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분명 경기 막판이 되자 온두라스는 ‘침대축구’를 구사했다.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분명 있을 순 있다. 이해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화살표가 와야할 곳은 한국대표팀 그 자신이다. 수많은 기회를 날리고 단 한 번의 공격에 무너졌으니 누굴 탓하겠나.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리우 하계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후반 14분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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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이없는 결과였다. 경기 자체는 지배했지만 한국은 단 한 번의 온두라스 공격에 무너졌다. 그렇게 메달 획득과 병역 특례 등 모든 영광은 물거품이 됐다.

이날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것은 온두라스가 후반 막판 조금만 부딪쳐도 선수들이 넘어져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침대축구를 구사한 점은 맞다. 상대적으로 쫓기는 입장이었기에 더 그 상황이 얄밉게 보였다.

하지만 그 얄밉게 보인 것도 결국 우리 잘못이다. 한국은 전반초반부터 경기막판까지 수없이 많은 기회를 잡았다. 16개의 슈팅을 날렸고 유효슈팅은 절반이 됐다. 그중에서는 골과 다름없는 기회가 3~4차례 있었다. 조금만 더 정교했다면 그런 기회는 두배는 더 됐을 것이다.

그러나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우리 자신이다. 후반 14분 결승골을 허용하기 전에만 해도 두 번의 완벽한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슈팅은 모두 상대 골키퍼에게 막히고 골문을 벗어났다. 상대 골키퍼가 잘하기전에 한국이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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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온두라스에 대해 비난의 여론이 있다. 하지만 그전에 우리를 되돌아봐야한다. 우리가 그 많은 기회에서 골을 넣었다면 먼저 누웠을 것은 우리일지도 모른다. 지고 나니 누군가의 탓이라도 하고 싶은 아주 유아적인 심리의 발현일 뿐인 ‘온두라스 비난하기’다.

자승자박이다. 한국은 경기를 지배하고도 결국 골을 못넣었다. 토너먼트에서는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전투에 이기는 것은 중요치 않다. 전쟁에서 이겨야한다.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온두라스는 먼저 골을 넣었고 눕든 걷어내든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한국은 골을 못 넣었을 뿐이다. 누굴 탓할 필요가 없다. 비난의 화살표는 온전히 우리를 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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