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K리그와 한국 축구를 넘어 한국사회에 큰 파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K리그의 1등 구단인 전북 현대의 심판매수 혐의. 심판매수는 승부조작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스포츠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것은 승부조작과 금지약물 복용. 있어서는 안될 심판매수에의한 승부조작 혐의에 이제부터 축구 팬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까지도 모든 축구경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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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구단이라는 단어부터 시작된 파급효과

사건의 파장은 지난 22일 늦은밤 부산 지역 언론 보도로부터 시작됐다. `J구단 스카우터가 2013년 유리한 판정을 대가로 금품수수로 심판 매수를 했다'고 보도했다. 충격적인 보도는 다음날 오전부터 전 언론에 퍼졌다. 결국 `J구단'이 전북 현대임이 밝혀졌고, 전북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사과문에서 전북은 해당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로 공식입장을 정리하며 ‘꼬리자르기’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미 K리그는 지난해 경남FC의 전 대표이사가 심판에게 금품수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며 -10의 승점감점과 벌금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사태가 더 파급력이 컸던 것은 전북이 2014, 2015 K리그 클래식 챔피언이자 단연 한국축구를 리드하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동국, 이재성, 레오나르도 등 스타플레이어도 즐비하고 전주 지역 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감독-단장 동반사퇴가능성 시사

심판매수 의혹은 전북을 달궜다. 마침 24일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멜버른 빅토리(호주)와의 경기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돼있었다. 여론의 관심은 그 경기에 쏠렸고 전북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승리하며 8강행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초점은 단순히 경기에만 맞춰진 것이 아니다. 경기 후 이철근 전북 단장과 최강희 전북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드린다”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상황에 따라 사퇴할 의사도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과에 사퇴의사까지 밝혔지만 전북의 꼬리자르기는 기자회견에도 지속됐다. 단장과 감독은 “스카우트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정말 몰랐다.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은 것이 책임”이라며 자신들은 정말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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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을 끝으로 마무리될 분위기

현재 프로축구연맹은 전북의 소명자료를 받은 후 검찰조사를 지켜보며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시즌 중 강등이나 챔피언 자격 박탈 등의 징계를 예상하기도 하지만 경남 때 그랬듯 승점 삭감에 벌금 정도가 연맹의 최대 징계 수준이 아니겠는가 하는 예상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검찰 역시 더 이상 이 사안을 확대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부산지검 측은 여러 언론을 통해 “해당 스카우트가 심판에게 돈을 준 것은 맞지만 이를 통해 경기에서 이득을 취했는지는 입증하지 못했다”며 “전북이 아닌 다른 구단은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단 일만 벌려놓고 공만 챙기고 마무리는 짓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전북의 주장대로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로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다분하다.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 사안을 중대하게 받아들여 전수조사 혹은 더 강도 높은 조사를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이 역시 불확실하다.

불신, 의심… 다른 경기는 믿을 수 있을까

문제는 이렇게 전수조사나 강한 징계 없이 정말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로 이번 스캔들이 유야무야 넘어가게 되면 지난 경기는 물론 앞으로 있을 K리그 경기에 대해 팬들이 얼마나 신뢰를 가지고 볼 수 있느냐다. 당장 24일 전북과 멜버른의 경기 때 SNS나 댓글 등의 인터넷에서는 ‘이 경기도 매수한 거 아니냐’와 같은 조롱과 의심이 섞인 비난이 돌아다녔다.

제대로 된 조사와 징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불신과 의심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미 팬들은 자신들이 보고 즐거워하고 눈물 흘렸던 지난 경기가 ‘가짜’였을 수도 있다는 배신감에 허탈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구단과 해당 경기를 관장하는 단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는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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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팬들은 불신과 의심만 가득하다. 만약 다음 경기에서 전북이 오심에 의한 혜택을 보게 된다면 곧바로 ‘심판매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전북 경기가 아니라 다른 팀의 경기에서도 심판 판정에 애매한 상황이 나온다면 애꿎은 구단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모두가 불신하고 의심하는 불신시대가 K리그에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잊혀질지라도 가슴 깊숙이 박혀버린 ‘의심’이라는 단어는 언제든 꿈틀거리며 튀어 나와 K리그를 괴롭힐 수 있다.

의심은 서서히 병들게 한다. K리그와 그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은 어느 날엔가 거울을 봤을때 ‘의심’이라는 병마가 자신의 얼굴과 몸을 뒤틀어 놓은 자화상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슬픈 자화상을 막을 수 있는건 의심이 자리잡지 않게 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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