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삼성과 넥센이 2016시즌 새 구장에서 역사적인 첫 걸음을 내딛는다. 새 구장 효과가 KBO리그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벌써부터 높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삼성과 넥센은 각각 대구시민야구장, 목동구장을 떠나 올시즌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 고척 스카이돔에 새 둥지를 틀었다. 넥센이 지난 15일 SK를 상대로 고척돔에서 첫 시범경기를 가진 가운데 22일에는 삼성이 LG를 불러들여 개장 경기를 치렀다.

양 팀 모두 신축 구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게 된 것에 부푼 기대를 안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꾸준히 많은 관중들이 몰리고 있는 가운데 팬들 역시 설레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시범경기 동안 둘러본 두 구장의 이모저모를 담아봤다.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 스포츠코리아 제공

▶ 야구 할 맛 나는 선수단

새로운 구장으로 짐을 옮긴 삼성, 넥센 선수단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먼저 넥센 염경엽 감독은 “목동구장보다는 당연히 좋다. 휴식, 편의 시설을 비롯해서 모든 공간이 커진 것이 마음에 든다”고 밝힌 뒤 “좋은 쪽으로 생각했던 것들은 다 맞다. 좌우중간 펜스가 길고, 그라운드 상태도 걱정과 달리 흙으로 잘 다져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염 감독은 취재진들을 불러 모은 회의실 옆에 위치한 감독실 및 전용 화장실을 소개하면서 쑥스러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구장이 참 아름답다”고 운을 뗀 뒤 “무엇보다 잔디와 흙에 많은 신경을 써달라고 했는데 만족스럽다. 경기장 내부에 있는 시설들도 괜찮고, 관중석 역시 지그재그로 되어 있어서 관중들이 경기를 보기에도 편할 것이다”며 친환경적, 관중 친화적으로 설계된 구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선수들 역시 기쁨을 드러낸 것은 마찬가지다. LG 시절의 2년을 제외하면 줄곧 시설이 낙후된 홈구장에서 뛰어왔던 넥센 이택근은 거듭 “구장이 참 좋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 된 점을 반겼다.

삼성 박한이는 “무엇보다 이제 경기장에 올 맛이 난다”며 미소를 지었고, 구자욱은 “더 이상 예전 구장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이나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고척돔과 라이온즈파크 모두 선수단 편의 시설에 있어서만큼은 합격점을 받기 충분했다.

▶ 상반된 관중들 반응?

그렇다면 관중들은 새 구장 시설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고척돔에 대한 몇 가지 문제점들이 이슈화되면서 초반 분위기는 다소 상반된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많은 넥센 팬들은 고척돔의 작은 전광판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가로 22.40m, 세로 7.68m의 소규모로 시력이 좋지 않은 팬들은 선수 이름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주차 시설을 비롯한 편의 시설의 부족, 비좁은 관람석 등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척 스카이돔. 스포츠코리아 제공
그러나 넥센은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발빠른 환경 개선에 나섰다. 전광판의 경우 3루측 내·외야 사이에 가로 10m, 세로 6m 규모의 LED 전광판을 추가로 설치했으며, 관중들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1,200석을 제거하고 내·외야에 총 49개의 통로를 추가 개설했다.

다이아몬드석과 스카이박스에서는 각각 프리이엄 무료 식사 및 케이터링 서비스를 실시하는 한편 키즈존과 수유실 등을 설치해 편의성을 증진시켰다. 초기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어느덧 긍정적인 반응도 나타나고 있으며, 주말 유료 경기에서도 우려와 달리 이틀간 9,774명을 불러 모으는 성과를 남겼다. 우천 취소가 잦아질 페넌트레이스에서는 돔구장의 이점이 본격적으로 발휘될 수 있어 더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파크는 대체적으로 팬들의 반응 역시 후한 편이다. 가로 36m, 세로 20.4m 크기의 대형 전광판은 1,900만 화소의 초고화질(UHD)을 자랑해 단숨에 구장의 명물로 자리 잡았고, 팔각형으로 설계된 구장과 주변 경치가 미적 조화를 이룬다는 평가다.

밀착형 스탠드 및 지그재그형 관중석 배치, 개방형 메인 콘코스는 관전의 편의를 돕고, 특히 관중들의 생각을 반영한 각종 이벤트석, 홈 팬들에게 특화된 비대칭 관중석 배치도 삼성 팬들에게는 하나의 자랑거리. 물론 고척돔과 마찬가지로 주차 시설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하철 2호선과 인접해 있어 이같은 문제를 최소화했고, 경기장 여기저기에 팬들을 위한 소소한 배려가 묻어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삼성은 총 52만4,971명, 넥센은 51만802명의 홈 관중을 유치해 각각 8위와 10위에 그쳤다. 올시즌 KBO리그 사상 첫 800만 관중 시대가 열리기 위해서는 결국 두 구단이 새 구장 효과를 얼마나 극대화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최신 시설 입성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팬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

▶ 빠른 구장 적응이 성적의 관건

편의 시설에는 만족감을 드러낸 선수들이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구장의 특성에 빠르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고척돔은 천장 및 구조물들의 색상이 공과 뚜렷한 차이가 없어 선수들에게 착시 현상을 종종 안겼다. 야수들이 플라이 타구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초반에 유독 자주 노출된 것. 또한 목동구장보다 외야 펜스의 거리가 긴 만큼 홈런이 예상대로 많이 쏟아지지 않았는데 넥센은 팀 컬러를 달리는 야구로 새롭게 정착해 이에 대처해나가겠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좌우중간 펜스가 5m 가량 당겨진 만큼 지난해 많은 피홈런을 허용했던 투수들이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파울존이 좁아 여러모로 타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에 간판 타자들의 활약이 요구되며, 야수들의 경우 중계플레이가 한층 수월한 요건이라는 점에서 그에 맞는 수비 포메이션을 확립해나가야 한다. 홈경기가 다소 늦게 열렸을 뿐 아니라 일정 역시 총 6경기 밖에 배치되지 않았기에 선수들의 집중력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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