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2016 KBO리그가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시즌 종반인 만큼,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은 물론 심지어 마지막까지 안개 속에 가려질 것이라 예상됐던 5강의 윤곽 역시 어느 정도 드러난 모양새다.

두산 니퍼트(왼쪽)과 SK 라라.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시즌 역시 각 팀들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 더 나아가 희비를 가르게 한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 정도였다. 물론 현재 5강이 유력한 팀들 모두가 5강 미만의 팀들에 비해 수준급의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던 셈. 하지만 전반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미소 짓는 상위권

역시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들을 보며 웃음을 잃지 않은 팀은 리그 선두 두산이다. 두산은 니퍼트, 보우덴(이하 투수), 에반스 세 명의 외국인 선수들로 올시즌을 치렀다. 세 선수들은 더 없이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먼저 ‘6년차 외인’ 니퍼트는 지난 2011년 한국 진출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는 올시즌 21승3패, 2.92의 평균자책점(22일 기준)을 기록했다. 그는 역대 17번째 20승 투수가 된 것은 물론 최고령, 최소경기 20승 기록까지도 경신했다.

보우덴 역시 니퍼트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올시즌 17승7패, 3.87의 평균자책점(22일 기준)을 기록한 것. 이로써 38승을 합작한 니퍼트와 보우덴은 기존의 역대 한 시즌 단일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기록(2007년, 두산 34승)을 경신했다.

외국인 타자 에반스는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방출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다소 부진했던 7월을 지나 8월을 기점으로 완벽하게 부활한 모습. 올시즌 그는 111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할4리, 23홈런, 80타점을 기록했다.

NC 역시 함박웃음은 아니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던 편이다. NC는 지난 시즌 역전의 용사들인 해커, 스튜어트, 테임즈를 재신임했다.

스튜어트는 잔부상은 있었지만, 비교적 올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선수다. ‘승부조작 파문’으로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선수단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143이닝)을 책임졌던 선수가 그였다. 하지만 시즌 성적(11승7패, 4.66의 평균자책점)은 다소 아쉽다.

지난 시즌 다승왕을 차지했던 ‘에이스’ 해커는 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8월에만 5경기에 등판해 4승1패, 1.0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회복세로 돌아선 모습. 9월 들어 상승세가 다소 꺾였으나 11승(3패)을 거두면서 '에이스'의 위상을 지켰다.

지난 시즌 리그 MVP를 거머쥐었던 테임즈는 올시즌에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22일 현재 그는 타율 3할1푼7리(21위), 40홈런(1위), 113타점(5위), 12도루를 기록했다.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과시했지만 역대 최초 ‘40(홈런)-40(도루) 클럽’을 달성한 것은 물론 타율(0.381)과 타점(140타점) 부문에서 각각 1,2위에 올랐던 지난 시즌의 활약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

중위권, '만족과 불안 사이'

KIA의 헥터(왼쪽)와 필. 스포츠코리아 제공
올시즌 3위가 유력한 넥센은 독특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올시즌 넥센은 외국인 선수들의 덕을 크게 보지 못했지만, 3위라는 호성적을 거뒀기 때문. 이는 시즌 도중 외인 교체를 통해 손실을 만회했기에 가능했다.

먼저 코엘료와 맥그레거, 피어밴드와 밴해켄으로 이어지는 총 4명의 외국인 투수들은 22일 현재 도합 23승을 챙겼다. 당초 넥센이 외국인 투수들에게 기대했던 20승은 넘긴 셈.

다만 외국인 타자인 대니돈은 다소 부족하다. 그는 올시즌 123경기에 나서 2할9푼7리의 타율, 15홈런, 69타점(22일 기준)을 기록했다. 결코 특출난 기록은 아닌 셈. 과거 넥센을 거쳐간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22일 현재 4위에 위치한 LG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외국인 선수 탓에 골머리를 앓았던 팀이다.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구성하지도 못한 채 시즌을 맞이했기 때문. 게다가 4월 중순에야 팀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코프랜드의 기량은 기대 이하였다.

하지만 그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허프는 LG에 ‘신바람’을 몰고 왔다. 그는 시즌 도중 합류했음에도 KBO리그에 완벽히 적응했다. 22일 기준 총 11경기에서 5승2패, 1홀드, 3.3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허프는 LG의 고민을 완벽하게 지워냈다.

한 가지 고민거리가 있다면 바로 소사다. 올시즌 그는 186이닝을 책임지면서 ‘이닝이터’의 면모를 과시했지만, 심한 기복으로 9승9패, 5.32의 평균자책점에 그쳤다.

