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앞둔 한국월드컵대표팀에게 수많은 조언이 쏟아졌다.

폴란드를 2-0으로 이기고 미국에 1-1로 비기면서 1승1무가 된 대표팀은 3차전에서 당시 4강권까지도 바라볼 전력으로 여겨지던 ‘황금세대’의 포르투갈과 맞붙게 됐다. 이에 ‘포르투갈과 맞서려고 하면 안된다’, ‘수비를 강화해서 무승부만 하면 16강에 갈 수 있다’와 같은 말들이 많았고 실제로 이 의견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의 선택은 ‘이기려는 마음’이었다. 전술도 폴란드, 미국전과 다름없었고 선수 구성 역시 베스트 멤버를 내세웠다. 부상으로 뛰기 힘들다던 이영표까지 굳이 투입하며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쳤다. 그리고 결과는 알다시피 승리였고 이후 4강신화까지 이어졌다. 분명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의 선택과 당시 대표팀의 마음가짐은 14년 후 비슷한 상황에 놓인 올림픽 대표팀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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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4시 브라질 브라질리아 마네 가린샤 스타디움에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조별리그 C조 최종전 멕시코와 경기를 가진다.

양 팀 모두 피지에게 이기고, 독일에게 비기면서 똑같이 1승1무다. 하지만 한국이 피지를 상대로 8골을 넣은데 반해 멕시코는 5-1로 승리하면서 골득실이 한국이 앞서있다. 한국은 비기기만 하면 8강행이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은 1승1무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공교롭게도 멕시코전을 비기기만 한다면 무조건 8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비기기만 하면 된다’는 달콤한 유혹이 신태용호를 이끌고 있다. 현재 신태용호가 멕시코를 상대로 어떤 자세로 나갈지가 가장 큰 관전포인트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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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14년전 히딩크호의 자세다. 당시 히딩크호와 신태용호는 많이 닮아있다. 1승1무 이후 조 최강의 상대를 맞붙는다는 점, 비기기만 해도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이 같다.

히딩크 감독도 분명 여러 훈수를 들었으리라. 하지만 히딩크는 정상적인, 아니 더 많이 뛰고 더 압박하고, 더 공격하는 방향으로 아예 포르투갈전에 총력을 다했다. 그리고 포르투갈이라는 대어를 완전히 낚으며 승리를 거뒀다. 히딩크의 선택은 수비가 아니었다.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14년전 똑같은 1승1무의 딜레마에 빠졌던 히딩크는 무작정 수비만 하는 전술을 택하지도, ‘비기고 버텨라’는 주문도 선수들에게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히딩크의 선택을 옳았고 그는 한국축구사 최고의 업적을 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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