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 준우승의 답답함 털어낸 한국 장타자

1.5m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장하나(24·비씨카드)는 마치 서양의 검객 '쾌걸 조로' 같았다.

퍼터를 칼처럼 3∼4바퀴를 돌리고 칼집에 넣듯 어깨에 낀 뒤 갤러리에게 인사하듯 정중하게 무릎을 꿇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 뒤 네 차례나 준우승을 차지하며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던 장하나는 첫 우승의 기쁨에 걸맞은 멋진 세리머니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그러나 멋진 세리머니도 잠시 장하나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장하나는 2011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에 데뷔할 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선수다. 164㎝의 키에 당당한 체력을 갖춘 장하나는 호쾌한 장타와 팬들과 소통(?)하는 멋진 세리머니로 큰 인기를 끌었다.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2015 시즌 LPGA 투어에 진출하기 전까지 한국 무대에서 6승을 올렸다.

미국 무대에서도 작년 첫 대회 코츠챔피언십에서 4위에 올라 순항을 예고한 장하나는 좋은 성적을 냈지만 우승은 찾아오지 않았다.

준우승만 네 번을 하자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오히려 지난해 LPGA 투어가 쉬는 틈을 타 출전한 국내 대회에서 2승을 거뒀다.

장하나는 작년 LPGA 투어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에서 나흘 내내 좋은 샷을 날리다 1타 차 준우승에 머문 뒤 "이번에도 내 차례가 아닌 것 같았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올해는 첫 대회부터 뭔가가 달랐다.

장하나는 지난주 시즌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에서 파4 홀에서 홀인원을 낚아 'LPGA 투어 사상 처음'이라는 기록을 썼다.

이 홀인원에 기를 받은 듯 장하나는 고대하던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순항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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