지난 시즌 중반에 합류해 올시즌에도 팀에 잔류한 히메네스는 완벽하게 한국에 적응한 모습. 22일 현재 올시즌 타율 3할8리, 26홈런, 98타점을 기록했다. LG는 히메네스를 통해 오랜 기간 이어졌던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었다.

5위 KIA는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수준급의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했다. 특히 헥터에게만 총액 170만 달러(약 18억 7000만원)를 투자했을 정도.

KIA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외국인 투수 헥터와 지크는 모두 두 자릿수 승수(헥터 14승, 지크 10승)에 성공했다. KIA의 외국인 투수 듀오가 한 시즌 나란히 10승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있는 일.

지난 2014년부터 활약 중인 외국인 타자 필 역시 고른 활약으로 힘을 보탰다. 다만 지난 시즌 보다 득점권 타율(2015시즌 0.333, 2016시즌 0.291)이 하락하면서 타점 생산 능력이 감소했고, 홈런(20개) 역시 타 팀의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문제가 있다.

눈물 짓는 하위권

2016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합류했던 벨레스터와 웹스터. 두 선수는 현재 한국을 떠났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SK는 켈리만이 제 몫을 다했다. 다른 외국인 투수였던 세든은 부진한 경기력 끝에 팀을 떠났고, 외국인 타자 고메즈는 실책을 연발하면서 구단의 기대를 저버렸다. 실책 부문 리그 1위(24개)라는 오명만 얻었다. 타격에서는 21홈런을 때렸을 정도로 클러치 능력을 과시했지만 출루율(0.328)은 낙제점에 가깝다.

세든을 대신해 시즌 중반인 지난 6월에 합류한 라라는 더욱 한숨을 자아낸다. 두 차례의 보직 변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펜과 선발 모두에서 신뢰를 쌓는 데 실패했다.

한화 역시 타자인 로사리오를 제외한다면 투수진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지난 시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로저스는 팔꿈치 부상 탓에 제대로 기용(6경기, 2승3패)조차 못해보고 떠나보냈다. 급하게 데려온 마에스트리는 함량 미달에 가까운 기량만을 노출했다.

로저스를 대신한 서캠프, 마에스트리를 대신한 카스티요 역시 실패에 가깝다. 특히 서캠프는 기량면에서 낙제점을 받았고, 결국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전환됐다. 카스티요는 팀 사정상 불펜과 선발을 넘나들고 있는데, 9월 들어 위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모양새.

삼성은 총체적 난국이다. 외국인 농사가 대흉작을 맞으면서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에서 하위권 팀으로 전락했다. 외국인 투수 벨레스터와 웹스터는 부진과 부상이 겹쳐 지난 6월을 끝으로 모두 팀을 떠났다. 여기에 벨레스터를 대신한 레온 마저 시즌 2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자인 발디리스 역시 부진을 거듭했고 급기야 지난달 31일에는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22일 현재 삼성의 외국인 선수는 한 명, 외국인 투수 플란데 뿐. 그러나 플란데 역시 10경기에 등판해 2승5패에 그쳤다. 만족 보단 아쉬움이 훨씬 크다.

롯데는 지난해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기존의 외국인 3인방과 재계약에 합의 했을 정도로 기존의 외국인 선수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 24승(20패)을 합작했던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올시즌 도합 17승(19패, 린드블럼 10승·레일리 7승)을 올리는 데 그쳤다. 심지어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다.

역시 지난해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던 외국인 타자 아두치는 부진에 빠졌고, 여기에 지난 7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했던 사실이 드러나 끝내 퇴출됐다.설상가상으로 아두치의 대체선수 맥스웰은 손가락 부상으로 지난달 18일 1군에서 말소됐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 유력하다.

올해까지 4명의 외국인 선수들을 보유할 수 있었던 kt. 하지만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kt는 올시즌 3명의 투수(마리몬, 피노, 밴와트)와 1명의 타자(마르테)로 외국인 선수 쿼터를 채웠다. 그러나 마리몬과 피노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도합 10승(8승7패)도 못한 채 퇴출됐고 오직 밴와트만 생존했다.

시즌 중반 넥센에서 웨이버공시한 피어밴드와 로위를 급하게 수혈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피어밴드는 kt 입단 이후 2승5패, 4.35의 평균자책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kt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 타자 마르테 역시 지난 시즌에 비해 활약도가 크게 감소했고, 여기에 지난달 21일 허리 디스크 수술을 결정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외국인 선수가 크게 흔들렸던 kt는 올시즌 목표였던 ‘탈꼴찌’ 역시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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