안했다. 게다가 2015시즌을 9위로 마감하면서 올해는 성적마저 신경을 써야했다. 리빌딩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했던 LG에게 기대를 거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서서히 퍼즐이 들어맞기 시작했다. 우당탕 불안했던 외야진의 젊은 선수들이 조금씩 살아났다. 특히나 채은성을 중심으로 이천웅, 양석환, 이형종이 나란히 선의의 경쟁을 하며 실력이 급상승했다. 기존에 있던 문선재와 김용의가 더욱 분발한 것은 당연했다.

내야진에서는 LG 유격수 최초로 20홈런을 쳐낸 오지환이 제 몫을 해줬고 외인 히메네스는 LG가 사랑했던 외인 페타지니를 뛰어넘는 타율 3할8리 26홈런 102타점을 기록하며 4번타자와 3루를 완벽하게 채웠다.

마운드에서는 주장 류제국을 비롯해 우규민과 소사, 그리고 시즌 중반에 합류한 허프가 에이스급 활약을 선보이며 마운드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올해 첫 마무리로 낙점된 임정우가 26세이브를 달성, 뒷문을 책임졌다.

그렇게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하며 4위를 확정한 LG는 5위였던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극적으로 승리를 차지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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