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솔직히 캡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캡처를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정도로 에릭 라멜라의 SNS에는 한국어나 영어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욕이 담겨져 있다. 캡처를 떠봤자 모두 새까맣게 칠해야하니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판단을 해 캡처를 첨부하지 않았다.

그정도로 라멜라의 SNS는 한국팬들의 비난 융단 폭격이 가해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흥민과 페널티킥을 두고 누가찰지 잠시 실랑이를 벌였고 결국 라멜라가 차서 실축했기 때문이다. 물론 손흥민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손흥민을 사랑하는 가장 잘못된 방법이다.

토트넘은 2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0시 15분 영국 런던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맨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전반에만 2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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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토트넘은 최근 5경기 전승에 리그 유일의 무패팀이 된 것은 물론 맨시티가 올 시즌 개막 후 11경기 연속 이어오던 무패행진을 깨버렸다.

짜릿한 승리였다. 이날 EPL 최고의 빅매치였는데다 한국의 손흥민이 델리 알리의 골에 도움까지 기록했으니 기분이 덩달아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 한국팬들의 눈에 거슬린 딱 한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후반 19분 나온 페널티킥 장면이었다.

토트넘의 돌파 중 맨시티 수비진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좋다. 이제 키커를 정해야한다. 이때 손흥민과 라멜라는 서로 차겠다고 잠깐의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결국 라멜라가 차기로 했고 찼지만 클라우디오 브라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차서 성공했더라면 손흥민은 3경기 연속골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라멜라 때문에 이 기록은 깨졌고 심지어 라멜라는 넣지도 못했다. 굉장히 아쉽다.

아쉬움은 여기서 끝나야했다. 하지만 일부 한국팬들은 그렇지 못했다. 굳이 라멜라의 SNS에 들어가 양보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엄청난 비난을 쏟아 부었다.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욕이 한글이든 영어든 가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내용이 이런 것들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손흥민한테 양보하지. 왜 넣지도 못할걸 찼느냐’

물론 손흥민에 대한 애정은 이해한다. 굳이 자기 일도 아닌데 그 새벽에 SNS를 켜서 라멜라의 SNS에 들어가 글까지 남길 정도면 얼마나 손흥민의 팬이겠나.

하지만 이래선 안된다. 물론 일부의 몰상식한 행동이며 이 일이 한국팬들의 모든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라멜라도 알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몰상식한 행동이 일어날수록 도리어 한국 축구, 아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인식자체를 갉아먹는 행동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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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서의 일, 그리고 PK상황 등은 선수들이 풀 문제다. 그리고 토트넘의 PK우선순위에 손흥민보다 라멜라가 원래 먼저라면 라멜라가 차는 것이 당연하다. 이것은 한 팀의 정책이다. 그걸 가지고 팬들이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PK를 차지 않은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해선 안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8월 리우올림픽에서 축구대표팀이 8강에서 온두라스에게 0-1로 패한 바 있다. 이때 한국 몇몇 팬들은 당시 일명 ‘침대축구’를 구사했던 온두라스 선수들의 SNS에 들어가 손흥민의 사례와 비슷하게 욕으로 SNS를 도배한 바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해외에서 뛰는 인기 한국 선수가 다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되면 마치 자신들이 정의의 투사인 마냥 상대의 SNS에 들어가 대신 욕을 해주고 뿌듯함을 느끼는 부류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이것이 사랑이 아니다. 안티도 사랑이고 비판이라고? 비판은 정당한 절차와 논리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은 단순히 화풀이용 비난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일부의 일인 것은 안다. 하지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법이다. 아주 작은 사례로 전체를 판단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 시민 수준, 그리고 축구를 보는 수준이 자신으로 인해 세계인에게 결정된다고 생각된다면 이런식의 잘못된 사랑을 멈춰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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