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성남=이재호 기자] 1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FC서울의 경기는 가히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소 무덥긴 했지만 이정도면 축구를 보기에 충분하게 맑은 날씨였고, 경기 전부터 성남 이재명 시장이 터뜨린 ‘10억 대전’으로 스토리도 완성됐다. 또한 상대팀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승리한다면 리그 통산 10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기에 상대의 동기부여도 충분했다. 오는 8월 열리는 리우올림픽 주축 선수도 뛰고 있어 신태용 감독도 경기장을 찾았다.

오후 3시로 시간도 적당했으며 가까운 원정거리 덕분에 서울 원정 팬들도 많이 경기장을 찾았고, 성남FC는 성남 일화시절의 관중 동원이 아닌 시민구단으로서 완전히 자리 잡은 많은 1만2천여명의 관중을 끌어 모았다. 게다가 스포츠전문채널도 아닌 국영방송인 KBS에서 주말 낮에 생중계까지 결정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모든 조건이 완성됐고, 이제 경기만 재밌으면 됐다. 0-0이면 곤란하다. 물론 0-0 경기라도 뛰어난 경기내용을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치고받는 화력이 뿜어줘야 보는 이도 흥미롭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오후 5시. 꿈만 같은 2시간이 지났다. 경기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수준 높은 것은 물론 스코어도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해 축구에서 가장 재밌다는 일명 펠레스코어인 3-2가 나왔다. 단순히 1만2천여명의 관객을 넘어 공중파를 통해 TV로 접한 일반 국민들도 축구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조건에서 경기력까지 이에 부응했고 바로 이런 경기들이 K리그의 부흥을 일으킬 요소들이다.

이날 경기는 전반 3분 만에 터진 서울 주세종의 골로 후끈 달아올랐다. 그냥 골도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원더골’로 주세종에게 다시 시켜도 그렇게 넣기 힘들 정도로 중거리포였다.

이 골이 기폭제가 돼 양 팀은 난타전을 펼쳤다. 수비를 하기보다 서로 골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속에서도 선수들은 자신들의 개인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수준 높은 테크닉을 활용한 드리블과 볼 트래핑에 관중들은 본능적으로 ‘오~’하는 감탄사를 내뿜기 일쑤였다.

선수구성도 뛰어났다. 올림픽 대표팀의 성남 김동준과 서울 박용우가 맞섰고, EPL에서 활약한 바 있는 노장인 서울 박주영과 성남 김두현의 대결, 올 시즌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 외국인 선수로 여겨지고 있는 서울 아드리아노와 성남 티아고의 맞대결까지 화려한 스타구성은 K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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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K리그의 위기를 외치는 말들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이제 그 누구도 축구가, K리그가 한국 최고의 스포츠라고 인정할 수 없다. 이에 축구의 부흥을 외치는 움직임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축구의 부흥을 가져오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는 ‘재밌는 경기’였다. 이에 모든 팀들이 ‘공격 축구’를 외치는 상황까지 도래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경기, 혹은 조금 더 많은 이들이 경기를 보게 되는 공중파 생중계와 같은 경기에서 결과를 얻기 위해 움츠려들거나 수비적인 운영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고 이런 경기들로 인해 축구에 애정을 가지려는 일반 국민들은 더욱 외면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성남vs서울전 같은 경기만 지속된다면 K리그의 부흥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허황된 말은 아니게 될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어떤 스포츠든 많은 사람들이 보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경기 그 자체가 재밌으면 된다. 경기가 재밌으면 사람들은 알아서 스토리를 찾게 되고, 주변에서 홍보를 위해 노력하던 이들도 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정립하게 된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된 상황에서 경기력과 스코어라는 화룡점정이 완성됐다. 성남과 서울의 경기는 모든 것이 완벽했고 이런 경기가 표본 삼아져야만 K리그가 다시 한국 최고의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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