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마라토너 갈렌 루프. 그는 21일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마라톤 출전 기록이 단 2회에 불과한 선수가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기적을 연출했다. 바로 갈렌 루프(30·미국)의 이야기다.

갈렌 루프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2시간10분05초를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많은 이들은 지난 2013년 마라톤 선수 전향 이후 3년 만에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엘루드 킵초게(케냐)에게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전향 이후 8차례에 불과한 적은 대회 출전 경험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

하지만 킵초게 만큼이나 루프 역시 ‘기적의 사나이’로 불릴 자격이 있다. 그는 이번 대회 이전까지 마라톤 대회 출전 경험이 단 한 차례 밖에 없었기 때문. 그는 지난 2월에서야 마라톤 선수로 데뷔한 바 있다.

루프는 원래 10,000m 선수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자 10,000m에서 2위를 차지해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10,000m에 출전한 그는 5위를 기록했다. 두 종목을 병행한 것. 물론 10,000m 역시 장거리 레이스이나 10,000m에 비해 4배 이상의 거리(42.195km)를 뛰어야 하는 마라톤과는 엄연히 성격이 다른 종목.

두 종목을 병행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35km 구간까지 킵초게, 페이샤 릴세사(에티오피아)와 함께 선두권 그룹을 형성할 정도로 선전을 펼쳤다.

1972년 프랭크 쇼터 이후,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지 못했던 미국은 잠시나마 44년 만에 올림픽 우승자를 배출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루프는 35km 구간 이후 스퍼트를 올린 킵초게의 역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다소 김이 빠질 수도 있었지만 루프 개인적 입장에서는 이날은 최고의 경기였다. 그가 기록한 2시간10분05초는 개인 통산 최고기록이기 때문. 특히 리우 올림픽이 그의 2번째 마라톤 출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기적에 가까운 기록이다.

본인 역시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경기 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10,000m 선수인 탓에) 10km구간 이후부터는 감정이 매말라버린 상태였다”며 “그러나 나는 마라톤의 경기 시스템을 파악했기에 공격적으로 레이스에 나섰다. 아마도 이번 경기는 내 인생 최고의 경기로 남을 것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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