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의 홈런은 멀리, 높게, 그리고 빠르게 곡선을 그리며 카우프먼 스타디움 좌중간 상단층을 맞췄다. 과연 박병호의 초대형홈런은 어느 정도로 컸을까. 기록으로 살펴본다.

박병호는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 코프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얄스와의 경기에서 6번 지명타자로 나서 3타수 1홈런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8회초 2-2 동점, 1사 주자 없는 네 번째 타석에서 호아킴 소리아를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만들어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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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중계 카메라조차 정확하게 낙구지점을 잡지 못할 정도의 대형홈런이었다. 그렇다면 이 홈런은 대체 얼마나 크고, 대단한 타구였을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가 제공하는 스탯캐스트를 통해 알아봤다.

일단 비거리로만 따지면 9일 경기까지 나온 메이저리그 총 137개 홈런(1개 홈런 77명, 2개 홈런 19명, 3개 홈런 4명, 4개 홈런 1명, 6개 홈런 1명) 중 8번째로 멀리 간 홈런이었다. 433.5피트(131.9m)를 뻗은 홈런으로 137번째 중 8번째로 큰 타구였으니 현재까지 최상위에 해당하는 큰 홈런이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빨리 날아간 타구였을까.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는 타구속도가 각광을 받고 있다. 공이 빨리 날아갈수록 수비를 하기 힘들기 때문. 전문 장비들의 등장으로 타구속도 측정이 가능해졌고 타구속도가 빠를수록 타율과 장타율은 비례해서 상승함이 증명됐다.

2015시즌 타구 속도별 타율과 장타율(대런 윌리먼)

120-124마일 : 타율 1.000 장타율 1.500
115-119마일 : 타율 0.780 장타율 1.480
110-114마일 : 타율 0.726 장타율 1.415
105-109마일 : 타율 0.689 장타율 1.433
100-104마일 : 타율 0.561 장타율 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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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의 타구는 111.3마일(시속 179km)로 날아갔다. 엄청 빠른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전체 29위 정도 수준. 그러나 인상적인 것은 박병호가 쳐낸 공은 고작 79.1마일이었다는 점.

일반적으로 타구 속도는 역시 타자의 힘이 중요하다.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무시무시하게 빠른 공을 날려 보낸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또 중요한 요인으로는 날아오는 공의 속도도 중요하다. 빠르게 날아온 공일수록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는 기본 물리학적 특성 때문.

하지만 박병호는 고작 79마일짜리 공을 111.3마일짜리 공으로 연결했다. 비거리 상위 36걸(중복 선수 포함) 안에 박병호보다 느린공을 쳐내 멀리 보낸 이는 없으며 박병호보다 더 빠른 타구 속도를 낸 28명의 선수 중 박병호보다 느린공을 때려낸 선수는 없다.

즉 박병호는 전혀 빠르지도 않았던 공을 아주 멀리, 그리고 강하게 쳐냈다. 단지 홈런 하나이긴 하지만 박병호의 파워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알 수 있는 좋은 표본이다. 4년 연속 홈런왕(2012~2015)을 차지하며 KBO리그를 초토화했던 박병호의 파워는 단 한 번의 엄청난 스케일의 홈런을 통해 그 위엄을 살짝 메이저리그에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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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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