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국가대표 주전 수비수인 홍정호(27)가 이적했다. 아주 흔치 않은, 하지만 요즘은 왠지 자주 보이는 것 같은 유럽 중심무대에서 중국으로 이적한 경우다. 세계 3대리그로 불리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했던 선수는 중국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최용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장수 쑤닝은 14일(이하 한국시각) 홍정호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50억원이 넘은 이적료와 연봉 20억원 이상을 제시해 홍정호를 품에 안은 최용수 감독이다.

장수 쑤닝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중국으로 향하는 것은 마냥 낯설지만은 않다. 당장 장수의 하미레스는 EPL 최상위권팀인 첼시에서 등번호 7번을 달고 뛰다 이적했고, 광저우의 잭슨 마르티네즈 역시 프리메라리가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로 향했다. 이외에도 속속들이 많은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홍정호의 사례가 놀라운 것은 한국선수라는 점이다. 중국과 가장 근접한 한국에서 중국으로 갈때는 K리그나 아시아리그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만 향했다.

유럽에서 뛰던 선수는 중국에 가기보다 차라리 돌아온다면 K리그(박주영, 차두리 등)나 아시아리그(이영표, 김보경 등) 돌아와 축구인생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아무래도 한국인에게 유럽리그는 ‘동경’ 그 자체이며 그곳에서 도전하고 선수인생 전성기를 불태우는 것이 미덕이라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정호는 이같은 관습을 깼다. 홍정호는 올 시즌이 만 27세 시즌이다. 일반적으로 선수의 최전성기라고 여겨지는 20대 후반에 막 들어서 절정기를 보낼 시점이다. 그 시간을 홍정호는 중국에서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게다가 홍정호는 아우크스부르크에 잔류했다할지라도 주전에서 밀릴 처지는 아니었다. 물론 향후 선수보강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은 있었겠지만 지난 시즌 홍정호는 부상 등으로 신음했음에도 팀의 리그 38경기 중 절반인 19경기에서 선발로 나오고 4경기에 교체 출전했다. 출전시간으로는 팀내 11번째이기에 충분히 주전급 선수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주전급 선수로 거듭나는데 홍정호는 참으로 노력하고 인내했다. 분데스리가 첫 진출이었던 2013~2014시즌에는 고작 주전으로 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고(교체 10경기), 2014~2015시즌에는 후반기부터 서서히 주전을 차지하며 조금이라도 출전시간을 늘렸다(선발 10경기, 교체 7경기).

무려 2년간 독일에서 주전대우도 받지 못한 끝에 드디어 지난시즌 주전급 선수로 올라섰던 스토리가 있는 홍정호였다. 오죽하면 아우크스부르크는 리우 올림픽 차출이 유력했던 홍정호를 중요선수로 여겨 차출불가 통보를 했을 정도다.

ⓒAFPBBNews = News1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드디어 ‘한국 중앙수비수 최초의 빅리그 주전’이라는 과실을 따먹으려던 찰나에 홍정호는 이적을 택했고 그 무대는 수준이 더 높은 무대가 아닌 금전적으로 더 높은 무대를 택했다.

물론 홍정호의 선택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팀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뛰기로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선수의 자유권리이기 때문. 그러나 팬들이 아쉬운 건 중국으로 이적했다는 것 자체가 ‘큰 무대에서 내 기량을 더 쌓고 도전하겠다’는 것보다 ‘돈’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여나 ‘요즘 중국리그는 세계적인 선수가 많기 때문에 이적 자체는 도전이었다’는 어불성설만 없었으면 한다. 물론 중국에는 장수 3인방(조, 하미레스, 알렉스 테세이라)은 물론 잭슨 마르티네즈, 파울리뉴, 제르비뉴, 스테판 음비아, 뎀바 바, 아사모아 기안 등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있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에는 전체 수준이 훨씬 높고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만 가도 이 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선수가 수두룩하다. 즉 ‘도전’이라는 말 자체는 분데스리가 잔류를 했을때 더 어울리는 말이다.

지금까지 중국이나 중동 등에 진출하던 선수 중 ‘도전’을 언급해온 경우가 더러 있었다. 실제로 그 선수들 중 몇몇은 한국에 있기에는 더 이상 매너리즘에 빠지고 선택지는 그 리그들 밖에 없었기에 택했던 사례도 있기에 내심 이해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 좋다. 물론 솔직하게 말하기 힘들지는 모른다. 홍정호와 아우크스부르크, 그리고 장수 쑤닝, 에이전트 등 내부에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을 따르겠다는 것에 대해서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행여나 ‘도전’을 말하며 중국리그 진출을 정당화할 필요는 없다. 팬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져야만 한다. 축구 인생 최전성기의 나이를 중국에서 보낸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넘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나아가야할 한국대표팀에도 얼마나 도움이 되고, 향후 미래 세대에 남길 선례 등 종합적으로 미칠 영향에 책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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