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프로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는 소위 ‘한 해 농사의 절반’이라는 말이 있다. 야구의 경우에는 농구·배구 등 다른 종목과 비교해 선수 한 명이 팀 전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총 3명의 선수를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실제 역대 우승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에이스 혹은 해결사, 최소 준수한 선수들을 보유했을 때 정상에 등극한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뒷받침 없이 순수 토종 선수들의 힘만으로 한계를 극복한 사례는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과연 올해는 어떨까. 2016 KBO리그가 어느덧 전반기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각 팀들의 외국인 농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두산의 막강 원투펀치 니퍼트(좌), 보우덴(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 순위에 묻어나는 외국인 활약상

올 시즌 역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이 팀 순위와 전반적으로 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상위팀과 하위팀은 그 명암이 너무나도 뚜렷한 편이다.

먼저 독주 체제를 구축 중인 두산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으로 확실한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두산은 니퍼트의 포스트시즌 맹활약이 있었지만 정규시즌에는 아쉬운 행보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나머지 외인들 역시 평균 이하의 모습을 보였고, 결국 페넌트레이스 최종 순위는 3위에 그쳤다. 포스트시즌에서 팀이 확실하게 기세를 타면서 기적과도 같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외국인 선수들마저 ‘풍작’을 이루면서 압도적인 성적을 올리고 있는 두산이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이미 전반기에 나란히 10승 고지를 정복, 사상 최강의 ‘외인 원투 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4월까지 타율 1할6푼4리에 그치며 팀내 유일한 고민거리였던 에반스마저 5월 이후에는 각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제는 빈틈을 찾기가 힘들다.

2위 NC 역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지난해 MVP 테임즈가 변함없는 클래스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스튜어트 역시 초반 난조를 딛고 서서히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비록 해커가 부상으로 8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5월 중반까지 이미 6승을 수확해냈고, 오히려 정수민과 같은 새로운 선발 자원까지 발견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결국 전반기를 버티지 못하고 방출된 벨레스터(좌)와 로저스(우). 스포츠코리아 제공
반대로 지난해까지 5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1위에 올랐던 삼성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요인 중 하나도 바로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다. 류중일 감독이 합작 30승을 기대했던 외국인 투수들은 30경기 등판이 의심스러울 만큼 돌아가며 앓아누웠고, 특히 벨레스터 대신 합류한 레온은 단 한 경기에 등판했을 뿐이다.

타자 발디리스 역시 최근에 복귀했지만 약 두 달 가까이 자리를 비운 상황. 복귀 이후에도 별다른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이들이 경기에 나선 동안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것도 아니다.

여전히 최하위를 맴돌고 있는 한화 역시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 전 가장 높은 기대치를 받았지만 투자 대비 가장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전반기에 2명의 외국인 투수를 유일하게 모두 교체한 한화는 지난해 역대 최고의 대체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로저스가 부상 뿐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온갖 잡음을 불러온 가운데 짐을 꾸렸다. 그가 올해 남긴 성적은 2승3패 평균자책점 4.30. ‘190만 달러 사나이’는 그렇게 역대 최악의 ‘먹튀’로 전락했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타자 로사리오가 클래스를 증명하며 그나마 한화 팬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 구관이 명관이었나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쿼터 31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명이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경력자와 새 얼굴 간의 자존심 대결도 관심을 모았다. 전반기까지의 활약으로 놓고 보면 KBO리그를 이미 경험한 선수들에게 좀 더 무게가 기우는 것은 사실이다.

총 8명의 외국인 선수가 일찌감치 방출된 가운데 경력자는 3명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은 로저스, 금지 약물을 복용한 아두치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기량 미달 때문에 떠난 선수는 세든 뿐이다. 새 얼굴이었던 코엘로, 마에스트리, 벨레스터, 마리몬, 코프랜드가 팀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해 방출된 것과는 분명 대조를 이룬다.

구관이 명관임을 증명하고 있는 지난해 MVP 테임즈.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나 니퍼트, 테임즈, 히메네스 정도를 제외하면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을 확실하게 입증한 선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소사, 켈리, 스튜어트, 레일리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제 몫은 다해낸 경우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기대치에 비해 분명 아쉬운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2년 차에 접어든 린드블럼, 마르테의 경우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으나 예상 밖의 부진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들 중에서도 보우덴, 헥터, 로사리오, 에반스 정도가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일 뿐 ‘실패’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경력자보다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적응을 마친 전반기 이후에는 좀 더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반격?

전반기까지 전체의 절반이 넘는 6개 구단이 7명의 선수를 떠나보낸 가운데 레온(삼성)을 시작으로 카스티요(한화), 맥그레거(넥센), 라라(SK), 최근에는 맥스웰(롯데), 로위(kt), 서캠프(한화), 허프(LG)가 새롭게 계약을 체결했다.

6월 후반에 합류한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연봉 20~30만 달러 범위의 빅리그 경험이 없다는 공통 요소가 있다. 시기상 화려한 경력을 갖춘 선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체 선수에게 큰 금액을 안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기도 했다.

150km 중후반대의 공을 뿌리는 라라(좌)와 카스티요(우).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들이 후반기 판도를 뒤바꿀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하지만 몸값이 곧 실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무렵에 영입된 투수들 모두가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가운데 카스티요는 데뷔전에서 시속 159km, 라라는 155km의 빠른 볼을 던져 높은 관심을 불러 모았고, 맥그레거 역시 코엘로와 달리 공격적이면서도 안정된 제구력을 선보였다.

또한 가장 최근 계약을 맺은 서캠프와 허프의 경우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으며, 몸상태를 끌어올리며 복귀를 차근차근 준비 중인 레온도 올시즌 단 한 경기만 소화했을 뿐이기 때문에 당시의 부진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다소 이르다.

향후 확실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교체 카드를 꺼내들 구단이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열려 있다. 또한 부상으로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웠던 선수들까지 복귀할 경우 후반기 순위 싸움도 한층 더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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