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6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보름간 지구인의 축제 2016 리우 올림픽이 시작됐다.

각 종목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이 순간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땀과 열정을 지켜보고, 그 감동을 느끼며 환호하는 그 속에 올림픽의 존재 이유가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서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려 막대한 수익을 노리는 ‘마케팅 금메달’을 꿈꾸는 기업들간의 첨예한 경쟁도 금메달 경쟁 못지않다. 올림픽 그 이면에 숨겨진 마케팅의 비밀과 올림픽 파트너십의 세계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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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올림픽으로 우뚝 선 대표적 사례

올림픽을 통해 우뚝 선 대표적 기업을 얘기할 때 1순위로 언급되는 것은 역시 코카콜라다. 1923년 33세의 나이에 코카콜라 사장이 된 로버트 우드러프 회장은 1928년 유럽, 네덜란드에서 열린 제4회 암스테르담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선수단을 위해 콜라 1000상자를 보낸다.

미국 선수단은 대회 내내 이 콜라를 마셨고 관중과 선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며 올림픽 이후 콜라에 대한 호기심이 급증했다. 이를 계기로 코카콜라는 유럽 진출에 성공했고 이 덕분에 현재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올림픽을 통해 성공했기 때문인지 코카콜라는 현재까지도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활동 중이며 이는 세계 모든 기업을 통틀어 최장수 올림픽 후원사라는 지위로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 후원하려면 최고(TOP)가 돼야 한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가 된 올림픽을 이용해 코카콜라 같은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기업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인 IOC는 아무 기업이나 스폰서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영어 `The Olympic Partrner'의 앞 글자를 딴 `T.O.P'가 되어야만 한다. IOC는 1985년 자동차, 전자 등 산업 분야별로 1개 글로벌 기업과, 4년 단위 파트너십을 맺는 T.O.P를 도입해 올림픽 마케팅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주고 있다.

T.O.P의 위치로 리우올림픽에서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은 최장수 후원사인 코카콜라, 삼성전자, 맥도날드, 비자카드 등 11개 기업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T.O.P에 참여한 기업의 후원액은 960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20년 뒤인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8억660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기업당 1억달러 수준인 10억달러를 넘는 금액을 후원한다. 우리돈 1조 2000억원을 넘는 금액인 것이다. 최고(TOP)가 되려면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야만 하는 ‘쩐의 전쟁’이 바로 올림픽 마케팅의 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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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이 되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

이 같은 막대한 금액을 투입하면서까지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결국 ‘돈’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였다. 브랜드 평가업체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1999년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는 31억달러로 순위에도 끼지 못했다. 하지만 정확히 10년 후인 2009년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는 175억달러로 전 세계 기업 중 19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53억달러로 전 세계 7위까지 올라갔다.

지난 19년동안 열다섯 배의 브랜드가치 상승이 있었고, 그동안 삼성전자는 빠짐없이 올림픽을 후원해왔다. 물론 이 모든 공로가 올림픽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삼성전자 측 관계자도 ‘올림픽 마케팅을 통해 우리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고 설명하며 흡족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TOP가 누리는 독점적 지위… ‘골드’, ‘승리’라는 말도 쓰면 안돼

IOC는 그동안 워낙 깐깐하게 자신들의 공식 스폰서(TOP)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부여해왔다. 물론 기업당 1억달러의 돈을 내는 만큼 그 권리를 확실하게 보장해주기 위한 일환이다.

이미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때는 개막 직전, 선수들에게 ‘룰40’이라는 20장짜리 규정집을 보내 개인 스폰서보다 공식 스폰서가 더 위에 있음을 주지시켰다. 당시 규정집에는 대회기간 동안 선수들이 공식 후원사가 아닌 브랜드의 옷을 입는 것부터, 개인 SNS에도 공식 후원사만 노출할 것을 강조했다. 심지어 경기 중 속옷이 노출됐을 때 상표가 드러나는 것도 규제했을 정도였다.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포함해 총 6개의 메달을 혼자 따낸 미국의 수영스타 마이클 펠프스 역시 올림픽 기간 중 루이비통 광고를 찍었다가 메달 박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BBC에 따르면 IOC는 비공식 후원사에게 ‘올림픽’이라는 단어는 물론이고 ‘리우’, ‘골드’, ‘2016’, ‘빅토리’와 같은 보통명사도, 대회기간 중 쓸 수 없도록 제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공식 후원사가 아닌 광고에는 ‘더 높이, 더 멀리’라든지 뭔가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는 정도로 올림픽에 대한 이미지를 주는 것으로 IOC의 규제를 피하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IOC의 제재 피하려는 앰부시 마케팅… 치열한 눈치싸움 중인 올림픽 마케팅

워낙 IOC가 강하게 제재를 하다 보니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곳의 경우 다른 묘수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얌체 같긴 하지만 적은 돈으로 큰 효과를 누리는 앰부시 마케팅을 이용하는 것이다. 영어 앰부시(ambush)는 `매복'을 뜻하는데 갑자기 나타나 마케팅을 해 효과를 보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 예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성화봉송 중 꺼진 불을 경호원이 라이터로 다시 붙이는 장면이 중계됐다. 이때 해당 라이터 업체는 자사 SNS에 ‘지포 라이터가 올림픽을 구했다’고 마케팅을 해 큰 광고효과를 봤다.

또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스포츠브랜드 공식 후원사는 리복이었지만 당시 역대 최강으로 손꼽히던 미국 농구 드림팀 핵심멤버였던 마이클 조던과 찰스 바클리가 나이키 옷을 입고 뛰면서 사람들은 나이키가 공식후원사인 것처럼 인식하기도 했다.

올림픽이 시작했다. 공식 후원사는 정당하게 1억달러를 투자한 만큼 그 이상을 뽑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그 틈새를 비공식 후원사들이 앰부시 마케팅으로 IOC의 법망을 이리저리 피해, 저비용 고효율을 노리는 눈치작전을 펼친다. 마케팅 금메달을 놓고 다투는 기업간의 경쟁에 승자가 누가될지 지켜보는 것도 올림픽을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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