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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6년 상반기도 이렇게 지나갔다. 일출을 바라보며 새해 다짐을 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올해도 반이 지나갔다.

쏜살같이 달려간 시간 속에 한국 스포츠계도 다사다난했다. ‘바둑’이라는 종목이 이보다 더 국민적, 아니 세계적 관심을 받을 수 없었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부터 고난을 딛고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거듭난 김현수, 그리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를 노리던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 파문, 선수 혹사 논란으로 지탄 받은 프로야구 한화의 김성근 감독 등 많은 이벤트와 선수들이 상반기 스포츠계를 관통했다.

▶UP : ‘명언제조기’ 이세돌 & ‘야유를 환호로 바꾼’ 김현수

지난 3월 온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세기의 대국이 있었다. 바로 이세돌이 실체가 없는 ‘알파고’라 이름 붙여진 구글의 인공지능과 대국을 펼친 것. 막상 대국이 시작하고 나니 압도적인 인공지능의 능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고 이세돌은 내리 패했다. 처음엔 그저 인간과 기계가 바둑을 둔다는 이색적인 광경에 관심을 모은 이 대국은 어느새 ‘이러다 인류가 인공지능 앞에 무너지느냐’를 두고 모두들 감정이입해서 일주일간 열린 5대국을 지켜봤다.

이세돌은 5판 3선승제였던 대국에서 내리 3연패를 한 후 실망한 이들에게 “이세돌이 패한 것일 뿐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말은 바둑이 낳은, 그리고 올해 최고의 유행어로 남기도 했다. 가장 감동적인 대국은 역시 4국이었다. 중앙에서 보여준 끼움수인 78수는 바둑 역사에 남을 ‘신의 한수’로 평가됐고 이 78수 이후 알파고는 버그에 가까운 무리수를 남발하다 결국 180수만에 ‘resign’으로 시작되는 불계패를 선언했다. 이세돌은 수많은 대국을 했으나 이 대국을 “그전에도, 앞으로도 그 어떤 것과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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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1승 4패, 이세돌의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대국 이후 바둑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고 이세돌 본인 역시 수많은 CF 섭외와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상반기 스포츠계에서 가장 ‘핫’했던 인물은 단연 이세돌이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활약 중인 김현수는 최악의 부침을 겪다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올 시즌 초 볼티모어와 2년 700만달러의 FA계약을 맺을 때만해도 큰 기대를 받았으나 스프링캠프에서 최악의 부진(17경기 타율 0.178)을 겪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음에도 구단은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것을 종용했다. 시즌 시작도 전에 구단과 마찰이 생겼고, 우여곡절 끝에 남게된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김현수는 홈팬들로부터 엄청난 야유를 받았다. 그리고 4월 한달 동안 고작 6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김현수는 인내했다. 불안정한 출전 기회 속에서도 김현수는 버텼고 결국 경쟁자 조이 리카드가 초반 돌풍을 끝내고 부진하자 김현수는 서서히 출전기회를 늘려갔다. 결국 6월 종료까지 김현수는 3할3푼6리의 놀라운 고타율을 보이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홈팬들에게 야유받으며 국내에서도 ‘한국에 돌아오라’는 말까지 들었던 김현수는 당당한 메이저리거로 거듭났다.

▶DOWN : 심판매수에 ‘개인의 일탈’ 변명한 전북 & ‘혹사논란’ 김성근

상반기 체육계를 가장 발칵 뒤집어 놨던 것은 역시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였다. 지난 7년간 4차례 K리그 클래식 우승과 초호화 선수진으로 K리그 최고의 명문클럽으로 칭송받던 전북이 심판매수 사건에 휘말린 것. 지난 5월 부산지검 외사부로는 전북의 스카우터로부터 경기 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K리그 소속 심판 A(41)씨와 B(3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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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판은 진행 중이다. 금품 수수는 인정됐지만 이것이 승부조작으로 이어지는 대가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부인되고 있는 상황. 문제는 전북의 해명이었다. 전북은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이라는 말로 소위 ‘꼬리자르기’로 대처했고 이미 지난해 경남FC의 심판매수건에 실망했던 팬들은 전북의 이러한 태도에 분노했다.

결국 전북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강희 감독과 이철근 단장이 “사태를 보고 판단하겠다. 물론 책임질 각오가 됐다”며 검찰 수사 후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 아직 공판이 진행 중이기에 조금 더 시일을 갖고 기다려야하지만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고를 넘보던 전북은 팬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겼다.

KBO리그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은 비난의 소용돌이 그 가운데에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4월 시즌 시작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김 감독은 투수 혹사 논란에 시달렸다. 이미 작년부터 ‘투혼’으로 위장된 혹사 논란에 자유롭지 않다 올 시즌 시작과 동시에 송창식의 벌투 논란, 외국인 선수 로저스를 둘러싼 아들 김정준 코치의 월권논란 등이 김성근 감독을 흔들었다.

특정 투수를 지나치게 기용하고, 퀵후크 남발(선발 투수를 5회 이전에 교체), 선발 투수에게 5일 휴식을 보장하지 않는 등 일반 야구상식에 벗어나는 선수기용에 결국 여론마저 완전히 돌아섰다. 혹자는 ‘마치 2014 브라질 월드컵 참패 후 홍명보 감독을 향한 여론을 보는 것 같다’고 까지 했다.

그나마 한화는 5월 26일부터 6월 12일까지 16경기에서 13승3패로 질주하며 잠시 여론을 잠재우나 했다. 그러나 6월 29일 현재 여전히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28승2무41패) 잘나가던 기세도 한풀 꺾였다. 김성근 감독은 “혹사가 아니다”고 하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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