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이제 출발 단계일 뿐이지만 기대치에 비해 너무나도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한화는 시즌 12경기를 치른 15일 현재 2승10패로 최하위에 그쳐있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고 초반 성적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으나 매일같이 순위가 뒤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밀려나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한화에 위기가 감지되는 이유는 먼저 대대적인 투자에도 효율을 뽑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한화는 내부 FA 김태균과 외부 FA 정우람에게 각각 4년 84억원의 돈다발을 안기는 등 4명의 FA에게만 191억원을 투자했고, 로저스와도 190만 달러(약 22억원)에 재계약을 체결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지난해 뿐 아니라 최근 3년 간 500억원이 넘는 돈을 전력 보강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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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지휘봉을 잡은 첫 해 김성근 감독은 “경기에 나설 선수가 없다”고 종종 한탄했지만 구단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은 이제 반감만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한화는 시즌을 앞두고 많은 야구 전문가들과 현장 감독들로부터 우승 후보 중 하나로 분류되기까지 했다. 극소수를 제외하면 최소 5강에는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 그 자체다.

타선의 중심 김태균은 최근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통해 타율을 3할4푼8리까지 끌어올렸지만 홈런 없이 6타점에 그쳐있을 뿐이다. 또한 정우람의 경우 도합 5.2이닝 1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의 활약을 보여줬지만 출전 경기가 4차례에 불과할 만큼 등판 기회, 특히 세이브 기회 자체가 쉽게 찾아오지 않고 있다.

물론 한화가 하위권에 머무는 가장 큰 요인은 선발진의 부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저스, 안영명, 이태양 등 지난 2년 동안 무게 중심을 잡아줬던 선수들이 아직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기대를 모았던 자원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이어가면서 조기 강판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핵심 전력들의 가세 이후 반등의 여지는 있지만 시작부터 실타래가 크게 꼬였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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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의 운용에도 아쉬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과거의 화려했던 업적은 인정하지만 세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철저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현대 야구 추세에 그의 감각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 총력전을 통해 승수를 벌어놓는 움직임을 지난해 뿐 아니라 지도자로 나서는 동안 자주 선보여 왔다. 이같은 계산이 무너진 현재 선수단의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물론 자칫 서로 간의 신뢰까지도 무너질 수 있다.

실제 당장의 승리를 위해 빠른 타이밍에 투수를 교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순간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한 선발진은 더욱 불안함과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타격감이 좋은 타자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키거나 기회 때마다 번트 지시, 혹은 대타와 교체하는 움직임을 가져간다면 동기부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2014시즌을 마치고 김성근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을 당시 많은 이들은 그가 암흑기를 걷어낼 구세주가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지난해 전반기에 돌풍을 일으키며 ‘마리한화’ 신드롬을 불러왔고, 후반기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6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이전 6년 간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에게 희망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밋빛을 예고했던 올시즌의 한화는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채 다시 한 번 희망이 보이지 않는 암흑기의 늪으로 빠르게 가라앉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지난 14일 두산전에서 2-17이라는 참혹한 결과와 함께 경기 도중 김성근 감독이 병원으로 발길을 옮겼고, 큰 이상 없이 다음날 복귀했지만 이번에는 2-18이라는 더욱 참혹한 결과가 나오면서 팀 자체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미 한화에는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거장 3인방 김인식, 김응용, 김성근 감독이 몸을 담았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도 김응용 감독도 한화와의 이별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어느 순간 ‘명장들의 무덤’이라는 오명까지 따라붙은 가운데 이제 김성근 감독조차 그 시험대에 서는 것을 피할 수가 없게 됐다.

김성근 감독은 취임식 당시 “김응용 감독이 정비해준 팀을 내가 맡게 됐는데 반드시 좋은 마무리를 하겠다. 김영덕, 김인식, 김응용 감독 등 이름 있는 사람들이 거친 구단에 내가 마지막으로 오게 됐는데 선임들이 해놓은 업적을 이뤄야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팬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했던 최후의 보루마저도 이제는 흔들리고 있다. ‘마리한화’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더 이상 선수단의 끈끈한 모습을 마지막까지 응원하게 만드는 ‘중독성’이 아닌 무리한 선수 운용에 따른 ‘부작용’의 이미지로 퇴색되고 있을 뿐이다.

김 감독의 계약 기간 만료는 오는 2017년. 하지만 구단과 팬들이 실질적인 승부의 시점으로 보고 있는 것은 바로 올시즌이다. 김성근 감독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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