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다. 정상에 가장 근접하게 다가선 단 4명에게만 올림픽 출전이라는 영광스러운 '티켓'이 주어진다. 하지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발군의 실력을 선보이고 있는 태극낭자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종료된 롯데 챔피언십까지 올해 모두 9번의 투어가 치러진 상황에서 태극낭자는 무려 4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계 선수라는 '옵션'을 포함하면 무려 8번에 이른다.

세계여자골프계를 한국 선수들이 뒤흔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LPGA 시즌 첫 투어였던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는 '돌풍' 김효주(21·롯데)가 18언더파 274타로 우승을 차지하며 첫 포문을 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코츠챔피언십에서 일명 '검객 세리머니'로 유명세를 탄 장하나(24·BC카드)가 11언더파 277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ISPS 한다 위민스 오픈에서는 한국계 일본인인 노무라 하루(24·한화)가 16언더파 272타로 우승 트로피에 키스를 했다.

3월은 말 그대로 상한가를 찍었다. 3월에 열린 4개 대회는 모두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의 차지였다. HSBC위민스챔피언십에서 장하나가 19언더파 269타로 시즌 2승을 거머쥐었고, 곧바로 열린 JTBC 파운더스컵에서는 김세영(23·미래에셋)이 27언더파 261타로 시즌 첫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어 열린 KIA 클래식과 ANA인스퍼레이션 투어에서는 뉴질랜드 교포 출신이자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리디아 고(19)가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그리고 지난 17일에 종료된 롯데 챔피언십은 호주교포 이민지(20)가 16언더파 276타를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혼다 LPGA 타일랜드에 우승을 차지한 렉시 톰슨(21)을 제외하면 9개 대회 중 8개를 싹쓸이 했다고 보면 된다. 최근 3년간의 성적을 보더라도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의 기세는 정점을 찍고 있다.

2014시즌 LPGA 투어에서 개막 후, 9번째 투어까지 한국 및 한국계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적은 단 두 차례였다. 롯데 챔피언십과 스웡잉 스커츠에서 미셸 위와 리디아고 뿐이었다. 한국 여자 선수로만 본다면 그보다 한참 뒤인 6월에 열렸던 매뉴라이프에서 박인비가 1위를 한 것이 태극낭자의 첫 승전보였다.

하지만 2015시즌은 나쁘지 않았다. 시즌 첫 대회였던 코티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나연을 시작으로 김세영, 리디아고, 양희영이 2월에 열린 3개 대회를 모두 휩쓸었다. 3월 역시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를 비롯, JTBC 파운더스컵에서 김효주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2014시즌 9번째 투어였던 롯데 챔피언십에서 김세영이 우승을 차지하며 9개 대회에서 7번의 우승을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이 차지했다. 작년만 보더라도 쉽게 나올 수 없는 대기록이다. 하지만 태극낭자들은 올해, 그 벽을 또다시 깨뜨리는데 성공했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이처럼 올해 한국 및 한국계 선수들의 활약이 더욱 거센 이유는 따로 있다. 오는 8월 18일부터 21일까지 브라질에서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골프 종목이 다시 부활한 것은 무려 112년 만이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에서 자신의 조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참여하는 것은 최고의 영광이다.

하지만 참가하고 싶다고 아무나 명함을 내밀 수 없다. 특히나 골프는 더욱 어렵다. 올림픽 출전 자격은 올림픽골프랭킹(OGR)에 따라 결정되며 남녀 각각 60명이 참가한다. 거기에 세계 랭킹 15위 이내에 포함된 국가는 최대 4장의 티켓이 주어진다. 그리고 16위부터는 국가당 2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현재(19일 기준)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들어간 한국 여자선수는 2위 박인비, 5위 김세영, 6위 전인지, 8위 장하나, 9위 양희영, 11위 유소연, 13위 김효주, 15위 이보미가 있다.상위 15명 가운데 한국 선수가 무려 8명이다.

마치 양궁 국가대표를 뽑는 느낌이다. 이중에서 단 4명이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다. 현재로만 놓고 본다면 박인비, 김세영, 전인지, 장하나가 유력하다. 문제는 이 랭킹이 언제든 실시간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치러지는 투어에서 어떤 성적을 기록했는지에 따라 크게 변동이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전인지다. 2015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에서 5관왕을 차지하고 그 해 7월에 열린 LPGA 투어 US오픈까지 우승했던 전인지는 여자골프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올해부터 LPGA 투어에 신인으로 참여한 그는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데뷔 이후 출전한 4개 대회에서 모두 'TOP 3'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데뷔전인 코츠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 혼다 타일랜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부상 이후 출전한 ANA인스퍼레이션에서도 공동 2위, 그리고 롯데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우승을 목전에서 놓쳤을 뿐이지 꾸준한 성적과 안정감만 놓고 본다면 한국 여자 선수들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어쨌든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지름길은 세계랭킹을 높이는 일뿐이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선수는 그 경쟁이 더욱 치열한 것이 사실이다. 19일 현재 세계랭킹 20위 이내에 포함된 한국선수는 위에 언급된 8명과 더불어 19위 박성현과 20위 최나연까지 포함, 무려 절반인 10명이다. 말 그대로 싹쓸이 하고 있다. 누가 봐도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바로 태극낭자다.

하지만 제한시간이 정해져 있다. 오는 7월 11일에 나오는 세계랭킹이 마지막 마지노선이다. 7월 3일에 시작하는 US위민스 오픈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출전 티켓을 획득할 선수가 정해진다. 아직 10개의 대회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태극 낭자들의 치열한 경쟁, 말해서 무엇할까, 팬들은 즐기면서 보는 일만 남았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