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KBO리그 10개 구단들이 2016시즌을 함께할 외국인 타자 구성을 끝냈다. 공교롭게도 신·구 선수 비율이 정확하게 5대5로 반분됐다. 팀 성적과는 별개로 신·구 외국인 타자들의 대결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 불꽃 튀는 방망이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2016시즌 KBO리그를 수놓을 각 구단의 외국인 타자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한화의 윌린 로사리오, 두산의 닉 에반스, 롯데의 아두치, NC의 테임즈. 사진=스포츠코리아, ⓒAFPBBNews = News1 제공
신 외인 타자 ‘소속팀 약점 메울 적임자 자처’

삼성, 두산, 넥센, SK, 한화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와 2016시즌을 함께 한다. 이중 가장 돋보이는 선수를 보유한 팀은 한화다. 한화는 윌린 로사리오를 총액 130만 달러를 주고 영입했다.

지난 2006년 콜로라도 로키스와 계약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로사리오는 메이저리그에서만 통산 447경기(타율 0.273, 71홈런, 241타점)에 출전할 정도로 이름값에 있어서는 역대 최고 용병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특히 2012시즌 콜로라도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117경기에 나서 타율 2할7푼, 28홈런, 71타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거포 본능을 뽐냈다.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에 오르기도 했던 실력파다.

그의 포지션이 포수인 점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한화는 내심 로사리오가 그동안 베테랑 조인성 홀로 책임을 졌던 안방을 든든하게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역시 심사숙고 끝에 총액 55만 달러에 닉 에반스와 계약했다. 두산은 메이저리그로 떠난 외야수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공백을 메우고자 외야수와 1루수가 모두 가능한 에반스의 ‘멀티 포지션’ 능력을 높이 샀다.

그동안 거포-내야수 외인 타자들을 영입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두산은 에반스를 통해 이번에는 반드시 외인 타자 잔혹사를 끊겠다는 각오.

통합 5연패의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은 삼성 역시 새 외국인 타자 내야수 아롬 발디리스를 통해, 명예회복에 나선다. 지난 시즌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태업 논란 등 인성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던 나바로의 전례를 통해 삼성은 실력은 물론 성실한 인품이 검증된 선수를 원했다. 결국 최종 선택은 발디리스였다.

삼성은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 무대를 누비며 아시아 야구에 익숙한 내야수 발디리스를 영입해 빠른 시일 내에 전력으로 흡수하겠다는 계획. 지난 2011년 오릭스에서 발디리스와 함께 뛰었던 이승엽이 그의 성실함을 인정한 만큼 적응면에서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2016시즌 SK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 ⓒAFPBBNews = News1
SK는 지난 시즌 종료 이후 발 빠르게 움직여 헥터 고메즈와 계약했다. 내야, 특히 센터라인이 취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SK는 유격수와 2루수가 익숙한 고메즈와 총액 65만 달러에 계약을 마쳤다. 지난 2014년부터 2시즌 동안, 삼성에서 맹활약했던 내야수 나바로와 절친으로 알려진 고메즈는 SK에서 절친이 써내려간 성공의 발자취를 따라 써내려가고자 한다.

넥센 역시 1루와 코너 외야수비가 가능한 대니 돈을 총액 75만 달러에 영입했다. 넥센은 그동안 팀의 1루와 4번타자 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줬던 '홈런킹'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지난 시즌 트리플 A에서 81경기에 나서 3할7푼4리, 10홈런, 54타점을 기록한 돈의 방망이를 주목했다. 최근 3년 동안의 각종 타격지표가 향상되고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 넥센은 돈이 확실한 '4번 타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 2015시즌의 상승세 잇는다

각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거액의 돈을 투자하는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그들의 성적으로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 이로 인해 구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을 시즌 도중에 교체하는 일도 다반사다. 시즌 도중에도 교체가 되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한 시즌을 버텨낸 뒤, 다음 시즌도 소속팀과 함께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관이 명관'인 이유다.

지난 시즌과 동일한 외국인 타자와 올시즌을 함께하는 팀들은 NC, KIA, 롯데, LG, kt다. 잔류가 결정된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지난 시즌 KBO리그 MVP에 빛나는 NC의 테임즈다.

테임즈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두산에 밀려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이 불발됐던 아쉬움을 달래고자 NC와의 동행을 결정했다. NC 역시 팀에 충성을 다하는 그에게 지난해 11월 그에게 총액 150만 달러를 안겨주며 화답했다.

지난 시즌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게 될 40(홈런)-40(도루) 클럽의 주인공이 된 테임즈는 ‘최대 라이벌’ 박병호가 떠난 상황에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4시즌부터 KIA에서 뛰었던 필. 2016시즌에도 KIA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KIA 역시 필과의 동행을 결정했다. 지난 2014년부터 KIA와 인연을 맺은 그는 총액 90만달러를 받고 한국에서의 3번째 시즌을 맞게 됐다. 2시즌 통산 타율 3할1푼8리, 41홈런, 473타점을 기록하며 KIA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던 필은 준수한 성적은 물론 뛰어난 내구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정규리그 144경기 가운데 단 한 경기만 나서지 못했을 뿐이다. 게다가 완벽하게 한국 문화에 적응한 모습으로 단결력을 강조하는 김기태 감독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아두치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 타율 3할1푼4리, 28홈런, 106타점을 올린 그는 구단 최초의 20-20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약에 롯데는 지난 시즌 대비 20% 인상된 78만 달러를 그에게 안겼다.

당초 아두치는 리드오프의 역할을 부여받았으나, 그는 팀의 사정에 따라 4번 타자로도 나서 변함없는 맹타를 휘둘러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동안 약점이었던 불펜을 보강한 롯데는 여기에 아두치의 불방망이를 더해 지난 시즌 그의 맹활약에도 ‘가을야구’로 응답하지 못한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한다.

지난 시즌 중반, 한나한을 대신해 LG에 합류했던 히메네스도 재신임을 받는데 성공했다. 히메네스는 70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2리, 11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에 합류했음에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던 점이 재신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LG는 지난 시즌 3할9푼9리의 팀 장타율로 이 부문 리그 9위에 그쳤다. 중심을 잡아줄 '거포'가 절실한 상황. 지난 시즌 5할5푼5리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히메네스는 거포 기근에 시달리는 LG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장타력과 더불어 준수한 3루 수비 능력은 보너스.

'막내’ kt의 효자용병 마르테 역시, 지난 시즌에 이어 kt와 함께한다. 마르테는 지난해 10월 총액 85만 달러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일본의 오릭스와 한신이 그의 영입을 타진하기도 했지만 그의 선택은 kt였다.

지난 시즌 마르테는 3할4푼8리의 타율, 20홈런, 89타점을 기록하며 또다른 외국인 타자 댄블랙과 더불어 kt의 중심타선을 구성했다. 화끈한 타격 실력을 뽐낸 마르테는 댄블랙과 함께 ‘마-블 듀오’라는 애칭까지 덤으로 얻었다.

하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변화가 발생했다. 선발진 보강을 원한 kt는 댄블랙을 떠나 보내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투수로 메웠다. 이는 올시즌에도 마르테가 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게다가 타선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이진영과 유한준이 가세했다. 비록 댄블랙은 떠났지만 마르테는 지난 시즌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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