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무려 27년. 알렉스 퍼거슨(75)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함께한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중하위권 구단이었던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5회, FIFA클럽 월드컵 우승 1회 등으로 세계최고의 명문클럽 반열에 오르게 된다. 많은 감독들이 “5년만 한팀에서 감독을 해도 선수와 감독, 구단 사이에 권태가 찾아온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려 27년여간 장기집권하며 본인도, 구단도 세계 축구사에 남을 이름으로 아로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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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교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퍼거슨-맨유의 관계를 쫓으려는 팀이 한반도에 있다. 바로 올해로 전북을 11시즌째 지휘 중인 최강희(57) 감독과 전북의 동행이다.

최강희 감독은 2005년 전북 감독으로 재임 후 2009년부터 시작된 K리그의 전북 왕조를 연 것만으로 한국 축구사에 남을 명장으로 입지를 굳혔다. 실제로 30년이 넘는 K리그 역사 속에 단일팀 최다승(161승), 최다 우승(4회)을 일궈낸 감독이 바로 최강희다.

그런 최감독이 지난 14일 전북과 5년 재계약에 합의했다. 무려 2020년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파격적인 제안. 많아도 3년인 최근 K리그의 감독 계약 트렌드에서 5년이라는 숫자는 전북이 최강희를 얼마나 잡고 싶어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임기 중 경질이 가능하긴 하지만 일단 최 감독은 전북에서 무려 14년을 보장받은 셈이다. 2012년 잠시 국가대표 감독으로 외출한 것을 제외해서 연속성이 끊기긴 했지만 그동안 전북은 감독대행을 두며 최강희 감독이 돌아올 자리를 마련해준 것은 세계 축구사를 뒤져봐도 흔치 않은 경우였다.

퍼거슨과 맨유가 함께한 27년의 세월을 따라잡기에 2020년까지 해도 14년인 최강희와 전북의 동행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단순히 햇수로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두 팀과 감독이 걸어온 길이 상당히 흡사했고, 여기서 전북과 최강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맨유 역시 퍼거슨 이전은 중하위권팀이었다. 퍼거슨도 맨유 초기에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다. 부족한 투자, 시간이 필요했던 팀정비로 경질위기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퍼거슨은 맨유 왕조를 활짝 열었고 말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팀으로 맨유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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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역시 최강희 감독 이전 딱 중위권팀이었다. 최 감독 역시 부임 후 경질 위기를 겪으며 불안한 나날들을 보냈지만 2006년 ACL 깜짝 우승으로 한숨을 돌리며 지지기반을 쌓았다. 이후 2009년부터 시작된 6년간 4회우승이라는 전북 왕조로 한국, 아니 아시아에서도 최고로 인정받는 팀이 됐다.

흐름이 비슷한 두 팀에서 전북의 미래도 점칠 수 있다. K리그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현재, 전북은 도리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절대 1강으로 거듭나고 있다. 누가 봐도 전북은 향후 몇 년간 더 왕조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맨유 역시 2000년대 초반 트레블을 통해 왕조를 열었을때 도리어 더 막강한 투자를 통해 2000년대 후반으로 이어진 진정한 왕조를 건설한 바 있다. 전북 역시 1차 왕조 건립 후 맨유와 같이 2차 왕조 건립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키 힘들다.

파격적인 5년 재계약, 그 속에 전북은 최강희 감독을 전면으로 진정한 한국 축구, 아니 아시아 축구 최강자로 거듭나려는 속내가 숨어있다. 최강희 감독은 한국판 퍼거슨으로 그런 전북의 야심을 충족시킬 준비를 마쳤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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