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15일(이하 한국시각) 경기에서 1.2이닝 무실점 4탈삼진 세이브를 기록하며 또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8월 중순이 됐음에도 초반과 다름없는, 아니 더 뛰어난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오승환은 남은 40여경기만 잘 보낸다면 올 시즌 최고의 불펜투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김병현(37·KIA)의 최전성기인 2002년의 기록마저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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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 2.1의 의미… ML 불펜 3위

오승환은 15일 경기를 통해 f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이 2.1이 됐다. 대체선수에 비해 팀에 2.1승을 더 안겨주는 선수라는 의미다.

WAR 2.1은 메이저리그 전체 불펜 투수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전반기를 마칠 때만해도 6위(1.4)였던 오승환은 후반기 이후 더 강해져 그 순위를 무려 3위까지 끌어올렸다. 오승환 위에는 메이저리그를 양분하고 있는 동부 대표팀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델린 베탄시스(2.7)와 서부 대표팀 LA 다저스의 마무리 캔리 젠슨(2.4) 뿐이다.

오승환의 성적이 더 긍정적인 것은 전반기(WAR 6위)나 후반기(WAR 6위) 모두 일정하게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9이닝당 탈삼진율은 전반기(11.71)보다 후반기(12.38)보다 높아졌고 9이닝당 볼넷은 전반기(2.58)보다 후반기(1.13)가 더 낮아졌다는 점이다.

ML 불펜 WAR 순위(8월 15일까지, 팬그래프 기준)
1위 : 델린 베탄시스 2.7
2위 : 켄리 젠슨 2.4
3위 : 오승환 2.1
공동 4위 : 아롤디스 채프먼, 에디슨 리드 2.0
공동 6위 : 앤드류 밀러, 잭 브리튼 1.8

▶혹사 속에서도 버티고 있는 오승환… 신인왕 투표 2위 노린다

오승환은 현재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굉장한 혹사를 당하고 있다. 총 61.1이닝을 던졌고 메이저리그에서 오승환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불펜투수는 단 2명뿐이다. 59경기 출전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2위다. 많은 경기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는 선수 중 마무리 투수는 오승환 뿐이다.

일반적으로 혹사를 당하게 되면 WAR은 높게 기록될 수 없다. 혹사당하는 선수의 대부분은 이닝을 버티는 용도로 활용되고, 선수 역시 혹사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성적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ML 불펜투수 이닝 소화 상위 21걸의 WAR 분포도
2이상 : 2명
1.9~1.5 : 2명
1.4~1.0 : 1명
0.9~0.5 : 7명
0.4~0.0 : 5명
-WAR : 3명

이처럼 혹사를 당하면 성적도 떨어지는 당연한 구조에서 오승환은 꿋꿋이 제 성적을 내며 최고의 불펜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정도면 이미 내셔널리그 신인왕은 물 건너 갔지만(코리 시거 WAR 5.8) 지난해 강정호가 기록했던 한국 선수 신인왕 최고 투표 순위인 3위를 넘어서는 것은 기대해볼 수도 있다. 물론 이 2위 자리 역시 투수 마에다 켄타(11승 7패 평균자책점 3.31 WAR 2.5), 유격수 아레드미스 디아즈(타율 0.312 출루율 0.376 장타율 0.518 14홈런 57타점),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장타율 0.567 27홈런) 등과 경쟁해야하지만 불펜 투수의 가치를 알아주는 기자단이라면 충분히 오승환을 고려할 법 하다.

2002년의 김병현 모습. ⓒAFPBBNews = News1
▶한국 불펜 투수 역대 최고였던 2002 김병현

현재 오승환이 도전해볼만 한 것은 한국 메이저리거 역사상 단기간 최고의 임팩트이자 최고의 시절로 손꼽히는 2002년의 김병현이다.

1999년 혜성같이 등장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2001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병현의 최고 시즌은 단연 2001 월드시리즈에서 아픔을 겪고 난 직후인 2002년이다. 2002년의 김병현은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첫 발을 내딛었고 무려 36세이브를 거두며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스타까지 선정된다(현재도 김병현의 출전 이후 공식 올스타전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없다).

2002 김병현 : 72경기 84이닝 8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04 FIP 2.69 92탈삼진 WHIP 1.07 WAR 2.5

무려 불펜투수로 2.5의 WAR을 기록했고 이는 ML 공동 5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성적이었다. 김병현 영광의 시절이었고 김병현은 2003년까지 전성기를 누리다 2004년부터 거짓말 같은 추락을 해 롱런에는 실패했다.

김병현 외에도 한국 선수가 풀타임 불펜투수로 뛴 사례는 더 있다. 2008년부터 메이저리그를 떠난 2010년까지 박찬호가 재기에 성공해 불펜투수로 뛰었지만 2009년 기록한 WAR 1.5이 불펜투수로서는 최고 성적이었다(선발로는 2001년 WAR 4.3이 최고).

이외에도 구대성, 봉중근, 김선우 등도 불펜으로 뛴 적은 있지만 WAR 1.0을 넘기지 못했다.

▶오승환, 2002 김병현의 WAR 2.5 넘을까

아직 44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오승환은 WAR 2.1을 기록 중이다. 2002년의 김병현이 2.5를 기록했으니 0.5만 더 기록하면 무시무시했던 김병현마저 첫 해에 넘길 수 있게 된다. 산술적으론 가능하다. 후반기 14경기만에 WAR 0.6을 기록했기에 남은 세인트루이스의 44경기 안에서 이정도 성적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오승환이 굉장한 혹사를 당하고 있다는 점과 그 혹사는 15일 경기를 통해 증명됐듯 1이닝 이상의 등판으로까지 이어지며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남은 44경기에서 오승환이 이 압박감을 버텨낼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김병현이 불펜투수로서 기록한 WAR 2.5는 한국 선수가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만 느껴지며 14년이 흘렀다. 그리고 긴 세월을 지나 오승환이 그 미지의 세계에 손을 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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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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