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축구대표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가라앉을 줄 모르고 있다. 당연히, 반드시 승리해야했던 시리아전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를 기록한 것에 대한 실망이 워낙 컸기에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특히 한때 ‘갓’틸리케라고 까지 불렸던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다. 물론 축구에서 감독이란 그 어떤 스포츠보다도 영향력이 크기에 감독직의 숙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잊지말아야할 것은 경기는 선수들이 했고, 다수의 선수들은 기대만큼의 플레이를 펼치기는커녕 열정과 투지마저 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의 소중함을 잊은 의식하향, 그리고 자신의 기량을 더 갈고 닦겠다는 목표의식이 결여된 자세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문제이며 시리아전은 선수들 개인의 의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알려주는 사이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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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원정을 위해 제3국인 말레이시아로 떠났던 대표팀이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부진한 경기력으로 인해 귀국을 하는데 이렇게까지 큰 환영을 받지 못한 것은 오랜 만이다.

계속해서 대표팀,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비난 여론은 거세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도 본인이 얘기했듯 비난 여론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 고질적인 플랜B의 부재, 20인 엔트리 선발 논란, 전문 풀백, 원톱 등 전문자원 발탁 실패, 지나친 배려 등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오는 10월 A매치에는 전향적인 의식 변화가 필요해보인다.

하지만 선수들 역시 의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에 활용된 선수든 아니든 과연 ‘더 이상 뛸 수 없겠다’싶을 정도로 미친 듯이 뛰었는지 묻고 싶다. 물론 본인들은 경기에 뛰면서 힘들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생각하는 최선과 국민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기준점은 분명 달랐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은 멕시코에게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를 당하고 네덜란드에게 굴욕적인 0-5 패배를 당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비록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미친 듯이 뛰고 온몸을 불살랐다.

그렇기에 1무2패라는 최악의 성적에도 귀국 당시 국민들에게 비난보다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국민들은 지더라도, 아니면 이길 경기를 비기더라도 좀 더 최선을 다하고 투혼을 다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 정도로 아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야구팬들이 응원할 때 행복한 이유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봤을 때’가 1위로 선정됐다. 축구팬이든 어떤 스포츠팬이든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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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선수들은 정말 자신의 기량 향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몇몇 선수들은 더 크고 수준 높은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음에도 오로지 돈만 쫓아 팀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물론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고 자신의 거취는 자신이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축구를 하는 목적이 ‘기량 향상’과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가 아닌 ‘돈’에 있는 선수가 과연 무보수와 다름없는 국가대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두가 돈만 쫓는 선택을 한다면 ‘하나하나’가 모여 ‘다수’가 되고 그 다수는 국가대표 그 자체가 된다.

그런 선택을 하면서 축구팬들을 기만하는 행동도 그만해야한다. 언제까지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더 뛰어난 리그에서 활약하다 ‘돈’이 목적인 리그로 향하면서 ‘도전을 위해 떠났다’고 말할 것인가. 축구팬들은 바보가 아니다.

또한 어설프게 유럽리그에서 버티고 있는 것은 K리그에서 꾸준히 뛰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예전에는 ‘유럽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 기량이 느는 것 같다’는 말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K리그의 수준은 많이 올라갔고 확실히 K리그를 정복해서 간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 등의 사례가 아닌 이상 유럽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것은 쉽지 않음이 드러나고 있다. 어설프게 유럽리그에 갔다가 벤치에 앉는게 다행인 상황에서 시간만 보낸다면 개인이든 대표팀이든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선수 개인의 의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이다. 선수 스스로가 국가대표에 대한 의식을 재고양시키고, 스스로의 기량 발전을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온다고 해서 한국이 월드컵 우승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축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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