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두산과 NC의 양강 체제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KBO리그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페이스다.

18일 현재 두산은 46승18패1무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NC는 40승19패1무로 두산에 3.5경기 뒤진 2위. 두 팀 간의 간격도 어느 정도 벌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양강 체제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NC와 3위 넥센(33승30패1무) 사이에는 9경기 차의 소위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둘러진 상황이다. 넥센과 최하위의 승차(7.5경기)를 감안했을 때 두산과 NC가 얼마나 멀찌감치 앞서나가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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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률로 살펴보면 두 팀의 위엄은 더욱 돋보인다. 두산(승률 0.719)은 1982년 OB(56승24패 0.700), 1985년 삼성(77승32패1무 0.706)에 이어 역대 3번째로 7할 승률을 노리고 있다.

이같은 페이스를 마지막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결국 7할 고지를 정복한다면 31년 만에 탄생하는 대기록이며, 팀 숫자와 경기 수, 리그의 전반적인 수준 및 편차 등을 고려했을 때 더욱 위대한 업적을 세우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역대 최초로 100승을 넘게 될 팀도 현재로서는 두산이 가장 유력하다.

구단 역대 최다인 14연승을 질주 중인 NC(승률 0.678)는 두산을 따라잡지 못한 채 이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역대 가장 억울한 2위팀이 될 수도 있다. 실제 NC는 2001년 이후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모두와 비교해도 더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며, 모든 역사를 살펴봐도 NC보다 더 높은 승률로 우승을 기록한 팀은 손에 꼽을 정도다. 프로 원년 삼성(0.675)이 정규시즌 2위 팀 가운데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했는데 NC가 전날 승리로 이 수치마저 넘어섰다.

▶ 균형 잡힌 투타 밸런스

그렇다면 두산과 NC가 일찌감치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버린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전반적인 기록을 살펴보면 투타의 밸런스가 완벽에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두산은 팀 타율 3할1리로 당당히 1위에 올라있으며, 출루율(0.382)과 장타율(0.471) 모두 리그 선두다. 민병헌이 변함없이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는 가운데 김재환의 등장은 리그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으며,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하던 에반스까지 살아나면서 타 팀 투수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다. 중심 뿐 아니라 하위 타선까지 제 몫을 다해내고 있기 때문에 쉬어갈 곳을 찾기도 어렵다.

그러나 선두 질주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 쪽은 마운드라고 볼 수 있다. 팀 평균자책점 4.06으로 2위에 올라있는 두산은 특히 선발진이 리그에서 유일하게 3점대(3.84)를 유지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연결되는 1~4선발이 최고의 안정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허준혁을 필두로 고원준, 안규영의 5선발 경쟁마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65경기에서 무려 38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을 만큼 꾸준함이 단연 돋보인다. 정재훈과 이현승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불펜진도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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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도 두산 못지않게 밸런스가 훌륭하다. 팀 타율 2할9푼9리를 기록 중인 NC는 특히 득점권에서 타율(0.321), 출루율(0.415), 장타율(0.509) 모두 압도적 1위에 오를 만큼 집중력이 강하다. 나성범, 테임즈, 이호준, 박석민이 책임지는 중심 타선은 파괴력에서 견줄 팀을 찾기 어려우며, 두산이 하위 타선에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면 NC는 테이블세터가 중심타선에게 맛있는 밥상을 제공하고 있다. 도루 수치가 지난해 대비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힘을 비축하고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의도된 조치다.

팀 평균자책점 1위(3.96)에 올라있는 마운드도 단단함 그 자체다. 이재학을 필두로 이민호, 정수민 등 젊은 선발들의 활약이 현재 뿐 아니라 미래까지 밝히고 있으며,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에 빛나는 해커가 복귀하게 될 7월에는 더욱 강력한 선발진을 꾸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선발 전력 자체는 두산과 비교했을 때 열세에 놓여있지만 불펜만큼은 NC가 우위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3.48로 두산(4.46)보다 약 1점 가까이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며, 임창민을 중심으로 최금강, 김진성, 원종현, 임정호, 박준영, 구창모 등 물량에서 당해낼 팀을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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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위기마저 최고조

각종 기록에서 리그 1·2위를 대부분 양분하고 있지만 단순히 기록에서 나타나지 않는 분야에서도 두 팀의 경기력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두산은 상당히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어느덧 경기를 즐긴다는 느낌마저 주는 팀이다. 설령 누군가에게 슬럼프가 찾아오더라도 그 몫을 채워주는 동료가 있기에 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NC는 우직함이 돋보인다. 연승 행진을 내달리고 있던 순간에도 들뜬 분위기보다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는 모습이 강하다. 김경문 감독부터 적절한 긴장감을 항상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한순간의 방심도 찾아볼 수 없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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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상반된 스타일이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큼은 양 팀 모두 언제나 넘쳐흐른다. 결국에는 지고 있어도 좀처럼 패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 않으며, 실제 두산은 23차례, NC는 17차례를 역전승으로 장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밖에 일방적인 독주가 아닌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놓고 두 팀이 서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당초 시즌 전 강팀으로 분류됐던 팀들이 예상 밖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두산과 NC가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선두 싸움 및 4강 싸움이 동시에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너무 뻔한 결과가 반복되면서 1·2위 및 나머지 팀들의 양분화가 점점 더 심화된다면 리그 전체의 흥행에도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다. 5월 후반부터 한화가 10경기 차를 딛고 순위 싸움에 본격 합류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듯 3~10위 팀들의 분발이 좀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시즌은 아직도 절반 이상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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