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이제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치열했던 순위 싸움의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10개 구단 대부분이 110경기 이상을 치르면서 시즌이 30경기도 채 남지 않았다.

막판 분위기는 작년과 다르지 않다. 올해도 볼거리는 '누가 가을야구에 입성하느냐'다.

작년부터 KBO리그는 10개 구단 가운데 절반인 5개 팀이 가을야구에 참가할 수 있다. 상위 3개 팀의 순위는 확정적이다.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는 두산이 리그 선두를 질주하는 가운데 2위는 NC, 3위는 넥센이 자리를 잡고 있다. 세 팀의 순위가 달라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

자연스레 4위와 5위에 시선이 모여질 수 밖에 없다. 실질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은 SK와 KIA, 그리고 LG다. 세 팀의 승차는 1경기 이내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달라진다. 3위를 노리기엔 승차가 너무 크다. 현실적으로 4위를 잡는 것이 세 팀의 가장 큰 목표다.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4위와 5위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가 가진 플러스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4위 팀이 1승을 안는다. 경기도 4위 팀의 홈구장에서 열린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세 팀이 5위보다 4위를 확실한 목표로 삼고 달리는 이유가 있다.

SK 김용희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리그 최고의 홈런구단 SK, 약점도 홈런이다?!

SK는 작년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해본 경험이 있다. 극적으로 5위에 올라 4위 넥센과 맞붙었지만 하루 만에 가을야구의 꿈이 날아갔다. 그렇기에 올해는 더욱 간절한 팀이 바로 SK다.

장점은 확실한 팀이다. 바로 홈런이다. 작년에 합류한 4번 정의윤이 24개, 최승준도 19개를 쳐냈다. 외인 고메즈는 20개, 이재원 15개, 박정권 13개를 터뜨렸다.

무엇보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인 최정이 34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권에 자리하고 있다. 홈런 타자가 즐비하다보니 KBO리그 역대 최다인 21경기 연속 팀 홈런을 완성하며 홈런 팀으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SK는 후반기 들어 4위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홈런 여부에 따라 팀 승패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문제다. 김용희 감독의 가장 우려하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주자가 많이 모여있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홈런이 나와야 하는데 솔로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홈런이 나오지 않으면 팀 타선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한다. 홈런이 나오면 필승이지만 나오지 않으면 필패인 경우가 잦다.

8월 31일 현재, SK의 팀 홈런은 모두 155개로 리그 1위 두산(149개)보다 6개가 더 많다. 하지만 득점은 627득점으로 두산(784득점)에 비해 적다. 타점 역시 두산은 729개이지만 SK는 594타점에 불과하다.

득점권 타율에서 차이는 더욱 크다. 두산의 득점권 타율은 3할9리인 반면, SK는 2할6푼9리다. 개수는 많아도 영양가가 다분히 빠진 홈런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홈런이라는 양날의 검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SK의 가을야구 합류가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

KIA 김기태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리빌딩 2년차의 KIA, 선발진의 부활이 가을야구를 결정한다

또다른 경쟁팀은 바로 KIA다. KIA는 올해 김기태 감독의 지휘 하에 리빌딩 2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작년에도 마지막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펼쳤지만 SK에게 밀리며 아쉽게 고개를 숙였다. 그때의 아픈 기억을 선수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 올해 가을야구에 대한 열망이 더욱 강한 이유다.

작년과 달리 KIA가 올해 달라진 점은 바로 타격이다. 팀 타율 2할5푼1리로 리그 꼴찌였던 KIA지만 올해는 2할8푼9리로 공동 5위다. 특히 중심타선의 활약이 돋보인다. 김주찬(20개), 나지완(25개), 이범호(26개)까지 세 선수가 합쳐 71개의 홈런을 쳐냈다. 팀 전체 홈런인 149개의 절반 정도를 책임졌다고 보면 된다.

그 외에도 프로 2년차에 100안타를 넘게 친 김호령을 필두로 노수광, 오준혁, 강한울, 박찬호, 윤정우 등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트레이드 되어 합류한 서동욱도 14개의 홈런을 쳐냈고 대체선발 자리를 채우고 있는 고효준의 활약도 KIA의 상승세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문제는 마운드다. 양현종과 헥터를 제외하면 남은 선발진이 나서는 경기에서 KIA의 승률은 현저하게 낮다. 자연스레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리고 뒷심에서 밀리거나 무기력한 경기를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똘똘 뭉치는 힘은 강하지만 선발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

하지만 KIA도 돌아오는 전력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 우선 선발을 채울 수 있는 외인 지크와 김진우가 합류했다. 팀 내야진의 핵심이었던 안치홍과 김선빈이 각각 경찰청과 상무에서 제대해서 KIA로 돌아온다. 기존 야수진이 더욱 탄탄해지고 선수 활용도가 높아진다.

일정도 SK와 LG에 비해 유리하다. 상대전적에서 앞서고 있는 SK-한화-롯데-LG-kt와의 잔여 경기가 16경기다.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다른 4팀과는 8경기가 남았다. 기존 승률로 계산한다면 5할 승률이 가능하다. 김기태 감독이 막판까지 4위를 놓고 달려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LG 양상문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젊은 선수들의 상승세가 관건,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LG

LG의 상승세도 무섭다. 시즌 초반에는 일관되지 않은 선수 운용과 팀 타선의 저조한 페이스로 인해 하위권을 전전했다.

그러나 발 빠르게 외인 교체를 통해 좌완 허프를 영입, 류제국-소사-우규민-임찬규까지 5선발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팀이 됐다. 마운드가 강해지고 마무리 임정우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며 선발과 불펜의 조합이 강해졌다.

게다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채은성을 비롯해 이천웅, 양석환 등 향후 LG를 이끌어갈 젊은 야수진이 활화산처럼 터졌고 박용택과 정성훈 같은 베테랑이 꾸준히 자리를 지켜주며 무게감을 더했다. 그렇게 8월 들어 9연승을 달리면서 순위가 급상승했다.

문제는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는 점이다. 이상하게 치고 나가지 못한다. 중위권 합류를 위해 필사적으로 덤벼들고 있지만 SK와 KIA가 주춤하면 같이 주춤하고 상승하면 같이 상승하는 추세다.

또한 상승세를 이끌었던 젊은 선수들의 페이스가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양상문 감독은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막판 10경기 이내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LG의 남은 시즌은 26경기. 이 가운데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했던 넥센과 kt와의 경기가 2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 하지만 5강 경쟁의 상대인 KIA와 SK와는 각각 3경기, 2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게다가 두 팀과의 맞대결이 추석 이후에 열린다.

타 구단과의 대결에서 5할 승률을 지켜내고 꾸준히 추격을 하되, 막판 KIA와 SK전에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는 L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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