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올시즌 KBO리그를 휘어잡고 있는 팀은 바로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두산이다. 27일 현재 33승12패1무를 기록하며 2위 NC에 7.5경기 차까지 앞설 정도로 일찌감치 독주 체제를 형성했다.

하지만 두산만큼이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팀들이 더 있다. 넥센은 시즌 전까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하위권에 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왔지만 23승22패1무를 기록하며 당당히 4위에 올라있다. 기대치에 비해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인 팀을 꼽으라면 단연 넥센을 들 수 있다.

반대로 한화는 13승31패1무로 압도적인 꼴찌에 놓여 있어 충격을 안기고 있다. 넥센과 달리 시즌 전 우승 후보로까지 분류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움 그 자체다.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할 경우 2000년대 이후 단일시즌 팀 최저 승률인 2002년의 롯데(0.265, 35승97패1무)의 기록이 깨지는 것은 물론 최초로 100패팀의 불명예를 떠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화가 올시즌 구단 연봉 총액 102억1000만원으로 2위 삼성보다 20억원 이상 많은 1위에 올라있다는 점이며, 넥센이 40억5800만원으로 막내구단 kt보다 낮은 10위 꼴찌라는 점이다. 한화 선수들이 넥센보다 약 2.5배 많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승수는 넥센이 2배 이상 많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에는 효율성이 만들어낸 차이다.

넥센 염경엽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넥센, 없으면 만들어낸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유한준의 kt 이적, 앞서 2014시즌 직후에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무대를 옮기면서 넥센의 중심 타선은 파괴력이 크게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마운드에서도 20승 투수 밴헤켄의 일본 진출, 마무리 손승락의 롯데 이적, 조상우와 한현희의 부상 등으로 선발-불펜 모두 개편이 필요했다. 사실상 차포마상을 모두 떼고 시즌을 꾸려야만 했던 넥센이다.

하지만 대체불가라 여겨졌던 핵심 선수들의 공백을 또다른 누군가가 채워내고 있다. 특히 육성을 통한 젊은 피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다승왕 경쟁에 뛰어든 신재영은 올시즌 KBO리그의 최대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고, 박주현 역시 안정적인 피칭을 통해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당당히 꿰찼다.

두 신인들의 활약 뿐 아니라 풀타임 2년 차인 김하성, 박동원, 고종욱도 2년 차 징크스를 날려버렸다. 김하성은 지난해 아쉽게 이루지 못한 ‘20(홈런)-20(도루) 클럽’을 넘어설만한 페이스를 나타내고 있고, 박동원은 홈런과 타점 등에서 팀 내 최상위권을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강한 어깨와 정확해진 송구를 바탕으로 하는 도루 저지 및 투수 리드에서도 큰 발전을 이뤘다. 고종욱 역시 서건창과 주로 테이블세터를 이루면서 넥센의 ‘발야구’를 이끄는 핵심 자원으로 성장했다. 임병욱과 박정음 역시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는 야수들이며, 마운드에서는 하영민, 김택형의 성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량 상승은 비단 젊은 선수들 뿐 아니라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선수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생애 첫 마무리를 맡았지만 곧장 구원왕에 도전장을 던진 김세현을 필두로 김상수와 이보근 역시 거침없이 홀드를 쌓아가고 있으며, 부상 복귀를 앞두고 있는 넥센 윤석민의 활약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평소 본인의 육성 철학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는데 대화 속에서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계획성이 철저한 감독인지를 느낄 수 있다.

염 감독은 서두르기보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준비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선수의 약점을 보완하기에 앞서 강점을 극대화하는 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칭스태프에 대한 신뢰와 함께 특별한 기술 전수보다는 평소 등한시하기 쉬운 기본기나 멘탈적인 요소를 다잡는 방법, 동기를 심어주는 방법을 통해 잠재력을 꽃피우게 한 선수도 있었다.

이밖에 선수로서 성공하지 못한 본인의 커리어를 자주 되돌아보며 선수들이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당부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설령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그 속에서 끊임없이 깨닫고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낸다. 채찍과 당근을 모두 활용한 ‘밀당’에도 상당히 능한 지도자다.

염경엽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관리’가 아닌 ‘관심’은 필요하다. 또한 자율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율에는 반드시 책임감이 따른다. 이같은 원칙을 지난 몇 년 동안 정착시키려고 했다”고 선수 육성 과정을 소개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체계화가 잡혔다. 현재의 성과도 놀랍지만 넥센의 미래는 더욱 밝다.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코리아 제공
▶ 한화, 언제까지 선수 부족 타령만…

평소 한화 김성근 감독은 “경기에 나설 선수가 없다”는 말을 버릇처럼 꺼내곤 한다. 물론 부상자들이 예상치 않게 속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분명 예방할 수 있는 부상도 있다. 이미 프런트에서는 감독을 입맛에 맞는 선수 구성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가 없다는 말은 이제 어느 누구도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한화는 올시즌을 앞두고 김태균과 정우람에게 나란히 84억원의 FA 비용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4명의 FA에게만 191억원을 쏟아냈으며, 로저스와도 190만 달러(약 22억원)에 재계약을 했다. 최근 3년 동안 전력보강에 쏟은 돈만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성적을 내야한다는 조바심이 생길 수도 있지만 김 감독 스스로가 강조해왔던 체질 개선이 사실은 우선이다. 하지만 즉시 전력감을 영입하기 위해 유망주들을 타 팀에 대거 내줬고, 눈앞의 승리를 위해 매일같이 전력을 쏟아내는 선수 운용 방식을 가져가는 등 김 감독에게 ‘팀의 미래’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닌 듯하다.

한화가 구단 연봉 총액 규모가 높은 데에는 그만큼 FA 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의 역할을 다해내는 선수들도 있지만 핵심 자원이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거나 부상이라도 당하면 특정 몇몇에게 의존도가 심한 특성상 팀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몸값의 극단적인 양분화로 인해 저연봉 선수들이 느낄 소외감도 커지게 되고 동기 부여도 쉽지 않다. 대형 유망주가 아닌 이상 출전 기회도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김성근 감독은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는데 LA 다저스의 22번 투수(클레이튼 커쇼)가 잘 던지더라. 데려와야 할까보다”는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당연히 농담이었지만 이 소식을 기사로 접한 한화 팬들은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커쇼라도 영입해야 현재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 이는 김성근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고 첫 시즌을 준비할 때부터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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