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윤성환, 안지만.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지난해 프로야구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바로 해외원정도박 파문이었다. 프로야구가 발칵 뒤집어진 사건이었다. 삼성 소속이었던 윤성환(35), 안지만(33), 임창용(40)과 삼성 출신 오승환(34)의 이름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들은 지난 2014년 11월, 마카오에 있는 카지노 정킷방(보증금을 내고 빌린 VIP룸)에서 바카라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파문이 일파만파 퍼졌고, 도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삼성은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을 모두 2015시즌 한국시리즈 명단에서 제외했다. 마운드의 주축 선수들이 모두 빠진 삼성은 결국 두산에게 한국시리즈에서 패했다.

시즌이 끝나고 검찰은 이들의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삼성을 떠나 일본프로야구 한신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오승환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연일 이들에 대한 보도가 생산됐고, 퍼져나갔다. 대중의 관심은 더욱 커졌고, 그렇게 비난의 대상이 됐다. 4명의 선수 모두 다음 시즌을 준비하지도 못한 채, 은둔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검찰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혐의가 입증됐다. 하지만 전부가 아니었다. 두 명이었다. 임창용과 오승환이었다.

지난 1월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이들에게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형법 246조에 의거한 단순도박죄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형의 벌금이었다.

두 선수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이전까지는 단순한 의혹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혐의가 입증됐고 이들을 향한 비난과 야유의 강도는 더욱 커져 갔다.

그 사이, 오승환은 한신을 떠나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하며 빅리그에 나서게 됐다.

출국 당일에도 오승환은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다. 야구에만 전념하고 팬들에게 야구로 보답해 드리겠다"라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미국행이 결정되었음에도 그에 대한 비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도피성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임창용은 더욱 심각했다. 도박 파문의 주범으로 몰렸다. 작년 세이브왕 자리까지 올랐지만 혐의가 입증되면서 삼성은 임창용을 임의탈퇴로 처리했다. 삼성 구단의 허락없이는 야구를 할 수 없는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갈 곳이 없었고, 그를 향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숨어지내야 했다. 게다가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임창용에게 벌금 1000만원과 더불어 정규시즌의 50%인 72경기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추가로 내렸다.

KIA 임창용. 스포츠코리아 제공
임창용에게 남은 길은 은퇴가 전부였다. 하지만 길이 생겼다. 마무리가 필요했던 고향팀 KIA에서 그를 전격 영입했다. 임창용은 자신의 연봉 3억원을 모두 기부하며 팬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차가웠다. 아무리 실력 좋고 야구를 잘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임창용은 프로야구가 여전히 도박과의 근절에 성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는 듯했다. 시간이 흐르고 이들에 대한 관심은 점차 식어갔다.

오히려 벌금형을 받은 오승환과 임창용의 마음은 편했다. 힘들었던 시기를 훌훌 털어버리고 야구에만 집중했다.

오승환은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필승조로 뛰며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자책점 1점대를 유지하며 어느새 시즌 14홀드를 기록했다.

특유의 폼과 묵직한 돌직구는 한국, 일본을 넘어 미국에서도 통했다. 팀 마무리였던 트레버 로젠탈 대신 그를 마무리로 기용해야 한다는 현지 반응도 나왔다.

승승장구 꽃길을 걷고 있는 오승환이다. 임창용 역시 그의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이 많아졌다. 특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KIA가 그렇다.

선발진의 구멍과 불펜진의 불안함으로 매 경기 팬들의 심장 건강을 해치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KIA다. 자연스레 '도박파문' 대신 '창용불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임창용은 징계로 인해 2군 경기 출전도 불가능하다. 대신, 도박파문으로 고생하며 지난 겨울에 낭비했던 시간을 차분하게 채우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경기에 뛰지 못한 것이 오히려 '신의 한수'로 작용했다. 지난 6월 14일 함평 챌린저스필드에서 열린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과의 경기에서 그는 첫 실전 등판에 나섰다.

이후, 두 차례 더 등판을 하며 이닝과 투구수를 늘려갔다. 오는 7월 1일부터 등판이 가능한 임창용이다. KIA 팬들은 그가 빨리 돌아와서 전력에 보탬이 되주길 바라고 있다.

반면, 힘든 행보를 걷는 선수가 있다. 바로 안지만과 윤성환이다. 삼성은 올해 초부터 두 선수를 전력에 포함, 정상적으로 팀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임창용이 KIA로 가면서 두 선수의 1군 복귀에 대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급변했다.

두 선수는 1군에 합류했다. 물론 복귀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 두 선수의 도박 혐의는 결정된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죄라고 밝혀진 것도 아니었다.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AFPBBNews = News1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두 선수를 1군에 슬그머니 합류시킨 삼성의 결정에 팬들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임창용의 72경기 출전 정지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이기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주목할만한 점은 두 선수가 1군에 다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성환은 26일 현재 모두 14경기에 나와 7승4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다. 하지만 안지만은 22경기에 나와 2승 3패 5세이브 2홀드 3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4.82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이자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안지만의 모습은 현재 삼성에 없다. 대신 심창민이 팀 마무리로 뛰고 있다. 구위 자체가 올라오지 못하니 류중일 감독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예견된 일이었다. 도박파문에 대한 혐의가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선수를 무리하게 올렸다. 여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대중에게 지탄을 받는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하다. 경기력 자체에 영향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오승환과 임창용은 검찰의 조사결과가 나오고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최악의 상황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이 가볍다. 오승환은 미국에서 대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임창용은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반면, 큰 문제 없이 슬그머니 1군에 다시 합류했던 윤성환과 안지만은 험한 길을 걷고 있다. 도박파문 의혹으로 인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 정상적으로 동계훈련에 임할 수 없었다. 그 여파가 지금 돌아오고 있다.

임창용을 내보내고 안지만과 윤성환을 합류시킨 삼성의 결단이 지금 현재로 놓고 본다면 악수로 돌아온 셈이다.

4명의 선수, 모두 도박파문으로 시끄러웠지만 이후 행보에서 이들의 명암은 확연히 엇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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