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놀랍고도 대단한 금메달이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박상영(21·한국체대)이 10일(이하 한국시각) 아침 잠에서 덜 깬 국민들의 기분 좋은 알람이 됐다. 그의 금메달이 대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숨어있다.

박상영은 10일 오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개인전 결승전에서 헝가리의 제자 임레(42)를 15-14로 꺾었다.

세가지에 초점을 맞춰 그의 금메달이 대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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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계 랭킹과 기대치를 무의미하게 했다

박상영의 세계 랭킹은 21위. 반면 제자 임레는 세계 랭킹 3위의 선수였다. 세계 랭킹은 그냥 매겨지는게 아니다. 한단계만 차이나도 그 실력 차이는 명명백백하다. 오죽하면 무려 18계단이나 차이나는 것을 극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단순히 임레만이 아니다. 32강에서 맞붙었던 러시아의 파벨 수코프는 세계랭킹 19위로 역시 박상영보다 높았지만 11-15로 무릎을 꿇어야했다. 8강에서 맞붙었던 스위스의 맥스 하이저는 세계랭킹 10위였지만 박상영에 무려 4-15라는 굴욕적 스코어로 지고 말았다.

4강에서도 스위스의 벤자민 스테펜과 맞붙었다. 스테펜 입장에서는 동료인 하이저의 복수를 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스테펜도 무려 세계 13위의 강자. 하지만 역시 9-15로 박상영에게 졌다.

결국 박상영은 32강부터 결승까지 16강을 제외하곤 모두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와 맞붙어 승리했다. 그리고 펜싱하면 구본찬같은 스타플레이어만 알았지 박상영에게 메달을 기대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낮은 기대치와 세계랭킹은 박상영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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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에페라는 종목의 특성과 대역전극

펜싱은 총 세 가지 종목인 플뢰레와 사브르, 에페로 나뉜다. 플뢰레는 찌르기공격만 가능하되 팔을 제외한 상체공격만 가능하다. 사브르는 찌르기와 베기가 가능하지만 공격범위는 팔을 포함한 상체가 가능하다.

반면 박상영이 금메달을 따낸 에페는 찌르기만 가능하지만 몸 전체 공격이 가능하다. 즉 가장 점수가 날 가능성이 높은 종목인 것이다.

박상영은 15점만 내면 승리하는 펜싱에서 10-14까지 뒤지고 있었다. 딱 한 점만 더 내주면 박상영은 패배였다. 게다가 2번에서 언급했듯 에페는 몸 전체 공격이 가능하다. 점수를 내기도 쉽지만 반대로 내주기도 너무나도 쉬운 종목이다. 발에만 칼이 닿아도 패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박상영은 해냈다. 에페라는 종목의 특성을 역이용한 것이다. 점수가 너무나도 쉽게 나기에 자신이 당하기보다 도리어 점수를 더 쉽게 내며 결국 10-14를 15-14로 역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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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한 정신력

9-13으로 뒤지고 있던 상황. 박상영의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원샷으로 찍혔다. 이때 박상영은 혼잣말을 반복해 중얼거렸다. 그 말은 바로 ‘할 수 있다’였다. 모두가 졌다고 생각한 시점에 박상영은 홀로 ‘할 수있다’고 되뇌었고 정말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박상영은 개막식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올림픽=제일 재밌는 놀이’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누군가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지도 모를 올림픽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이미 남달랐던 것이다.

올림픽은 실력이 아닌 정신력 싸움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박상영이 바로 그 본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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