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MVP 트로피에 벌써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니느님’이라는 표현은 두산 팬들 뿐 아니라 모두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별명이 됐다.

압도적인 실력, 성실한 자세, 겸손한 태도, 선행을 베푸는 따뜻한 마음씨까지 니퍼트(35)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갖춘 KBO 최고의 선수다.

2011년 전설의 시작을 알린 니퍼트. 스포츠코리아 제공
▶ 꾸준함을 넘은 진화, 완전체로 성장

지난 2011년 두산이 `우승 청부사' 영입을 발표했다. 2010년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에 출전했고, 월드시리즈 엔트리에도 등록됐던 니퍼트와 계약 도장을 찍은 것.

당시에도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가 KBO리그에 입성하는 것은 크게 특별한 일이 아니었지만 사실상 현역 메이저리거의 한국행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만큼 두산도 기대감이 컸고, 많은 야구 팬들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됐다.

니퍼트는 첫 시즌부터 15승6패. 평균자책점 2.55라는 특급 성적으로 믿음에 완벽히 부응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2011년 성적이 그의 KBO리그 커리어의 극히 일부가 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신분의 특성상 기량이 떨어지면 냉정하게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잦았고, 연봉 협상, 팀원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 기량 외적인 문제로 장수하지 못한 선수들이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덧 6시즌 째 한국 무대를 누비고 있다. 유니폼조차 갈아입지 않았다. 단순히 꾸준한 모습을 넘어 올해는 그 어느 시즌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만큼 기량 향상까지 이뤄내며 역대 최고의 선수에 바짝 다가섰다.

니퍼트에게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부상 여파로 정규시즌 처음으로 6승에 그치며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가 무산됐고, 평균자책점 역시 단 한 번도 기록한 적이 없던 4점대를 넘어 5점대(5.10)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9월 후반부터 점차 페이스를 끌어올린 그는 가을 야구에서 극적인 부활을 이뤄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총 5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56(32.1이닝 2실점)의 짠물 피칭을 선보이며 두산의 극적인 우승을 견인해냈다.

이같은 반전을 통해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연봉은 30만 달러가 깎인 120만 달러에 머물렀고, 니퍼트가 건강한 모습으로 꾸준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니퍼트에게도 올해가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향하는 최대 고비처였다.

니퍼트는 모두의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올해 담 증세가 찾아오면서 경기를 몇 차례 거르기는 했지만 어깨 부상을 깨끗이 씻어냈고, 빠른 직구 구속을 되찾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위력까지 더해졌다. 점차 본인에게 익숙해지는 타자들을 압도하기 위해 볼배합을 끊임없이 연구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결국 올시즌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승수를 쌓아나갔다. 이제 어느덧 20승 고지에도 단 1승만을 남겨놓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 성적만큼 돋보이는 인성

니퍼트가 KBO리그에서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지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성적만큼이나 훌륭한 인성을 갖췄기 때문에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었다.

니퍼트의 훌륭한 인품이 드러난 일화는 모두 소개하기 힘들 만큼이나 쌓여있다. 좋은 활약을 펼친 날이면 그는 언제나 본인보다 주변에 공을 돌리고 고마움을 전한다. 포수 양의지의 리드, 타선의 지원, 리드를 지켜준 불펜들의 활약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내고, 심지어 홈런 타구를 막아준 바람에게까지 고마움을 표현한다. 상대팀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고 본인을 늘 운이 좋은 선수라고 언급한다.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에서 19승째를 따냈을 때에도 그는 “승리 기회를 만들어준 팀원들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 기록을 위해 던지지 않고 그저 열심히 즐겁게 다음을 위해 던지고 있다”며 개인보다는 팀에 대한 애정만을 한껏 드러냈다.

단순한 립서비스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제 동료들의 실책에도 짜증 대신 언제나 박수를 보내고 독려하는 니퍼트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구원 투수를 자청하고 투수조 미팅을 소집하는 일도 심심찮게 있었다.

특히 니퍼트는 “나는 더 이상 외국인 선수가 아니다”고 밝힐 만큼 본인을 특별하지도 차별화되지도 않은 단지 팀 내 수많은 일원 중 하나로 생각하며 매 경기에 임하고 있음을 강조해왔다. 한국을 제2의 고향처럼 여기는 그는 올해 1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 ‘니느님’이라는 수식어 외에 ‘니서방’이라는 별명까지 추가했다. 외국인 선수라는 틀에 절대 가둘 수가 없는 선수가 바로 니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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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회공헌 활동 참여를 통한 선행에서도 그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동안 받은 사랑을 환원하기 위해 2013년부터는 매달 친필사인 유니폼을 준비하고 소외계층 아동을 초청하는 한편 간식까지 꼼꼼하게 책임지는 섬세함을 보였다. 심지어 공식 휴일 또는 부상 중에도 이같은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개인 일정까지 변경하면서 2015 희망더하기 자선 야구대회에 참가해 많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같은 훈훈한 모습이 널리 알려지면서 니퍼트는 지난 5일 서울특별시복지상 복지후원자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서울사회복지대회에서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의 수상자가 되면서 그 의미를 더했다.

“대단한 일도 아닌데 민망하다”며 쑥스러운 소감을 전한 그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베테랑 선수들로부터 이같은 모습을 배웠다고 밝힌 뒤 향후 야구장에 올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등 함께 미소 지을 수 있는 일들을 위해 항상 고민하겠다는 계획까지 소개했다.

▶ 니퍼트의 역사,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미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려놔도 어색할 것이 전혀 없지만 니퍼트의 도전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올시즌 19승3패 평균자책점 3.03을 기록 중인 니퍼트는 향후 1승을 더 추가할 경우 꿈의 20승 고지를 밟게 된다. 이는 2007년 리오스(22승), 2014년 밴헤켄(20승) 이후 외국인 선수로서는 3번째 대기록이며, 두산 역사상으로도 1982년 박철순(24승), 2007년 리오스 이후 3번째 기록에 해당된다. 두산의 잔여 일정이 충분히 남았기 때문에 20승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며,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일찌감치 휴식에 돌입하지 않는 이상 리오스의 22승 기록에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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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난 5시즌 동안 타이틀 홀더가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 올해는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1위에 올라있을 뿐 아니라 탈삼진 역시 선두와 큰 격차가 나지 않기 때문에 2011년 윤석민 이후 5년 만의 투수 4관왕에도 도전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최소 트리플 크라운만 달성하더라도 우즈, 리오스, 테임즈에 이어 역대 4번째 외국인 MVP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통산 기록에서도 니퍼트는 77승35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0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이미 구단 역대 외국인 최다승을 일찌감치 갈아치운 그는 국내 선수를 모두 포함하더라도 전설 박철순의 76승을 넘어 역대 4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향후 14승을 추가할시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보였던 리오스의 외인 최다 90승 기록마저 돌파하게 된다. 만 35세의 나이에 커리어 하이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향후 3년 동안 두 자릿수 승리를 꾸준히 따낸다면 장호연의 구단 역대 최다 109승도 절대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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