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체급이 깡패’라고 한다. 아무리 노력하고 잘해도 한 체급만 달라져도 결코 쉽지 않다. 선수들이 죽음의 문턱까지 넘나들며 감량을 하는 이유다.

하지만 권아솔(30)은 ‘체급이 깡패’라는 말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무려 3체급이나 높은 이둘희(27)에게 도전장을 던졌고 결국 대결은 성사됐다. 남은 건 케이지 위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일 뿐이다.

이둘희(왼쪽)와 권아솔.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로드FC의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과 ‘미들급’ 이둘희의 악연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아솔이 라이트급 챔피언 1차 방어전을 앞두고, 미들급을 가장 약한 체급으로 거론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미들급인 이둘희가 권아솔의 발언을 반박, 서로를 향한 악감정이 쌓였다.

두 선수의 설전은 계속됐다. 권아솔과 이둘희는 인터뷰, SNS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서로에게 험담을 퍼부었다. 1년간 지속된 갈등에 SNS 상에서 욕설이 오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결국 권아솔과 이둘희는 구체적인 파이트머니, 시합 조건까지 제시하며 대회사에 시합을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로드FC는 두 선수의 요청을 받고, 고심 끝에 5월 14일 서울 장충에서 열리는 로드FC 031 메인이벤트로 이 시합을 결정했다.

권아솔은 -70kg인 라이트급 챔피언이다. 반면 이둘희는 -84kg의 미들급이다. 권아솔에게 ‘체급이 깡패’라는 말을 건네자 단호하게 “체급이 경기에서 충분히 중요한 요소지만, 전략과 기술이 얼마든지 무게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아솔은 최근 1~2년간 가장 좋은 몸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알려진 이둘희에게 “열심히 훈련해서 올라오라. 너에게 한계와 벽이 무엇인지 케이지 위에서 가르쳐 주겠다”며 특유의 도발까지 했다.

권아솔은 이둘희 뿐만 아니라 무제한급의 최홍만, 아오르꺼러(중국) 등에게도 도발을 했고 시합을 제의했다. 상위 체급 선수들과 싸우려는 이유를 묻자 “다윗과 골리앗같이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이기는 건 누구나 꿈꾸는 일일 것이다. 현실판을 내가 보여 주겠다”며 “체급을 월장하는데 숨은 뜻은 없다. 난 라이트급 선수이며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이다. 어떤 체급, 어떤 선수와도 싸울 수 있고, 누구든 이길 수 있다. 그것이 나의 명분이다. 난 나 자신을 믿고 자신 있는 대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아솔과 이둘희의 평소 체중이 93kg에 육박하기 때문에 두 선수는 93kg~95kg에서 격돌할 전망이다. 이는 -93kg인 라이트 헤비급의 한계 체중이다. 라이트급 파이터인 권아솔 입장에서는 라이트급, 웰터급, 미들급을 뛰어넘는 3체급 월장 시합이다.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이미 권아솔은 이둘희와의 승부,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아오르꺼러, 최홍만에 대해 “난 그들을 도발한 것이 아닌 실제로 싸울 생각이다. 정말 시합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둘희는 그냥 사뿐히 즈려 밟고 갈 뿐”이라는 특유의 강한 도발을 했다.

과연 권아솔은 자신보다 3체급 위인 이둘희를 그의 말대로 ‘사뿐히 즈려 밟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몸무게가 거의 두 배인 최홍만, 아오르꺼러 등과의 승부를 펼칠 수 있을까. 일단 5월 1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031 이둘희전을 이겨야 명분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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