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유로 2016이 후대의 역사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후대에 사람들은 유로 2016을 기억할 때 어떤 단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할까. 역시 오랫동안 회자될 장면은 결승전에서 보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포르투갈)의 눈물이다.

호날두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전반 23분 만에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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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날두는 이날 전반 7분 프랑스의 미드필더 디미트리 파예와 충돌 후 왼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충돌 후 절뚝이며 걷던 호날두는 결국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전반 17분 스스로 경기장 위에서 쓰러졌다. 이때 의료진이 들어오며 호날두의 부상 정도를 체크했다. 그 사이 호날두는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 자신이 더 이상 뛰지 못할까 찾아오는 두려움의 눈물이었다.

선수 개인과 이 경기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본다면 ‘무슨 부상당한 선수가 얼마나 아프다고 울고 있어?’라고 생각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경기는 호날두에게 인생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단 하나의 경기일 가능성이 크다.

호날두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이다. 혹자는 펠레와 마라도나보다 더 위대한 선수로 여기기도 하는데 이에 딱히 부정할 생각이 없을 정도다. 소속팀에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타이틀을 거머쥐었고(EPL, 라리가, FA컵, 코파델레이, 챔피언스리그, 슈퍼컵, FIFA 클럽월드컵), 단 한명에게 주어지는 세계 올해의 선수상인 FIFA 발롱도르도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이 따낸 선수다.

득점기록, 세계적인 명성과 인기, 부와 명예 모든 것을 이룬 이 남자에게 모자란 것은 딱 하나. 국가대표선수로서 우승 타이틀뿐이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한 것이 포르투갈이 축구강호이긴 하지만 그 누구도 우승전력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8강권 팀 정도이기 때문이다. 유로에서 선방하면 4강, 월드컵에서도 8강정도면 만족할 수준의 평가를 받는 수준이기에 제 아무리 호날두라도 도리가 없다.

그렇기에 예선에서 초유의 3무승부로 16강에 나가고, 8강에서 승부차기로 이기는 등 우여곡절과 참 많은 사연 끝에 결승까지 올라왔기에 호날두에게는 이 결승전은 너무나도 간절했다. 호날두도, 그를 바라보는 모두들 알고 있었다. 이 결승전에서 더 뛰지 못하면 축구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다시는 이 무대를 밟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호날두는 부상에 눈물을 터뜨렸고 바라보는 이들조차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90분이 주어지는 한 경기일 뿐이지만 호날두라는 세계 축구사에 남을 선수에게 주어지는 단 한 번의 기회일지 모르기에 호날두가 끝내 전반 23분 교체 아웃되며 흘린 눈물은 고작 공놀이로 치부될지도 모르는 축구와 스포츠의 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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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호날두의 눈물은 오죽하면 상대팀 홈관중인 프랑스 관중마저 감동시켰다. 호날두가 들것에 실려나가자 프랑스 홈관중들은 기립박수로 그의 퇴장을 격려해줬다. 호날두가 진정한 투혼을 보여줬기에 비록 적이지만 절로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팬들이 이랬으니 제3자의 팬들은 오죽했겠나. 그야말로 호날두가 눈물을 보이며 진정한 투혼을 보인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다. 호날두가 전반 23분 스스로 쓰러진 이후 주장완장을 내팽개치며 분노를 보이다 결국 나니에게 주장완장을 건네주며 터뜨린 울음 장면을 보지 않고 감동을 느끼지 않았던 자가 어디 있겠나.

그야말로 스포츠만이 안길 수 있는 색다른 차원의 원초적 감동이었고 바로 이런 장면들이 스포츠를 볼 수밖에 없는, 포르투갈이 프랑스를 이겼다는 것보다 더 이슈가 되고 뇌리에 남는 명장면이 되는 것이다.

굳이 몇백, 몇천만원을 들여서 경기장을 찾고,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새벽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시간까지 줄여가며 이런 경기를 보는 이유가 바로 이런 감동과 명장면을 원하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존재이유는 여가의 향유와 함께 스포츠라는 매개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일 것이다. 바로 유로 2016 결승전에서 호날두의 눈물은 스포츠의 가치를 절정으로 느끼게한 단 하나의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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