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서운할 수도 있다. 이해한다.

그렇다고 마냥 이해해줄 수는 없다. 자칫하면 한국 축구사에 남을 치욕적인 경기가 될 뻔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이겼잖아”라고 얘기하기엔 너무나도 불안했고 이 불안함이 약체인 상대에게 2경기 연속 이어졌기에 비난 연론이 나온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 줘야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란을 떠나며 토로한 서운함은 가슴으로 이해하지만 머리로는 받아들이긴 힘들다. 대승을 했는데도 비난 여론이 나온 것이 아니라 겨우 이기고 나온 승리에 기뻐하기엔 너무나도 문제가 많았다.

연합뉴스 제공
슈틸리케 감독과 23인의 대표팀은 7일 오후 결전의 장소인 이란 테헤란으로 떠났다. 그야말로 ‘호랑이굴’을 향해 날아간 것이다.

그러나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떠나기전 취재진을 향해 아쉬웠던 감정을 터뜨렸다. 첫 질문이 나오자 질문 내용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먼저 꺼낸 것이다.

“카타르전(3-2 승)에 대한 비난과 질책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비판과 질책에 이란 원정을 가지 말아야하는 생각을 했다. 수적열세 속에 어려운 경기를 하면서 승리했음에도 응원을 전혀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승리했음에도 칭찬보다 비난여론이 많은 것에 대한 서운함을 폭발시킨 것이다. 주장 기성용 역시 입을 맞춘 듯 “카타르전에서 부정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승점 3점을 땄다. 비난과 비판보다는 응원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2승1무를 했다. 딱히 못하고 있지 않다”고 거들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발언이다. 평가전에서는 정말 제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월드컵 예선과 같은 경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결과 지상주의가 필요하다. 이기는게 최우선이다. 수비를 하고 이기든 대승으로 이기든 승점 3점을 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2승1무를 하고 카타르를 역전시키며 이긴 것은 박수 받아 마땅하며 칭찬을 들어야한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상대와 맞붙었느냐며 경기의 내용이다. 극단적으로 피지같은 팀에게 1-0으로 이겼다고 해서 박수를 원해서는 곤란한 것과 같은 선상이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은 자국마저도 ‘한국에겐 한수아래’라고 여기는 중국(피파랭킹 78위)에게 3-0으로 앞서다 2골을 따라잡혀 거의 비길 뻔했다. 내전으로 홈경기조차 할 수 없는 시리아(114위)에 0-0으로 비겼다. 그리고 인구가 고작 238만명으로 대구 인구(248만명)보다 적은 카타르(85위)에게 전반전까지는 1-2로 뒤지다 3-2 힘겹게 역전승했고 홍정호의 퇴장으로 수적열세까지 경험했다.

상대도 너무 약했고 경기 내용도 졸전이 계속 이어졌다. 이러다보니 한국 축구를 보는 국민들은 2승1무라는 겉만 번지르한 성적보다 허술한 안을 비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9월 A매치에서 굳이 20인명단을 고집하고, 시리아전에서는 말레이시아의 잔디를 탓하며 괜히 논란을 가중시킨 것은 슈틸리케 감독 본인이 아닌가. 이 부분은 본인 역시 인정하고 사과한 부분이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난파선과 같았던 한국 대표팀을 제대로 된 배로 수리한 것을 인정한다. 당시 만해도 한국축구는 절망의 끝과도 같았고 전국민이 분노하던 대상 1순위였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슈틸리케 입장에서는 ‘내가 와서 이렇게 팀을 바꿔놓고 결과도 냈는데 비난 여론이 많다’고 서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경기 약체들과의 경기에서 최악의 불안함만 낳은 대표팀을 보고 과연 이란 원정을 맘 편히 볼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 입장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기억한다. 지난해 11월 미얀마를 상대로 4-0으로 이겼는데도 일부에서는 ‘경기내용이 아쉽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필자는 당시 ‘4-0인데 뭘 더 어떻게 잘하란 말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슈틸리케를 옹호한 바 있다. 실제로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경기내용이 아쉬운 부분이 있어도 4-0이라는 스코어는 흔히 볼 수 없다.

그러나 카타르전은 다르다. 스코어도 한점차고 경기내용도 좋지 못했다. 승리했다고 자위하기엔 그 안의 내용과 질이 좋지 못했다. 승리가 장땡이 아니다.

아쉬움을 토로하기보다 ‘이런 경기를 해서 미안하다.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면 차라리 여론은 ‘아니다 이해한다’라며 감싸 안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이 토로한 서운함은 연속되는 졸전에 지친 국민들을 향하기에는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한 메아리일 뿐이다.

연합뉴스 제공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