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기록은 누적이 될수록 신뢰를 받는다. 왜 그럴까. 기록이 누적될수록 변동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에서도 그렇다. 기록이 누적될수록 한경기 4안타를 치든 한 경기 4타수 무안타에 그치든 기록 누적의 폭이 크지 않다. 한 경기에도 기록은 변동 폭이 적다. 그렇기에 기록이 누적되고 안정화되어야만 그 기록에 대한 신뢰성이 커진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기록의 위험성은 초반에 부진하고 나면 뒤에 아무리 잘해도 만회가 쉽지 않다. 한 마이너리그 출신 선수와 야구 기록에 관련해 얘기를 하던 도중 “시즌 초 감을 잃고 부진하면 시즌 막판에 정말 힘들어진다. 아무리 막판에 잘해도 끝나고 나면 평균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혀를 내두르는 증언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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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딱 100경기가 남고 시즌의 절반 가까이에 다다르고 있는 6월 중순.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가 바로 이 늪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기록누적의 위험에 빠져있는 박병호는 앞으로 남은 100경기에서 3할을 쳐도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밖에 되지 않게 됐다.

▶2015시즌 추신수의 예

지난 시즌 추신수가 기록누적의 늪에 빠진 경우가 있었다.

추신수는 4월을 마쳤을 때 타율이 1할도 아닌 9푼6리였다. 당시 메이저리그 최하위 수준이었고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추신수는 5월부터 시즌 종료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엄청난 맹타를 휘둘렀고(타율 0.294 출루율 0.388 장타율 0.493) 결국 자신의 통산 성적(타율 0.281 출루율 0.382 장타율 0.453)과 거의 유사한 성적(타율 0.276 출루율 0.375 장타율 0.463)으로 2015 시즌을 마쳤다.

5월부터 시즌 종료까지 추신수가 보였던 엄청난 성적(타율 0.294 출루율 0.388 장타율 0.493)은 가히 올스타급 성적이다. 그럼에도 추신수는 4월 1할도 치지 못하는 부진 탓에 결국 시즌 종료 성적은 생각보다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다.

바로 이러한 것이 누적성적의 늪이다. 박병호의 문제점은 이미 시즌이 2개월 넘게 진행된 상태라는 점이며 규정타석도 넘길 정도로 많은 타석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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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할쳐도 메이저리그 평균 간신히 웃도는 박병호

14일(이하 한국시각)까지 박병호는 54경기에 출전해 188타수를 기록했다. 경기당 3.5타수 정도 들어섰는데 현재 미네소타는 62경기를 치러 앞으로 100경기를 남겨뒀다.

만약 박병호가 미네소타의 남은 100경기 모두에 출전하게 된다면 350타수 가량을 더 뛰게 된다. 여기에서 105안타를 때려내야만 남은 100경기에서 3할 타율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남은 100경기에서 105안타를 때려 3할 타율을 때려도 14일까지 기록한 2할7리의 타율로 인해 시즌 타율은 2할6푼7리가 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타율은 2할5푼4리였고 올 시즌 평균 타율은 2할5푼2리다.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면서 크게 다르지 않는 정도다.

박병호는 남은 경기에서 3할 이상의 타율을 때려내도 결국 지금까지 쌓아온 부진한 성적의 덫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의 타율만 기록할 수밖에 없다. 물론 박병호는 거포이며 중심타선이기에 타율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타율도 이수준인데 다른 기록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록은 암울함을 얘기한다.

▶하루 빨리 변화가 필요한 박병호의 현실

시즌이 끝나면 우리는 선수를 평가할 때 A급 선수에 대해서는 ‘어떤 타이틀을 따냈는가’로, 일반적인 선수들은 ‘어떤 성적을 기록했는가’로 따지게 된다. 박병호를 평가하는 기준은 어떤 성적을 남겼는가일텐데 현재처럼 꾸준히 기록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슬럼프에 탈출한 후에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박병호가 14일까지 기록한 2할7리의 타율은 메이저리그 규정타석을 넘긴 171명의 타자 중 뒤에서 6등인 166위의 성적이다. 아무리 박병호가 타율을 중시하지 않는 선수라 할지라도 이정도 수준은 곤란할 수밖에 없다.

박병호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면서 "여러 말 하지 않고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며 어떻게든 슬럼프 탈출을 해낼 것임을 다짐했다. 현재 박병호는 실투가 아니고서는 안타를 기대하기 힘들정도로 타격밸런스가 무너져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은 남긴다면 야구선수는 기록을 남긴다. 더 이상 기록누적의 덫에 빠진 박병호의 반등은 과연 언제쯤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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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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