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지난해 KBO리그 흥행의 중심에는 단연 한화가 있었다. 홈경기 총 관중 65만7,385명으로 단순 수치에서는 6위에 머물렀지만 10개 구단 전체 64회 중 약 3분의 1에 달하는 압도적인 매진(21회)을 기록했고, 원정 경기마저 14차례나 만원 관중을 채우는데 힘을 보태는 등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만년 최약체팀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한화는 마무리캠프부터 차원이 다른 지옥 훈련을 감행하며 이슈를 불러 모았다. 또한 FA 시장에서는 돈 보따리를 풀어헤치며 확실한 투자를 알리기도 했다.

시즌이 개막된 이후로도 열기는 계속됐다. 패배 의식을 걷어내기 위해 초반부터 모든 전력을 쏟아낸 한화는 매 경기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긴장감 넘치는 승부를 이어갔고, 비록 승리를 놓치더라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선보이며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승부에 빠져들게 하는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어느덧 ‘마리한화’라는 수식어까지 따라붙었다. 물론 선수 혹사를 비롯해 각종 논란이 될 만한 사건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어떤 의미에서든 한화는 2015시즌의 진정한 이슈 메이커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화는 후반기 하락세와 함께 결국 목표로 삼았던 가을 잔치 초대권을 손에 넣지 못했다. 기대감이 컸던 만큼 아쉬움 역시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화는 2016시즌 더욱 높은 비행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4월1일 개봉을 앞둔 ‘마리한화 시즌2’ 출연진들이 더욱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1편보다 더욱 많은 관중들을 끌어 모을 준비에 돌입했다.

2015시즌 한화는 총 21차례의 홈 매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흥행의 중심에 섰다. 한화 이글스 제공
▶패배 의식은 사라졌다

한화의 2016년이 지난해보다 더욱 기대되는 첫 번째 이유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확실하게 달라진 채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김성근 감독에게 수동적으로 끌려가며 반 강제적으로 정신을 개조했다면 이번에는 선수들 스스로가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현실을 자각하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확실한 몸 상태가 갖춰지지 않은 선수들은 서산 캠프에 남겨둔 채로 소규모 선수단이 먼저 일본 고치로 향했지만 잔류 선수들 역시 하루라도 빨리 본진에 합류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부상자들로 들끓었던 지난해 스프링캠프와는 분명 상황이 다르다.

시즌을 준비하는 자세 뿐 아니라 선수들의 머리에 남아있던 패배 의식도 이제는 완전히 걷어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6년 간 무려 5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며 빛이 보이지 않던 암흑기 터널을 전전했지만 2008년(64승62패) 이후 지난해 가장 높은 승률(68승76패, 0.472)을 기록하면서 선수들 역시 상당한 자신감이 붙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첫 해 완벽한 목표달성을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강조해왔던 ‘의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에는 충분한 소득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사령탑 부임 첫 해 가을 야구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만년 최하위에 머물러있던 선수단의 패배 의식을 걷어내는데 성공했다. 2016시즌에도 김성근 감독의 지옥 훈련은 계속된다. 한화 이글스 제공
이 밖에 김성근 감독도 이제는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운용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역시 마리한화 시즌2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모처럼의 프로팀 복귀로 선수 파악부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투수 로테이션은 물론 선발 라인업을 짜는 데에도 깊은 고민을 이어가야 했지만 이같은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스프링캠프의 효율성도 당연히 지난해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또 한 번의 과감한 투자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 뿐 아니라 프런트의 움직임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이미 2014시즌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 이용규와 정근우를 영입했던 한화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송은범, 권혁, 배영수까지 팀에 부족했던 투수력을 대거 보강하며 단숨에 FA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투자 대비 효과를 본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명암은 뚜렷했으나 한화는 다시 한 번 모험이 될 수도 있는 승부수를 과감히 던졌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을 극적으로 잔류시킨 뒤 FA 시장에서 최대어 정우람까지 영입, 두 선수에게만 무려 168억원을 쏟아 부었다. 3년 동안 한화가 FA에 투자한 비용만 어느덧 465억원.

또한 한화는 심수창, 송신영, 이재우 등 벌떼 마운드를 구축할 자원들을 끌어 모으면서 지난해 여전히 불안했던 투수진을 보다 확실히 보강했다. 이 밖에도 로저스와 로사리오에게만 타 구단 3명의 외국인 선수 몸값과 맞먹는 320만 달러(약 38억4,000만원)를 투자하는 등 이번에는 반드시 가을 야구의 염원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가 메이저리거 로사리오를 외국인 타자로 영입하며 타선 보강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물론 거액을 투자하고도 소위 망하는 영화들도 있지만 블록버스터 규모로 제작되고 있는 ‘마리한화 시즌2’는 스타급 배우 캐스팅 뿐 아니라 알짜 조연들의 가세, 최고의 연출을 이뤄낼 수 있는 감독에 이르기까지 흥행 대박에 대한 조건을 충분히 갖춰 놓은 상태다. 이제 탄탄한 완성본을 제작해 작품성까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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