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인 8월. 야구선수들이 날씨로 인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가 바로 8월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 코리안 메이저리그 8인방 중 6인은 뜨거운 8월이 아닌 그 어느 때 보다 차가운 8월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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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현재 2016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구단별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유일하다. 투수와 야수 한 명씩 생존한 셈이다. 이는 시즌 개막이었던 지난 4월 4일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시작은 대단했다. 역대 최다인 6명이 4월 개막전 로스터에 포함된 것. 특히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을 맺었던 이대호(34)와 오랜 기다림을 끝낸 최지만(25·LA 에인절스)까지 포함되자 많은 매체들은 ‘기적’이라 표현했을 정도.

부상을 털어내고 복귀를 준비하던 류현진(29·LA 다저스)과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까지 시즌 중에 포함된다면 최대 8명이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빌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생존자는 김현수와 오승환 단 둘 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메이저리거가 급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이름이 사라진 선수들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부상과 부진. 특히 이 모든 일들이 8월 한 달 동안 한꺼번에 닥쳤다.

'부상이 야속해' 강정호, 박병호, 추신수, 류현진

시계방향으로 강정호, 박병호, 류현진, 추신수.ⓒAFPBBNews = News1
부상 선수들 가운데 강정호의 사정이 그나마 가장 나아 보인다. 부상 이전까지 꾸준히 선발 출장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부상 정도가 가장 경미한 수준이기 때문.

물론 강정호가 올시즌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것은 아니다. 5월 부상 복귀 이후, 지난 20일 왼쪽 어깨 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 전까지 77경기에 나서 타율 2할4푼3리(235타수 57안타), 14홈런, 41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수의 활약이 전반기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고민거리다. 전반기에만 타율 2할4푼8리, 11홈런, 30타점을 집중시켰던 강정호는 후반기 들어 2할2푼9리의 타율, 3홈런과 11타점으로 타격 성적이 급감했다.

경기 외적으로도 방해요소가 있다. 바로 성폭행 혐의로 시카고 경찰로부터 여전히 수사를 받고 있는 그다. 감독과 단장 모두 강정호를 향한 믿음을 보이고 있지만 불안요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의 경우, 부진 속에서 트리플 A행을 받아들였지만 부상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메이저리그에서 62경기에 나서 타율 1할9푼1리(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을 기록한 박병호는 6월 타율이 1할3푼6리에 그치는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으며 지난달 2일 미네소타 구단 산하 트리플 A 구단인 로체스터 레드 윙즈로 내려갔다.

문제는 트리플 A에서도 발생했다. 박병호는 지난 15일 오른 손목 건염으로 일주일짜리 부상자명단에 등재됐다.

그러나 경미할 것으로 예상됐던 부상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지난 23일 미네소타 현지 매체인 트윈시티 파이어니어 프레스는 수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수술은 현실이 됐다. 비록 손목은 아니었지만, 박병호는 25일 손등 힘줄을 바로잡는 수술을 결정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는 가장 불운한 사례다. 지난 4월 오른쪽 종아리 부상을 시작으로 올시즌만 무려 4차례의 부상(종아리, 햄스트링, 허리, 왼팔 골절)을 당했다. 특히 지난 16일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전에서 당한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상대 투수의 공에 왼팔을 맞았다. 큰 고통을 호소했던 추신수는 즉각 교체됐다.

검진 결과 추신수는 왼팔 골절 진단을 받았고, 팔뚝에 판을 삽입해 철심으로 부러진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텍사스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사실상 시즌 내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 그는 올시즌 45경기에서 2할4푼7리의 타율(166타수 41안타), 7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을 어깨 관절와순 수술로 인해 통째로 쉬었던 류현진은 올시즌 복귀전을 치렀다는 데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왼쪽 어깨 관절와순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던 그는 약 1년3개월 만인 지난달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다.

성적은 좋지 못했다. 4.2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6실점에 그쳤다. 복귀전 이후가 더 문제였다. 지난달 20일 왼쪽 팔꿈치에 찾아온 통증 탓에 15일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지난 1일에는 60일 부상자 명단에 포함되며 사실상 시즌을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지난 25일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에게 시즌 내 복귀의사를 밝혔지만, 로버츠 감독은 여전히 그의 시즌 내 복귀에 회의적인 입장.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떨어진 타격감' 이대호, 최지만

이대호(왼쪽)과 최지만. ⓒAFPBBNews = News1
이대호는 후반기 부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반기는 준수했다. 전반기에만 12개의 홈런을 몰아쳤고, 유독 철저했던 플래툰의 벽마저 넘는 듯 했다.

문제는 후반기 급감한 타격감이다. 전반기에만 타율 2할8푼8리, 12홈런, 37타점을 기록했지만 후반기에는 타율 1할9리, 1홈런, 4타점에 그쳤다. 좌타자 애덤 린드와 짝을 이뤄 좌우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 들쭉날쭉한 출장기회를 부여받았던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변명하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이대호는 지난 20일 그렇게 시애틀 구단 산하 트리플 A팀인 타코마로 내려갔다. 이대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트리플 A에서 타격감을 찾겠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다행히 이대호는 강등된 지 이틀만인 지난 22일 트리플 A경기에서 홈런을 때려내고 25일까지 4경기 연속 타점행진을 펼치는 등 타격감이 다시 살아나는 모양새다.

최지만은 올시즌 43경기에 나서 타율 1할6푼7리(102타수 17안타), 5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102타수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그는 올시즌 제한된 기회만을 부여받았다. 지난 5월에는 지명 할당 조치를 받아 트리플 A로 내려가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7월 메이저리그 재입성 이후, 종종 홈런포를 가동하며, 거포의 기질을 선보였던 것은 고무적이었다. 특히 지난 5일 오클랜드전 2홈런은 자신이 가능성과 자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보였던 경기였다.

다만 지난 22일 강등 이전 10경기에서의 타율이 썩 좋지 못했다. 확실한 믿음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1할2푼(25타수 3안타)에 1홈런, 2타점에 그쳤다. 결국 마이크 소시아 LA 에인절스 감독은 불펜 보강을 이유로 옵션을 사용해 최지만을 트리플 A로 내렸다.

물론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8월 들어 대거 이탈했지만, 아직 기대해볼 만한 요소는 있다. 현지시각으로 9월1일 확대엔트리가 시행되기 때문. 각 구단들은 25인 로스터 대신 40인 로스터로 리그를 운영하면 15명의 빈자리가 추가로 발생하는 셈. 다수의 미국 매체들은 현재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있는 이대호, 최지만의 경우 확대 엔트리 시행과 함께 콜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분명 시즌 초반과는 확연하게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아직 좌절하기에는 이르다. 8월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8월의 무더위를 날리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에게도 순풍이 불어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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