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귀포=이재호 기자] 어느덧 2년차다. 오랫동안 제주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던 박경훈 감독의 그림자를 지워내고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지난 시즌 극적인 상위스플릿 잔류에 이어 올해 역시 상위 스플릿 잔류를 확정었다. 이제 목표는 3위안에 들어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강팀' 제주를 만든 조성환(46)은 충분히 성공적인 감독 2년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서귀포에서 만난 조성환 감독은 근심이 많았다. “경기 전날에는 근심이 많아 와인 한잔을 찾게 된다”는 지나가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제주에서 감독생활을 첫 발을 내딛었던 1년 반전의 ‘초짜’ 조성환을 넘어 호성적을 내고 있는 2년차 시즌 중의 조성환 감독에게 꿈꾸던 축구와 현실의 축구의 괴리, 그리고 결코 쉽지 않은 감독이라는 자리의 무게감에 대해 얘기해봤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화끈한 공격 축구’에서 수비적으로 변한 이유

제주의 축구는 화끈하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32라운드까지 58골로 경기당 1.81득점을 기록했다. 물론 제주보다 전북(32경기 59득점)보다 1득점을 더 많이 넣었지만아시아에서도 최강의 공격진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전북의 멤버구성을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반면 제주는 전북에 비해 지명도가 낮은 멤버에도 매 경기 2골가까이 넣는 화끈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홈에서는 무려 33골을 넣어 리그를 통틀어 홈 경기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걱정도 있다. 골을 많이 넣은 만큼 실점도 많았다. 50실점은 최하위인 수원FC의 47실점보다 많다. 많이 넣고 많이 먹었다. 그만큼 제주 축구는 ‘남자의 팀’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끈했고 조성환 감독은 말도 기쁜만큼 걱정도 많았다.

“솔직히 시즌 초부터 팬들에게 ‘제주의 색깔은 공격적이고 재밌는 축구’임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두골을 넣어도 그 득점을 지키기 위해 걸어 잠그지 않았죠. 그러다보니 3골 이상을 넣은 경기가 전체 경기 중 40%에 육박할 수 있었죠(12경기, 37%).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실점도 많아졌죠. 공격적이고 재밌는 축구를 추구하다보니 감내해야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8월 17일 수원FC 원정에서 무려 3-5 패배를 당한 후 제주가 달라졌다. 26일까지 최근 6경기에서 4실점만 했다. 6경기 중 리그 1위(전북), 2위(서울), 3위(울산)와의 경기가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변화였다.

“솔직히 상·하위 스플릿이 갈리는 시기다 보니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조금은 수비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거죠. 선수층도 두껍지 못하고 일주일에 3경기가 있는 등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었죠. 다만 갑자기 바뀐 제주의 색깔로 인해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목표로 했던 상위 스플릿 잔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조나탄 영입 실패… 이근호 부담 덜어줄 공격진 부재 아쉬워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제주는 지난해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득점왕인 조나탄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이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듯 제주는 조나탄 영입 경쟁에 가장 앞섰던 팀이었고 실제로 영입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조나탄이 결국엔 수원 삼성을 택했고 조성환 감독은 해결사를 영입하지 못한 것에 깊은 아쉬움을 표했다.

“제 지론은 검증되거나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한 선수만 데려온다는 겁니다. 필요하다고 해서 급하게 영입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조나탄 외에도 솔직히 몇몇 A급 선수 영입에 근접했지만 아쉽게 실패했죠. 상위권 팀과의 경기에서 기회를 잘 만들고도 결국 방점을 찍어줄 선수가 없는 부분이 나올 때마다 이적시장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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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정신적 지주인 이근호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근호는 경기장에서 120%를 보여주는 선수다.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최근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데 그 정도 선수를 대체할 한명 정도만 있어도 이근호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 조 감독이다.

▶‘감독 수난시대’ 속 2년차 감독이 살아남는 법

올 시즌 K리그에는 유독 감독과 관련된 사건이 많았다. 시즌 초 전남 노상래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부진한 성적에 대해 급작스러운 사퇴를 시사했다가 번복한 일도 있고, 울산 윤정환, 수원 서정원, 성남 김학범 감독은 팬들이 버스를 가로막고서 직접 나가 부진에 대한 사과와 해명을 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인천 김도훈, 성남 김학범, 포항 최진철 감독이 시즌 중 성적부진을 이유로 사퇴하기도 했다.

이런 ‘감독 수난시대’ 속에서 한국에서 딱 12개밖에 없는 K리그 클래식 감독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조성환 감독 역시 동질감과 불안함을 공유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직업군이 힘들겠죠. 하지만 분명 감독이라는 자리는 특수 직업이고 제 어깨에 단순히 가족만이 아닌 코치진. 선수진, 구단, 팬 등 많은 사람들이 얹혀져있다는 것을 절감하죠. 솔직히 남 일 같지 않아요. 언제든지 저에게도 일어날 수 있죠. 아마 지금도 저와 관련된 많은 풍문이 있는걸 압니다. 극복해내야만하죠.”

조 감독은 “솔직히 공격축구를 하다 최근 다소 수비적인 축구를 하는 것에 많은 얘기가 있는걸로 아는데 결과가 필요한 현실성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며 “제가 경상도 남자(함안출신)고 보기에도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은 여려 상처도 많이 받는다”며 웃었다.

“감독 2년차가 되니 첫해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니 쉽지 않네요. 맞고 나니까 아픈걸 아니까 더 맞기 싫은 느낌이랄까요. 상당한 중압감이 절 짓누르지만 그걸 극복해내고 싶습니다. 분명 쉽진 않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매력적인 직업임이 분명한 ‘감독’이라는 자립니다. 반드시 내년에는 제주에서도 ACL을 볼 수 있게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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