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홀 최소타·와이어투와이어·7년 만에 노보기 우승 진기록까지

아이언샷 치는 배선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4년차 배선우(22·삼천리)가 '준우승 전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고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배선우는 29일 경기도 이천 휘닉스스프링스 골프장(파72·6천456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 합계 20언더파 196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이민영(24·한화)을 4타차로 제친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한 번도 리더보드 맨 윗줄에서 내려오지 않고 선두를 질주한 끝에 손쉽게 거둔 우승이지만 18번홀 챔피언 퍼팅을 마친 배선우는 두팔을 하늘 높이 쳐들며 커다란 기쁨을 표현했다.

그동안 우승 기회를 툭하면 날린 아픔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배선우는 지난해 준우승 3차례와 3위 세차례로 우승 문턱 앞에서 넘어지곤 했다.

4차례 최종일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우승은 번번이 다른 선수 차지였다. 전경기 컷 통과에 상금랭킹 6위, 평균타수 4위라는 성과를 냈지만 우승 트로피가 없으니 정상급 선수 대우는 받을 수 없었다.

어느새 '준우승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특히 BMW챔피언십에서는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서 나섰다가 무너져 6위로 마감했고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최종일 17번홀까지 2타차 선두를 달리다 역전패를 당해 '새가슴'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하지만 E1 채리티오픈에서 배선우는 눈부신 맹타로 그동안 설움을 한꺼번에 털어냈다.

1라운드에서 KLPGA 투어 18홀 최소타에 1타 뒤지는 10언더파 62타를 뿜어내며 코스 레코드를 갈아치운 배선우는 2라운드에서도 36홀 최소타에 1타 뒤진 130타를 치더니 이날 6타를 더 줄여 54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54홀 최소타는 2013년 MBN·김영주골프 여자오픈 때 김하늘(28·하이트진로)이 세운 197타였다.

또 배선우는 단 한개의 보기도 없이 3라운드를 마쳐 2008년 우리투자증권 클래식 우승자 신지애(28) 이후 7년 만에 노보기 우승을 달성했다.

이와 함께 올해 첫 와이어투와이어 우승 기록을 남겼다. 가장 최근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작년 YTN·볼빅여자오픈에서 장하나(24·비씨카드)가 세운 바 있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매 라운드 단독선두를 달린 끝에 우승하는 것으로 한 시즌에 한두 번 밖에 니오지 않는 진기록이다.

2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배선우는 티오프에 앞서 "어젯밤에 꿈도 안 꾸고 푹 잤다"고 말했다. 최종 라운드를 앞둔 긴장감은 없었다.

경기도 술술 풀렸다. 따라붙는 추격자가 없어 생애 첫 우승을 앞둔 선수가 사로잡히기 일쑤인 압박감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배선우는 1번홀(파4)을 버디로 장식했다. 챔피언조 3명 가운데 혼자 버디를 잡아냈다.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진 배선우는 5번홀(파5), 6번홀(파5)에서 버디를 챙겼다. 2타이던 2위 그룹과 차이는 4타로 벌어졌다.

9번홀(파4)에서 5m 버디를 잡아내자 5타차 단독 선두가 됐다. 사실상 우승을 굳힌 버디였다.

그러나 한번 달아오른 배선우의 샷과 퍼트는 식을 줄 몰랐다. 11번홀(파5) 1m 버디에 이어 14번홀(파3)에사 7m 버디 퍼트가 홀에 떨어지자 우승은 기정사실이 됐고 신기록 달성이 관심사가 됐다.

배선우는 4개홀을 안정된 샷으로 파로 막아내 첫 우승까지 무난하게 내달렸다.

우승 상금 1억2천만원을 받은 배선우는 상금랭킹 10위 이내로 진입했다.

배선우의 우승으로 올해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선수는 조정민(22·문영그룹), 장수연(22), 김해림(27·이상 롯데)에 이어 4명으로 늘었다.

중반 이후 우승 경쟁보다 더 가열된 준우승 각축전에서 챔피언조 앞에서 경기를 치른 이민영이 승자가 됐다.

이민영은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5개를 뽑아내 준우승 상금 6천900만원을 거머쥐었다.

배선우에 3타차 3위로 챔피언조에 편성돼 역전 우승을 노리던 장수연은 2언더파 70타를 쳐 3위(13언더파 203타)에 올랐다. 장수연은 3개 대회 연속 3위 이내에 입상하는 상승세로 상금랭킹 선두 박성현(23·넵스)과 격차를 좁힌 데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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